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식성(人之食性)이란 말이 있다. 음식에서 기질이 나온다는 뜻이다. 같은 물이라도 뱀이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된다.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에 있는 말로 선한 인연의 씨를 심으려면 음식부터 가려 먹는다는 뜻이다.
죽순은 예로부터 선비들이 그 부드럽고 순후한 맛 때문에 선호하던 음식 중 하나다. 그것도 여름이 시작되는 오뉴월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계절 음식이었다. 죽순회와 죽순탕도 별미지만 그보다는 죽순찜이 윗자리에 놓였다. 죽순회는 초고추장과 어울리고 죽순탕은 논우렁과 된장의 어울림이다.
죽순찜 만들기는 품이 많이 들고 속(고명)을 박는 양념맛이 좌우한다. 토막낸 죽순 속을 작은 칼로 조심스럽게 파내고, 잘게 다진 돼지고기와 채소, 달걀 노른자 등을 섞어 양념 속을 만든다. 이렇게 건사하여 찜통에서 알맞게 찐다. 아삭거리고 혀에 감기는 순후한 맛이 대숲바람처럼 청렬하고 순후하다. 기질로는 외유내강으로 가는 청기(淸氣)를 타는 음식이다.
담양읍 민속식당(강정자, 061-381-2515)에 가면 계절을 타지 않고 먹을 수 있으나 죽순찜은 예약주문일 때만 가능하다. 냉동품이 아닌 죽순찜을 꼭 제철을 찾아 맛을 즐기려면 5~6월 약 한 달간은 김금순(담양읍 가산리 2구 728번지, 061-382-3892)에게 간청하면 먹을 수 있다.
맹종죽은 5월 초순, 분죽은 5월25일~6월 초순 것이 제 맛이다. 옛사람들은 초물 죽순은 충해(蟲害)를 입지 않아 대로 키우고, 두물 죽순은 충해 때문에 식용으로 했다. ‘죽물쟁이 한 세월’이란 말도 있었지만 요즘은 플라스틱이나 중국산에 치어 담양의 죽물시장도 시들었다.
고작해야 죽부인(竹夫人)이나 사다가 여름 대청에 옛 어른들처럼 발랑 누워 껴안고 잠을 청할 수밖에. 합죽선이나 쥘부채를 찾는 일도 드물다. 방구연이나 태극연을 만들어 겨울 바람에 띄울 일도 없고, 대 도롱태(굴렁쇠)를 만들어 굴릴 일도 없다. 88올림픽 개막식전에서 전 세계 인구를 잠재우던 그 도롱태도 대가 아닌 플라스틱이었다. 조그만 아이가 그라운드를 달리며 도롱태를 굴리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한강권의 문화와는 달리 남도는 어디를 가나 대밭 천지다. 그 대밭에 5~6월이면 죽순이 별처럼 총총하다. 대원군이 ‘팔역지’에서 말한 대로 한수(漢水) 이북은 돌이요 이남은 난초라 했는데 여기에 더 얹는다면 허균이 ‘도문대작’에서 말한 대로 죽순은 노령 이남이다. 중부권만 올라가도 우리 국토는 대가 귀해진다. 손에 댓가지를 들면 그는 영락없는 남도 무당이고 도롱태를 굴리면 그는 남도 아이다. 손에 죽창을 들면 남도 의병이고 붓을 들면 남도 시인이거나 예인이다.
그러므로 대숲 고향이야말로 남도인이 사는 광대들의 고향이다. 여기서 솟은 것이 남도가락이며 남도풍류다. ‘문안에 들면 대가 있고, 방안에 들면 난초가 있다’는 말은 예인들이 그 기질을 말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여기서 솟은 것이 시나위가락 즉 민중의 산조(散調)이고, 판소리가락이며 남도음식이다. 음식 맛이 그늘을 칠 때 그들은 ‘개미가 쏠쏠하다’고 국어사전에도 없는 말을 쓴다. ‘그늘’이란 대숲바람이 던지는 쇄락 청명한 가락이며 검약과 절제로 뜨는 휘늘어진 가락이다.
// 봉당 밑에 깔리는 대숲바람소리 속에는/ 대패랭이 끝에 까부는 오백년 한숨, 삿갓머리에 후둑이는/ 밤 쏘낙 빗물 소리…// 머리에 흰 수건 쓰고 죽창을 깎던, 간 큰 아이들, 황토현을 넘어가던/ 징소리 꽹과리 소리들….
