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9일 제주도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3호선 버터플라이가 노래하고 있다.
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지인이 제주에 내려간 건 2010년 겨울. 난생처음 제주를 방문했고, 그때 홀랑 마음을 빼앗겼다.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 하늘과 바다가 있었고, 제주만의 시골 풍경이 있었다. 그 후 한 달에 일주일씩 제주를 찾게 됐다. 진지하게 제주 이주를 고민한 적도 있었다. 이 게스트하우스의 이름은 쫄깃쎈타고, 지인 이름은 메가쑈킹만화가다. 여기서 뭔가 공연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건 직업병 때문이었다. 좋은 장소를 알게 되면 음악으로 연결하려고 하는, 언젠가부터 생긴 습관 말이다.
공연을 시작하는 건 쉽지 않았다. 일단 장비가 없었다. 버스킹 앰프를 준비해 날씨 좋을 때 인근 협재해수욕장에서 공연하고 싶었지만 주민과의 마찰이 걸림돌이었다. 쫄깃쎈타 지하 DVD룸에 앰프와 마이크를 설치하는 방법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음향이 걸림돌이었다. 울림이 심한 공간인 데다 장비가 들어가면 엔지니어가 필요한데 이걸 어떻게 해결하겠는가. 무엇보다 공연이 곧 비즈니스인 뮤지션에게 열악한 환경을 제공할 수는 없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준 건 다름 아닌 시간이었다. 트위터를 통해 제주 여행을 중계하다 보니 주변 뮤지션들의 부러움과 관심이 돌아왔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제주를 찾았고 쫄깃쎈타에 머물며 몇 차례 공연을 진행했다. 열악하나마 앰프와 마이크가 있는 공연이었다. 공연들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최상의 조건을 갖출 수 없다면, 아무런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은 아닐까 하고. 노래를 잘한다면, 기타를 잘 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겠나. ‘노 플러그드’라는 콘셉트는 그렇게 떠올랐다.
이렇게 시작한 공연은 홍보조차하지 않았다. 미리 날짜만 공지한 후 누가 출연하는지 밝히지 않았다. 6월 마지막 주말, 공연 한 시간 전에야 ‘짙은’의 공연이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폭발했다. 쫄깃쎈타 전화기는 계속 울려댔다. 쫄깃센타 거실에서 짙은의 목소리와 기타가 울려 퍼졌다. 상상 이상의 울림과 집중력이 있었다.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공연이 끝날 때쯤 스티브 잡스가 즐겨 쓰던 ‘어섬(awesome)’이란 단어로 바뀌어 있었다.
그 이후 다른 뮤지션들에게 이 콘셉트의 공연에 대해 좀 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에! 너나없이 하겠다고 했다. 한 달에 한 팀씩으로도 부족해 비수기에는 한 달에 두 번씩 해도 모자랄 판이다. 인디신도 어느 정도 비즈니스 논리로 움직이는 상황이지만, 그걸 뛰어넘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과 밀도 있는 공연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마음을 열게 하는 섬, 제주에서의 특별한 시간이 매달 기다린다. 모두가 큰 걸 얘기하지만, 더 작고 더 내밀할수록 아름다운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