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짱 꽝돌이’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1965년경 일본에서는 동명의 TV 드라마가 제작돼 또다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TV 드라마의 시청률은 당시 27%에 달했다.
애니메이션은 원작의 연재가 종료된 뒤 무려 25년이 지난 1991년이 돼서야 제작됐는데, 후지TV를 통해 총 47편의 에피소드(각 25분)가 전파를 탔다. 국내에서는 투니버스 방송분이 최초다.
초등학교 3학년생인 주인공 꽝돌이의 성장기를 다룬 코믹물인 ‘말짱 꽝돌이’는 운동, 음악, 공부 어느 것 하나 잘하지 못하는 꽝돌이와 그의 아빠가 발명한 로봇이 함께 벌이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꽝돌이의 일본 원작 속 이름인 ‘마루데 다메오’는 일본어로 ‘지극히 한심한’이라는 뜻으로, 무엇을 해도 제대로 되지 않는 꽝돌이에 대한 은유다. 원작자 모리타 겐지는 그 밖의 다른 이름에도 일본어 말장난을 많이 이용했다. 꽝돌이의 아빠 이름을 하게오(‘대머리’라는 뜻)라고 한다거나, 집안일 외에는 내세울 만한 점이 없는 특이한 로봇 ‘보롯’ 앞에만 나타나는 돌아가신 꽝돌이 엄마의 이름을 유메요(‘꿈이다’라는 뜻)라고 부르는 등.
하지만 애니메이션 버전 ‘말짱 꽝돌이’는 세상을 떠난 엄마의 부탁으로 꽝돌이를 돌봐주는 보롯과 꽝돌이의 관계가 ‘도라에몽’(1973년작) 시리즈의 진구(노비타)와 도라에몽의 관계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제작사 측은 이를 완강히 부인하며 “‘도라에몽’에는 비현실적인 에피소드가 많이 등장하는데, ‘말짱 꽝돌이’는 좀더 현실적인 드라마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말짱 꽝돌이’의 진짜 매력은 시도하는 일마다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결코 포기하는 법을 모르는 용기 있는 소년 꽝돌이와 언제나 그의 편인 든든한 친구들에게 있다. 이런 친구들이 있는 한 꽝돌이는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그러는 사이 저도 모르게 훌쩍 어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3학년생인 꽝돌이와 그의 친구들은 누구의 인생에도 풀기 힘든 숙제가 있게 마련이라고, 그러니 아직 절망할 때는 아니라고 우리를 다독여준다. 이 점이야말로 작가가 시청자들에게 전하려는 진짜 이야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