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이 2012년 영화 ‘도둑들’로 화려하게 부활하기 전까지 그의 대표작은 2001년 개봉한 곽재용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엽기적인 그녀’였다. ‘엽기적인 그녀’는 1999년 8월부터 대학생 김호식 씨가 PC통신 나우누리 유머란에 연재해 호평받은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는 관람객 488만 명을 기록하며 공전의 히트를 했고, 전지현은 엽기적인 행각을 일삼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그녀’ 역을 맡아 견우 역 차태현과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이 작품이 대학로에서 연극으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기대보다 우려가 컸던 이유는 이미 한 차례 이 작품의 리메이크가 망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리메이크 영화 ‘마이 쎄씨 걸’이 평단 혹평을 받고 대다수 국가에서 개봉도 못한 채 DVD로 직행하는 수모를 당했다. 한국적 정서에서 비롯한 코미디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 그렇다면 대학로 연극에서는 그 맛이 잘 살았을까.
공연 전 멀티맨 역의 배우가 관객에게 퀴즈를 내고 선물을 증정하는 시간이 있는데, 한 중년 여성 관객에게 공연을 보러온 이유를 묻자 “예전에 본 영화와 얼마나 다르고 또 비슷할지 궁금해서”라고 답했다. B급 ‘엽기 코드’를 공유하며 즐기던 세대라면 그 부분이 궁금할 것이다. 연극은 영화의 기본 내용을 그대로 따라간다. 지하철 만취 장면이나 교복을 입고 나이트클럽에 가는 장면도 그대로 재현했다. 코미디도 합격점이다. 목석같던 관객도 땀을 뻘뻘 흘리는 배우들 열연에 시간이 갈수록 얼굴 근육을 푸는 모습이었다.
영화와 다른 점은 ‘분신’의 존재. 영화에서 내레이션으로 처리했거나 미처 보여주지 못한 속마음을 분신들이 등장해 연기로 표현했다. 엽기적인 그녀의 분신은 그와는 정반대로 수줍은 여성이고, 어수룩하고 소심한 견우의 분신은 화끈한 열혈남이다. 영화에서 전지현이 습작하던 시나리오는 웹툰으로 바뀌었다. 웹툰 내용을 분신들이 보여주는데 “두근두근” “시무룩시무룩” “발그레발그레” 등의 의성어, 의태어만으로 처리한 대사로 웃음을 준다.
그런데 이 부분, 어디서 본 듯하다. 2007년부터 대학로에서 장기 공연한 카툰 뮤지컬 ‘두근두근’이 극중극으로 들어간 느낌이다. 알고 보니 ‘엽기적인 그녀’와 ‘두근두근’ 모두 같은 연출가(정세혁)의 손에서 나온 작품이었다. 다소 ‘오글거리는’ 극중극을 즐기느냐 즐기지 못하느냐에 따라 극에 대한 만족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스토리가 어렵지 않아 쉽게 따라갈 수 있다. 굳이 따지자면 가족 나들이보다 연인들 데이트 코스에 넣었을 때 만족도가 높을 작품이다. 극중극 대사에는 묘한 중독성이 있어 작품이 끝나고도 되뇌며 장난치는 커플 관객이 꽤 보였다. 오픈런 예정. 11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츠플레이씨어터.
이 작품이 대학로에서 연극으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기대보다 우려가 컸던 이유는 이미 한 차례 이 작품의 리메이크가 망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리메이크 영화 ‘마이 쎄씨 걸’이 평단 혹평을 받고 대다수 국가에서 개봉도 못한 채 DVD로 직행하는 수모를 당했다. 한국적 정서에서 비롯한 코미디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 그렇다면 대학로 연극에서는 그 맛이 잘 살았을까.
공연 전 멀티맨 역의 배우가 관객에게 퀴즈를 내고 선물을 증정하는 시간이 있는데, 한 중년 여성 관객에게 공연을 보러온 이유를 묻자 “예전에 본 영화와 얼마나 다르고 또 비슷할지 궁금해서”라고 답했다. B급 ‘엽기 코드’를 공유하며 즐기던 세대라면 그 부분이 궁금할 것이다. 연극은 영화의 기본 내용을 그대로 따라간다. 지하철 만취 장면이나 교복을 입고 나이트클럽에 가는 장면도 그대로 재현했다. 코미디도 합격점이다. 목석같던 관객도 땀을 뻘뻘 흘리는 배우들 열연에 시간이 갈수록 얼굴 근육을 푸는 모습이었다.
영화와 다른 점은 ‘분신’의 존재. 영화에서 내레이션으로 처리했거나 미처 보여주지 못한 속마음을 분신들이 등장해 연기로 표현했다. 엽기적인 그녀의 분신은 그와는 정반대로 수줍은 여성이고, 어수룩하고 소심한 견우의 분신은 화끈한 열혈남이다. 영화에서 전지현이 습작하던 시나리오는 웹툰으로 바뀌었다. 웹툰 내용을 분신들이 보여주는데 “두근두근” “시무룩시무룩” “발그레발그레” 등의 의성어, 의태어만으로 처리한 대사로 웃음을 준다.
그런데 이 부분, 어디서 본 듯하다. 2007년부터 대학로에서 장기 공연한 카툰 뮤지컬 ‘두근두근’이 극중극으로 들어간 느낌이다. 알고 보니 ‘엽기적인 그녀’와 ‘두근두근’ 모두 같은 연출가(정세혁)의 손에서 나온 작품이었다. 다소 ‘오글거리는’ 극중극을 즐기느냐 즐기지 못하느냐에 따라 극에 대한 만족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스토리가 어렵지 않아 쉽게 따라갈 수 있다. 굳이 따지자면 가족 나들이보다 연인들 데이트 코스에 넣었을 때 만족도가 높을 작품이다. 극중극 대사에는 묘한 중독성이 있어 작품이 끝나고도 되뇌며 장난치는 커플 관객이 꽤 보였다. 오픈런 예정. 11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츠플레이씨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