3월 26일 나란히 선고된 헌법재판소(헌재)와 대법원의 과거사 관련 판결이 묘하게 엇갈렸다. 대법원은 1978년 6월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영장도 없이 20일 동안 중앙정보부에 불법구금됐던 당시 서울대 학생이 낸 손해배상 청구 상고심에서 원고에게 200만 원을 지급하게 한 원심을 깨고, “긴급조치 발동 그 자체로는 불법이 아니다”라면서 “공무원의 다른 불법행위가 없었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아울러 “고도의 정치적 행위인 긴급조치 발동은 국민 전체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질 사안이지 일일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질 사안도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반면 헌재는 ‘구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9조 1항과 제11조 2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은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 근로자는 단체행동권과 단체교섭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반드시 주무관청의 조정을 받게 하면서 이를 위반하면 6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초헌법적 권한을 창설한 것으로서 사후통제나 시간적 제약이 없는 명백한 위헌”이라고 재판관 전원일치로 결정했다. 아울러 “국민의 권리행사를 주무관청의 자의적 판단에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으로 포괄적 위임을 금지한 헌법 정신에도 위배된다고 밝혔다.
엄밀히 따지면 헌재의 이번 결정과 대법원의 판결은 서로 다른 성질의 것으로 무조건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판단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과거 여러 차례에 걸쳐 헌재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및 형사 재심판결을 통해 유신헌법의 긴급조치가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과도 논리적으로 모순된다. 위헌이지만 불법은 아니라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헌법을 어기는 것은 법률을 어기는 것보다 훨씬 잘못된 일이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는 말을 앞세워 교묘하게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이번 판결 같은 논리가 관철된다면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의 경우 사법심사를 배제한 채 국민을 영장 없이 체포하고 이유 없이 감옥에 넣어도 손해를 배상해줄 필요가 없다는 말이 된다. 과거 검찰의 정치적 편향을 드러낸 ‘성공한 쿠데타를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에도 유신 반대 운동을 하다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긴급조치가 위헌으로 선언되기 전 그에 기초해 수사가 이뤄지고 유죄 판결을 받아 복역했다고 해서 바로 국가의 불법행위에 해당되고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해 우려를 자아낸 바 있다. 그간 과거사를 반성하고 유족들에게 사과하며 재심 청구를 인용하고 손해배상을 명하던 법원의 태도가 눈에 띄게 퇴행하면서 유신시대에 면죄부를 주려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 헌법학자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주먹으로 턱을 친 것은 불법이지만, 턱을 치기 위해 주먹을 내뻗은 것은 불법이 아니라는 말도 안 되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형식논리가 지나치면 궤변이 된다. 국가와 정권의 폭력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할 책무가 있는, 인권과 정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우리 대법원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반면 헌재는 ‘구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9조 1항과 제11조 2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은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 근로자는 단체행동권과 단체교섭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반드시 주무관청의 조정을 받게 하면서 이를 위반하면 6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초헌법적 권한을 창설한 것으로서 사후통제나 시간적 제약이 없는 명백한 위헌”이라고 재판관 전원일치로 결정했다. 아울러 “국민의 권리행사를 주무관청의 자의적 판단에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으로 포괄적 위임을 금지한 헌법 정신에도 위배된다고 밝혔다.
엄밀히 따지면 헌재의 이번 결정과 대법원의 판결은 서로 다른 성질의 것으로 무조건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판단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과거 여러 차례에 걸쳐 헌재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및 형사 재심판결을 통해 유신헌법의 긴급조치가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과도 논리적으로 모순된다. 위헌이지만 불법은 아니라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헌법을 어기는 것은 법률을 어기는 것보다 훨씬 잘못된 일이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는 말을 앞세워 교묘하게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이번 판결 같은 논리가 관철된다면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의 경우 사법심사를 배제한 채 국민을 영장 없이 체포하고 이유 없이 감옥에 넣어도 손해를 배상해줄 필요가 없다는 말이 된다. 과거 검찰의 정치적 편향을 드러낸 ‘성공한 쿠데타를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에도 유신 반대 운동을 하다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긴급조치가 위헌으로 선언되기 전 그에 기초해 수사가 이뤄지고 유죄 판결을 받아 복역했다고 해서 바로 국가의 불법행위에 해당되고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해 우려를 자아낸 바 있다. 그간 과거사를 반성하고 유족들에게 사과하며 재심 청구를 인용하고 손해배상을 명하던 법원의 태도가 눈에 띄게 퇴행하면서 유신시대에 면죄부를 주려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 헌법학자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주먹으로 턱을 친 것은 불법이지만, 턱을 치기 위해 주먹을 내뻗은 것은 불법이 아니라는 말도 안 되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형식논리가 지나치면 궤변이 된다. 국가와 정권의 폭력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할 책무가 있는, 인권과 정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우리 대법원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2013년 3월 21일 헌법재판소가 유신체제하에서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는 도구가 됐던 긴급조치 1·2·9호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자 변호인단과 피해 당사자들이 환영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