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오후에 사고가 났습니다. 제가 남성 장애인들의 목욕을 도와준 뒤 옷을 입히고 머리를 말려줄 때였습니다. 한 여성 봉사자가 그 장애여성을 수건으로 감싸서 안고 가다 거실 바닥에 떨어뜨린 것입니다. 순간 알몸으로 버둥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곧 고개를 돌렸지만 그 장면은 7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합니다. 만약 장애가 없었다면 그도 18세라는 예민한 나이에 타인의 시선에 자신의 알몸을 방치하지 않았겠지요. 여성성을 드러낼 기회도 없이 살아가는 장애여성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761호 커버스토리 ‘그 여자의 속사정’을 준비하면서 저는 장애여성의 사랑과 양육 문제를 취재하겠다고 자청했습니다. 비장애인이고 남성인 저부터 깨고 싶었습니다. 장애여성문제 활동가와 대화를 나누고, 단체가 발간한 자료집과 관련 책을 읽으며 장애여성의 삶을 공부했습니다. 어느 정도 알고 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여성 장애인 서지원 씨를 만났을 때 충격은 적지 않았습니다. 편견으로 가득한 우리 사회의 시선에 같이 절망하고, 그럼에도 당당하고 쾌활하게 살아가는 서씨의 삶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직접 만나지 않았다면 모르고 살았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