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서울 홍대 앞 KT&G 상상마당. 남루한 체크무늬 셔츠에 낡은 청바지를 입은 백인 남자가 무대에 올랐다. 미국 남부 시골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옷차림을 한 채, 무표정하게 10곡의 노래를 불렀다. 일렉트릭 기타 연주자가 그를 도와 효과음을 입혔다. 그의 이름은 빌 캘러핸(사진), 1990년대 초부터 활동한 미국의 싱어송라이터다.
지난해 발표한 ‘Dream River’로 해외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그의 음악은 컨트리 대부 조니 캐시와 영국 모던포크의 상징 닉 드레이크의 결합처럼 들린다. 검정색과 흰색 사이 좌표를 누비며 그는 노래와 낭송 사이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오선지로 채 표현할 수 없는 음들을 낮고 분명한 소리로 뱉는다. 누른 초원의 구도자처럼 관조적이고 성찰적이다.
회화보다 수묵담채화에 가까운 그의 음악을 눈앞에서 보고 들을 수 있던 건 소중한 기회였다. 게스트였던 백현진×방준석, 김목인의 무대에 이어 등장한 캘러핸의 공연은 앨범보다 훨씬 담백했다. 하지만 힘이 있었다. 지극히 단순한 코드 진행과 멜로디였지만 지루하기보다 오히려 몰입됐다. 이런 표현이 적합할지 모르지만 마치 산사에서 법문을 듣는 느낌이랄까. 명인의 평양냉면을 마주한 느낌이기도 했다. 자극과는 거리가 멀었다. 뺄 것도 더할 것도 없었다. 한없는 담백함 안에서 변주되고 확장되는 소리들은 좀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캘러핸의 노래와 대비돼 어떤 달인의 경지를 보여줬다.
스마트폰 한 번 들여다보지 않고 한 시간 남짓이 그렇게 흘렀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웃지 않고, 오직 음악만 연주하고 노래한 캘러핸은 앙코르 무대에 올라 몇 곡의 제목을 불렀다. 그러고는 어떤 노래를 듣고 싶은가 하고 물었다. 한국인과 외국인이 적당히 섞인 객석에서 ‘Winter Road’를 외치는 소리가 더 컸다. 지난 앨범의 끝 곡이던 이 노래가 캘러핸의 첫 내한공연에서 마지막 곡이 됐다.
공연이 끝난 후 번잡한 홍대 거리를 걸으며, 문득 11월 23일 첫 방송된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 4’(‘K팝스타’)가 떠올랐다. 첫 에피소드는 적잖이 논란과 화제가 됐다. 프로그램의 존재 의의를 다시 생각하게 했던 건 홍찬미의 무대였다. 그는 키보드를 연주하며 조용히 노래했다. 같은 회에 출연해 자작곡 ‘시간아 천천히’로 양현석, 박진영, 유희열에게 극찬을 받았던 이진아와 같은 범주로 묶을 수 있는 음악이었다. 뉘앙스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평가는 정반대였다. 유희열의 옹호에도 박진영은 중간에 노래를 끊었다. 양현석은 “그런 노래를 콘서트에서 20곡 부른다고 생각해봐라. 한 곡은 들을 수 있지만 그렇게 20곡을 부르면 어떻겠느냐”며 혹평했다. 이에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그런 노래를 듣고 싶어서 앉아 있는 사람도 많다”며 그를 옹호한 건 유희열이었다. 굳이 유희열의 말이 아니더라도, 박진영과 양현석의 태도는 참담하다는 말을 쓰기에 충분했다.
양현석과 박진영은 국내 2위, 3위 음반 기획사 대표다. ‘K팝스타’는 그런 이들을 심사위원으로 내세운 공개 채용 프로그램의 음악 판이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이 별 같은 음악인들의 권위에 기댄다면 ‘K팝스타’는 심사위원들이 음악 산업계에서 가진 영향력에 기댄다. 그래서 더 잔혹하고 예능적이다. 홍찬미에 대한 두 심사위원의 반응에서 참담함이 느껴진 건, 그들이 자신의 취향 혹은 참가자의 상업적 가치라는 칼을 거침없이 휘두르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참가자의 음악적 관심과 재능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제작자 처지에서 조언하는 ‘어른’의 모습이 없었기 때문이다.
