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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순조 때 호조참의를 지낸 윤기(尹·1741~1826)는 ‘무명자집(無名子集)’에서 색깔에 관해 말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색이다. 하늘과 땅, 사람과 만물, 자연의 색이 있고 복식과 기용(器用), 회화의 색이 있다. 그런데 숭상하는 색이 시대마다 다른 것은 무슨 까닭인가.’ 물론 다른 색을 선호한 것은 각 시대를 살아간 사람만이 아니다. 덥거나 추운 지역마다 차이가 있고, 배경이 다른 나라마다 각각 차이가 있다. 모두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화가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이 12월 14일부터 열고 있는 ‘때깔, 우리 삶에 스민 색깔’ 특별전은 여느 전시회와 다르다. 과거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에 스며 있는 때깔을 보여주는 것이 주제다. 전시 구분도 크게 단색(單色), 배색(配色), 다색(多色)이다. 이를 보여주고자 선비의 단아한 흑백 학창의와 흑초는 물론, 나이 50을 맞아 적초의를 입고 화려하게 꾸민 ‘흥선대원군 초상화’, 황금빛 용포를 입은 49세의 ‘고종황제 어진’, 그리고 청색과 황색의 색감이 분명한 ‘일월오봉도’를 전시하고 있다. 또 색동두루마기 같은 전통생활품과 정해조의 공예작품 ‘오색광율’, 구본창의 백자달항아리 사진 등 현대 작품에 이르기까지 총 350여 점의 자료와 영상물이 나온다.
이번 전시회는 관람객에게 새로운 시각을 선사한다. 전통문화의 색깔인 오방색이 색다른 전시 기법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전한다. 흰색 전시실에서는 달항아리 사진과 하얀 바탕에 백자 필통을 앞에 둔 선비의 초상화를 소개한다. 흰빛에 소매가 넓고 옷 가장자리가 흑색인 학창의와 함께 선비문화를 흑백의 색깔로 나타냈다. 파란색 전시실에는 청자와 청화백자를 배경으로 쪽염으로 염색한 옷감들이 있다. 붉은색 전시실에서는 권위를 상징하는 왕실의 붉은 옷과 함께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인을 결속시킨 ‘비 더 레즈(Be the Reds)’ 티셔츠를 선보인다. 황색 전시실에는 왕의 곤룡포 양어깨와 앞뒤에 다는 오조룡보가 있다.
한국 전통색을 연구해온 문은배 청운대 교수는 “오방색은 현대 개념으로 말하면 물감의 삼원색이다. 문헌에는 오방색을 기본으로 다섯 가지 색이 상생·상극작용을 일으키며 섞여 139개 정도의 다른 색 이름이 나온다”고 말한다. 한국인의 삶에 깊이 투영된 색의 상징과 색감을 이번 전시회에서 탐색할 수 있다.
현대에 와서 색깔은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그리고 외국인들은 한국의 색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전시회장의 영상 인터뷰는 “각자가 자기 취향에 맞게 좋아하는 색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한다. 내년 독일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에서 한국 민속유물을 전시하고자 서울에 와 있는 카를 트리슈 전시과장은 “한국 축구에 대한 인상으로 붉은색이 한국의 색처럼 보인다”고 했다. 이 특별전은 내년 2월 26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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