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 콘서트 연주 모습(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2013년 내한공연 당시 모습. 지휘자 사이먼 래틀(가운데)이 유려한 사운드를 이끌어냈다.
물론 따지는 사람의 기준이나 취향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먼저 다음 두 곳을 꼽는 데는 거의 이견이 없다. 바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빈 필)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베를린 필)다. 그러면 둘 중에는 어디가 더 나을까. 그에 대한 답변은 “그때그때 달라요” 정도로 해둬야겠다. 그보다는 이 악단들이 최고로 꼽히는 이유를 알아보자.
먼저 빈 필은 흔히 ‘클래식 음악의 수도’라 부르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다. 1842년 창단된 이 악단은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브루크너, 말러 등이 활약했던 유서 깊은 음악도시의 전통과 권위를 대변한다. 당연히 단원들의 자부심도 대단하고, 그에 걸맞은 최고 수준의 연주력과 음악성도 갖추고 있다. 특히 빈에 전해 내려오는 고유 악기들을 사용하고, 주법과 조율이 여타 오케스트라들과 다른 ‘빈 필하모닉 사운드’는 화려하고 찬란하기로 유명하다. 한 가지 특이점은 빈 필은 여타 악단들과 달리 상임지휘자나 음악감독을 따로 두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는 단원들이 빈 국립 오페라 극장 오케스트라 단원을 겸하는 특수성에서 기인한다.
다음으로 베를린 필은 독일 수도 베를린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다. 창단 연도는 1882년으로 빈 필보다 역사는 짧지만, 초창기부터 당대를 대표하는 최고 지휘자와 호흡을 맞추면서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중에서도 상당수 클래식 음악 애호가가 신처럼 떠받드는 전설적인 거장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와 20세기 후반 ‘지휘계의 제왕’으로 일컬어지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특히 유명하다. 근래에는 이탈리아의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영국의 사이먼 래틀의 손을 거치면서 좀 더 진취적인 악단으로 거듭났으며, 명실상부 최강의 합주력을 과시하면서 세계 오케스트라 음악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오케스트라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현명한 애호가라면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을 대표하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를 빼놓지 않을 것이다. ‘콘세르트헤바우’라는 이름은 다름 아닌 그들의 상주 공연장을 가리키는 말로, 네덜란드어로 ‘콘서트 빌딩’ 정도의 뜻이라고 한다. 1888년 창단된 이 악단도 국제적인 지명도, 탁월한 연주력, 개성적인 사운드, 거장들과 함께한 역사 등 최정상 악단이 지녀야 할 요건을 고루 갖추고 있다. 그동안 빌럼 멩엘베르흐,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리카르도 샤이 등을 수장으로 맞아 탄탄한 역량과 국제적 지명도를 유지해왔고, 특히 최근 10여 년 동안 라트비아 출신의 거장 마리스 얀손스와 함께 절정의 인기와 명성을 구가했다. 또 내년부터는 이탈리아의 중견 다니엘레 가티를 새로운 수장으로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