캘러핸의 공연을,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게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적어도 양현석의 솔로에 담긴 ‘악마의 연기’ 같은 노래를 20곡 듣는 것보다는 훨씬 음악의 가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테니 말이다.
지난해 발표한 ‘Dream River’로 해외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그의 음악은 컨트리 대부 조니 캐시와 영국 모던포크의 상징 닉 드레이크의 결합처럼 들린다. 검정색과 흰색 사이 좌표를 누비며 그는 노래와 낭송 사이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오선지로 채 표현할 수 없는 음들을 낮고 분명한 소리로 뱉는다. 누른 초원의 구도자처럼 관조적이고 성찰적이다.
회화보다 수묵담채화에 가까운 그의 음악을 눈앞에서 보고 들을 수 있던 건 소중한 기회였다. 게스트였던 백현진×방준석, 김목인의 무대에 이어 등장한 캘러핸의 공연은 앨범보다 훨씬 담백했다. 하지만 힘이 있었다. 지극히 단순한 코드 진행과 멜로디였지만 지루하기보다 오히려 몰입됐다. 이런 표현이 적합할지 모르지만 마치 산사에서 법문을 듣는 느낌이랄까. 명인의 평양냉면을 마주한 느낌이기도 했다. 자극과는 거리가 멀었다. 뺄 것도 더할 것도 없었다. 한없는 담백함 안에서 변주되고 확장되는 소리들은 좀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캘러핸의 노래와 대비돼 어떤 달인의 경지를 보여줬다.
스마트폰 한 번 들여다보지 않고 한 시간 남짓이 그렇게 흘렀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웃지 않고, 오직 음악만 연주하고 노래한 캘러핸은 앙코르 무대에 올라 몇 곡의 제목을 불렀다. 그러고는 어떤 노래를 듣고 싶은가 하고 물었다. 한국인과 외국인이 적당히 섞인 객석에서 ‘Winter Road’를 외치는 소리가 더 컸다. 지난 앨범의 끝 곡이던 이 노래가 캘러핸의 첫 내한공연에서 마지막 곡이 됐다.
공연이 끝난 후 번잡한 홍대 거리를 걸으며, 문득 11월 23일 첫 방송된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 4’(‘K팝스타’)가 떠올랐다. 첫 에피소드는 적잖이 논란과 화제가 됐다. 프로그램의 존재 의의를 다시 생각하게 했던 건 홍찬미의 무대였다. 그는 키보드를 연주하며 조용히 노래했다. 같은 회에 출연해 자작곡 ‘시간아 천천히’로 양현석, 박진영, 유희열에게 극찬을 받았던 이진아와 같은 범주로 묶을 수 있는 음악이었다. 뉘앙스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평가는 정반대였다. 유희열의 옹호에도 박진영은 중간에 노래를 끊었다. 양현석은 “그런 노래를 콘서트에서 20곡 부른다고 생각해봐라. 한 곡은 들을 수 있지만 그렇게 20곡을 부르면 어떻겠느냐”며 혹평했다. 이에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그런 노래를 듣고 싶어서 앉아 있는 사람도 많다”며 그를 옹호한 건 유희열이었다. 굳이 유희열의 말이 아니더라도, 박진영과 양현석의 태도는 참담하다는 말을 쓰기에 충분했다.
양현석과 박진영은 국내 2위, 3위 음반 기획사 대표다. ‘K팝스타’는 그런 이들을 심사위원으로 내세운 공개 채용 프로그램의 음악 판이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이 별 같은 음악인들의 권위에 기댄다면 ‘K팝스타’는 심사위원들이 음악 산업계에서 가진 영향력에 기댄다. 그래서 더 잔혹하고 예능적이다. 홍찬미에 대한 두 심사위원의 반응에서 참담함이 느껴진 건, 그들이 자신의 취향 혹은 참가자의 상업적 가치라는 칼을 거침없이 휘두르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참가자의 음악적 관심과 재능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제작자 처지에서 조언하는 ‘어른’의 모습이 없었기 때문이다.
캘러핸의 공연을,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게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적어도 양현석의 솔로에 담긴 ‘악마의 연기’ 같은 노래를 20곡 듣는 것보다는 훨씬 음악의 가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