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roshi Sugimoto, ‘Polar Bear’(1976), Gelatin silver print,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Purchase, Charina Foundation Gift 1984
여기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이 사진은 어디서 찍은 걸까요? 북극곰이니 당연히 북극에서 찍었을 거라고요? 작가의 말을 들어보죠.
“1974년 뉴욕에 처음 도착해 자연사박물관을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누가 봐도 가짜 티가 나는 배경에다 박제된 동물이었지만, 한쪽 눈을 감은 채 언뜻 스치듯 보면 모든 ‘시점’이 사라지면서 진짜처럼 보이는 겁니다. 세계를 카메라처럼 포착하는 방법을 발견한 거죠.”
네, 수기모토의 북극곰 사진에는 북극곰이 없습니다. 살인적인 추위도 없습니다. 자연사박물관의 모형 세트 안에서 찍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이 사진은 사진의 본질인 ‘진실성’에 큰 의문을 제기합니다.
현재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Reality Check: Truth and Illusion in Contemporary Photography’에는 수기모토의 사진을 포함해 모두 30점의 사진이 전시되고 있는데요, ‘사진은 곧 진실’이라는 명제를 흔드는 현대사진들을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시입니다. 전시장 입구에는 곧 폭발할 것 같은 다이너마이트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다이너마이트가 쌓여 있는 실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관객들은 공포감에 휩싸입니다. 적어도 토마스 데만트(Thomas Demand)의 작품 ‘Attempt’에 등장하는 모든 사물이 실은 종이로 정교하게 만든 세트라는 것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죠.
사진의 진실이 조작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동안 ‘이건 가짜가 분명해’라고 확신한 조엘 스턴펠드(Joel Sternfeld)의 ‘After the Flash Flood, Rancho Mirage, California, July 1979’이 실제 대홍수로 피해를 본 지역을 찍은 사진이라는 걸 알고 나면 사진의 진실게임이 더욱 복잡한 구조임을 깨닫습니다. 진실과 허구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현대사진의 행보에 주목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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