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간을 이식받고 새 삶을 살고 있는 탤런트 양택조(오른쪽 끝)가 지난 4일 오후 병실에서 외아들 형석 씨(가운데), 아내 이운선 씨와 함께 행복한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5월9일 SBS TV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 아침’에 출연한 양택조는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의 간을 받으려 하겠냐. 토끼와 거북이도 아니고, 처음에는 완강하게 반대했는데…”라며 아들의 깊은 효심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아들 형석 씨는 “아버지가 올해 설 연휴에 두 번째로 쓰러지셨을 때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 상태로 가면 길어야 2년이고, 자칫 잘못하면 몇 달 안에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주치의의 말을 듣고 정말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이 들었는데, 이제 아버님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더 이상 무리하지 않고 오래도록 사셨으면 좋겠다”라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1966년 동양방송 라디오 성우로 연예계에 데뷔, TV와 영화를 오가며 수많은 작품에서 개성적인 연기를 보여준 양택조에게 건강의 적신호가 켜진 것은 5년 전이다. 어느 날 갑자기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간경화로 악화되고 말았다. 결국 2003년 10월 SBS TV 드라마 ‘때려’에 출연했을 때 간경화의 부작용으로 생긴 식도정맥류 때문에 쓰러져 작품에서 중도하차했다. 그리고 이후 일(연기) 욕심 때문에 의사의 말을 외면한 채 영화 ‘고독이 몸부림칠 때’ 등에 출연하더니 2월 초 식도정맥류가 재발,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아들로 인해 새 생명을 얻은 양택조는 “더욱 값진 인생을 살도록 노력하겠다”라며 빙긋이 웃었다.
독특한 음성과 개성 있는 캐릭터로 40여년 동안 브라운관을 누벼온 홍성민은 2일 서울 노원시립시각장애인복지관의 동료 40여명과 함께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스튜디오를 견학했다. 시각장애인의 자격으로 방송사를 찾은 그는 “말할 수 없이 기쁘다. 눈이 아니라 귀로 모든 걸 볼 수 있다”며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었다.
홍성민이 눈에 이상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은 6년 전. 99년 말 KBS 2TV 드라마 ‘꼭지’에 출연했을 때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망막증으로 대본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드라마가 끝날 즈음에는 녹음을 통해 귀로 대사를 외웠을 정도였다. 이후 홍성민은 브라운관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췄고, 수차례 수술을 받았는데도 지난해 여름 완전히 시력을 잃고 말았다. 현재 낮과 밤만을 겨우 구별하는 수준이다.
그동안 수입이 없다 보니 생활고까지 겹쳐 좌절의 나락을 헤매던 그에게 용기를 준 사람은 다름 아닌 가족이었다. 딸은 아버지를 위해 선글라스를 선물해줬고, 아들은 아버지에게 연기에 대한 열의를 북돋워줬다.
몇 달 전 MBC TV 드라마 ‘제5공화국’의 정주영 역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지만 여러 가지를 고려해 다음 기회로 출연을 미뤘다는 홍성민은 “몸은 불편하지만 정신이 건강한 동료들과 생활하면서 연기자 출신 장애인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겁니다. 단역이라도 좋습니다. 시각장애인 역을 맡아 당당하게 카메라 앞에 서고 싶습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