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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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 편집장 김진수

    입력2008-08-18 13: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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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메달을 따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정말 죄송합니다.”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 권총 50m에서 은메달을 땄던 진종오 선수가 8월9일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공기권총 10m에서 은메달에 머문 뒤 한 말입니다.

    금메달을 따지 못해 죄송하다? 은메달 따면 국민에게 이렇듯 깍듯이 사과해야 하는 걸까요? 그는 이틀 뒤 기어이 금메달을 거머쥐며 한국 사격의 16년 ‘노(No)골드’ 한을 풀긴 했습니다.

    이보다 앞선 8월9일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남자 유도 60kg급의 최민호 선수. 다섯 경기 연속 한판승을 거둔 그의 화끈한 전적 그리고 그가 흘린 눈물은 감격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눈길은 최 선수에게 졌음에도 경기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며 되레 그의 손을 들어준 오스트리아 은메달리스트 루트비히 파이셔에게도 쏠렸습니다. 진정한 무도(武道)와 스포츠 정신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요?

    패자(敗者)는 바로 잊혀져야만 하는 승자독식주의. 우리나라에선 이런 의식이 유난히도 심한 듯합니다. 최 선수가 금메달을 받고 나서 “아테네올림픽에선 메달을 딴 것만으로도 기뻤는데, 한국에 와보니 주위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 메달리스트들과 같이 다니는데 금메달리스트들 뒤에 혼자 있어야 했고, 외롭고 힘들었다”고 토로했듯, 금메달의 후광은 은메달리스트는 물론 노메달 선수들에겐 그야말로 좌절과 방황의 그림자를 드리울 정돕니다. 말 그대로 ‘죄인 아닌 죄인’ 신세입니다. 금메달 획득이 명예, 부(富)와 직결되는 철상철하(徹上徹下)한 보상 시스템 역시 이 같은 희비 쌍곡선을 부채질하는 요인이겠지요.



    그러나 그 정도가 과하다고 여기는 건 비단 저만의 퉁일까요?

    죄와 벌

    <b>편집장</b></br> 김진수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의 남자 수영 400m 자유형 결승전이 열린 8월10일. 우리 지상파 방송사들의 중계방송은 그야말로 ‘광분(狂奔)’ 모드였습니다. 침착해야 할 캐스터와 해설자들이 먼저 흥분해 고함을 지르며 “금메달”을 외치는 광경을 대하면서 중계에도 격(格)이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씁쓰레한 뒷맛을 지우기 힘들었습니다.

    까짓것 금·은·동이 아니라 ‘돌’메달이면 어떻습니까. 기록 쑥쑥 올리고 메달 색깔에 연연하는 것만이 올림픽의 전부는 아니잖습니까.

    너무 인색해지지 맙시다, 우리! ‘진짜 죄인’들에게 어처구니없이 후해빠진 이번 광복절 특사는 예외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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