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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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만보

도시 숨소리 통해 인류를 읽는다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7-02-27 14: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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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문명의 꽃
    앤드류 리즈 지음/ 허지은 옮김/ 다른세상/ 224쪽/ 1만2000원


    “도시의 형성은 기원전 4000년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석기혁명으로 필요한 양보다 많은 식량을 얻게 된 인류는 정착생활을 시작한다. 살기 좋은 곳으로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도시가 형성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때 생겨난 도시 중 많은 수가 현재에 이르기까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류 역사는 곧 도시의 역사이며, 도시 발전사는 곧 문명의 발전사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도시는 다양한 사람이 모인 새로운 공간으로, 때로는 정복자의 충실한 본거지, 때로는 혁명의 무대로 모습을 바꾸며 역사의 순간에서 결정적 구실을 해왔다. 오랫동안 도시와 도시민에 관심을 쏟아온 저자는 이 책에서 도시가 걸어온 길,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다룬다.

    로마에 역사상 최초로 도시 계획을 적용하고 도시 환경을 개선한 사람은 희대의 폭군으로 알려진 네로 황제다. 네로는 로마 건물의 높이를 제한했고, 건물을 지을 때는 내화성 건축재를 쓰게 했다. 또한 도로의 최소 폭을 법으로 규정하고 각 도로도 계획대로 배치했다. 네로는 업적을 위한 도구가 아닌, 공공의 목적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대규모 건축 사업을 진행했다.

    신석기혁명 덕에 고대 도시가 탄생했듯이, 산업혁명은 19세기와 20세기 초 도시가 급증하는 도화선 구실을 했다. 도시의 성장은 공장이 확산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농촌 인구가 공장이 있는 도시로 이동했다. 1850년 무렵에는 전 유럽의 도시 인구 절반이 외지 출신이었다. 미국에서도 시골지역과 대서양 건너로부터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대규모 도시에 인구 유입 현상이 일어났다. 1890년 뉴욕 등 대도시 거주민의 4분의 3가량이 외지 출신이거나 외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람이었다.



    제1, 2차 세계대전은 도시와 도시민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도시는 인구가 적은 시골보다 전쟁의 영향에 훨씬 취약했고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됐다. 도시의 수많은 건물과 사회 기반 시설이 전쟁의 포화로 파괴됐고, 도시민 수백만 명도 목숨을 잃었다. 희생된 도시민 대부분이 민간인이었다. 한때 번성했던 많은 도시가 폭격으로 파괴되거나 상처를 입어 우아한 면모를 잃었다. 

    도시는 완벽함과는 거리가 먼 공간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이 도시로 몰려드는 이유는 지금보다 나은 삶을 꿈꾸기 때문이다. 그동안 도시는 이렇게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했고, 그들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항상 역동적인 공간이 됐다. 

    21세기 현재 세계 곳곳의 도시는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메가시티’로 몸집을 계속 불리고 있다. 이와 동시에 범죄 등 다양한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엔 여러 환경 문제가 도시민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도 그랬듯, 도시는 인류의 오늘과 미래를 만들어가는 장소다. 저자가 주목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고발(告發)
    반디 지음/ 다산책방/ 276쪽/ 1만3800원


    북한에 살고 있는 작가가 목숨을 걸고 써서 반출한 소설. 남편은 우연히 아내의 피임약을 발견했고, 얼마 뒤 자신이 출근하면 또 밥을 한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자 아내를 의심한다. 아내는 정말 바람을 피우는 것일까. 어느 날 기술혁신 작업반에서 야근이 일찍 끝나 귀가했는데, 문 뒤에 서 있는 검은 그림자를 발견하고….





    글로벌 트렌드 2035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지음/ 박동철 외 4인 옮김/ 한울/ 320쪽/ 1만5500원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과 더불어 미국과 세계의 불안정성이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책은 세계의 정치, 경제, 기술, 이념, 테러와 분쟁, 기후 변화, 인구를 중심으로 이 요소들의 변화 추세를 분석하고 그것들이 상호작용함으로써 구성될 미래 세계의 모습을 예측한다. 미래는 지금보다 더 큰 위기로 가득하지만 그만큼 기회와 가능성도 담겨 있음을 강조한다.




    A급 전범의 증언
    극동국제군사재판소 엮음/ 김병찬 외 3인 옮김/ 언어의 바다/ 508쪽/ 2만2000원

    일본 육군대신과 참모총장을 겸임한 도조 히데키는 도쿄전범재판 내내 일본의 자위를 위해 태평양전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일본에 군사적 공격을 가하며 위협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도조는 “미국이 미·일통상조약을 폐기해 경제적 압박을 가했다”고 동문서답했다. 아직 청산되지 않은 일본 군국주의의 실체를 도조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다.





    아침 3분 데카르트를 읽다
    오가와 히토시 지음/ 이정환 옮김/ 나무생각/ 220쪽/ 1만2800원


    시대를 초월해 내려오는 철학에는 하루를 바꿀 강력한 힘이 있다. 철학은 일상과 동떨어진 관념이 아니다. 성실히 살고 있다고 자부하면서도 어딘가 공허하고 자존감이 없어진다면 잠시 숨을 골라야 한다. 저자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로 유명한 데카르트의 저서에서 현대인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내용을 발췌하고, 사고를 확장하는 해설을 덧붙였다.





    애자일 조직혁명
    스리람 나라얀 지음/ 홍유숙 옮김/ 처음북스/ 464쪽/ 2만 원


    영어 ‘Agile’에는 ‘민첩하다’란 뜻이 있다. 이 책에서는 ‘애자일’이란 기존 조직을 민첩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민첩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보기술(IT) 기업은 최신 기술로 상품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계속하면서도 조직은 구태의연한 상명하복식 위계질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변화에 재빨리 대응하는 조직을 만드는 법을 다룬다.





    헌법의 상상력
    심용환 지음/ 사계절/ 352쪽/ 1만6000원


    헌법은 한 나라의 정치, 정부 조직, 권력의 제한, 국민의 일상생활 등을 규정하는 최상위 규범이다. 그 바탕에는 한 시대의 변화상과 민중이 요구하는 가치가 담겨 있다. 저자는 대한민국 헌정사를 여러 나라의 역사는 물론, 인간 본성과 사회 구조에 관한 근현대 석학들의 사상과 비교하면서 우리 헌법의 주인이 우리 국민임을 깨우쳐준다.





    식탐일기
    정세진 지음/ 파피에/ 272쪽/ 1만6000원

    역사적으로 유명한 26명이 사랑한 음식 이야기. 이탈리아 카트린 드메디시스는 프랑스 앙리 2세의 왕비가 된 뒤 이탈리아 음식문화를 프랑스에 전수했다. 프랑스 궁정의 식탁에 포크를 올렸고, 수탉의 볏과 콩팥 음식을 특히 즐겼다. 바흐는 이슬람 음료인 커피를 유난히 사랑했다. 바흐의 커피 사랑은 ‘커피 칸타타’를 작곡한 데서도 드러난다.





    김영호의 유통혁명
    김영호 지음/ 빨간코끼리/ 266쪽/ 1만4800원


    대면판매가 기본인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유통산업이 4차 산업혁명에서 선두주자가 되려면 21세기형 유통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저자는 선진국과 선진도시를 찾아가 그곳에서 유행하는 핫 아이템이나 사업을 조사했다. 그곳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벤치마킹해야 하는지, 특별한 마켓 부활의 10가지 해법을 정리했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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