이는 필자의 ‘대숲바람소리’란 시의 일부분이지만 이제 맹종죽도 끝나고 분죽순 철도 지나간다. 죽순맛을 보지 않고 감히 남도음식을 논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이야기다.
죽순은 예로부터 선비들이 그 부드럽고 순후한 맛 때문에 선호하던 음식 중 하나다. 그것도 여름이 시작되는 오뉴월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계절 음식이었다. 죽순회와 죽순탕도 별미지만 그보다는 죽순찜이 윗자리에 놓였다. 죽순회는 초고추장과 어울리고 죽순탕은 논우렁과 된장의 어울림이다.
죽순찜 만들기는 품이 많이 들고 속(고명)을 박는 양념맛이 좌우한다. 토막낸 죽순 속을 작은 칼로 조심스럽게 파내고, 잘게 다진 돼지고기와 채소, 달걀 노른자 등을 섞어 양념 속을 만든다. 이렇게 건사하여 찜통에서 알맞게 찐다. 아삭거리고 혀에 감기는 순후한 맛이 대숲바람처럼 청렬하고 순후하다. 기질로는 외유내강으로 가는 청기(淸氣)를 타는 음식이다.
담양읍 민속식당(강정자, 061-381-2515)에 가면 계절을 타지 않고 먹을 수 있으나 죽순찜은 예약주문일 때만 가능하다. 냉동품이 아닌 죽순찜을 꼭 제철을 찾아 맛을 즐기려면 5~6월 약 한 달간은 김금순(담양읍 가산리 2구 728번지, 061-382-3892)에게 간청하면 먹을 수 있다.
맹종죽은 5월 초순, 분죽은 5월25일~6월 초순 것이 제 맛이다. 옛사람들은 초물 죽순은 충해(蟲害)를 입지 않아 대로 키우고, 두물 죽순은 충해 때문에 식용으로 했다. ‘죽물쟁이 한 세월’이란 말도 있었지만 요즘은 플라스틱이나 중국산에 치어 담양의 죽물시장도 시들었다.
고작해야 죽부인(竹夫人)이나 사다가 여름 대청에 옛 어른들처럼 발랑 누워 껴안고 잠을 청할 수밖에. 합죽선이나 쥘부채를 찾는 일도 드물다. 방구연이나 태극연을 만들어 겨울 바람에 띄울 일도 없고, 대 도롱태(굴렁쇠)를 만들어 굴릴 일도 없다. 88올림픽 개막식전에서 전 세계 인구를 잠재우던 그 도롱태도 대가 아닌 플라스틱이었다. 조그만 아이가 그라운드를 달리며 도롱태를 굴리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한강권의 문화와는 달리 남도는 어디를 가나 대밭 천지다. 그 대밭에 5~6월이면 죽순이 별처럼 총총하다. 대원군이 ‘팔역지’에서 말한 대로 한수(漢水) 이북은 돌이요 이남은 난초라 했는데 여기에 더 얹는다면 허균이 ‘도문대작’에서 말한 대로 죽순은 노령 이남이다. 중부권만 올라가도 우리 국토는 대가 귀해진다. 손에 댓가지를 들면 그는 영락없는 남도 무당이고 도롱태를 굴리면 그는 남도 아이다. 손에 죽창을 들면 남도 의병이고 붓을 들면 남도 시인이거나 예인이다.
그러므로 대숲 고향이야말로 남도인이 사는 광대들의 고향이다. 여기서 솟은 것이 남도가락이며 남도풍류다. ‘문안에 들면 대가 있고, 방안에 들면 난초가 있다’는 말은 예인들이 그 기질을 말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여기서 솟은 것이 시나위가락 즉 민중의 산조(散調)이고, 판소리가락이며 남도음식이다. 음식 맛이 그늘을 칠 때 그들은 ‘개미가 쏠쏠하다’고 국어사전에도 없는 말을 쓴다. ‘그늘’이란 대숲바람이 던지는 쇄락 청명한 가락이며 검약과 절제로 뜨는 휘늘어진 가락이다.
// 봉당 밑에 깔리는 대숲바람소리 속에는/ 대패랭이 끝에 까부는 오백년 한숨, 삿갓머리에 후둑이는/ 밤 쏘낙 빗물 소리…// 머리에 흰 수건 쓰고 죽창을 깎던, 간 큰 아이들, 황토현을 넘어가던/ 징소리 꽹과리 소리들….
이는 필자의 ‘대숲바람소리’란 시의 일부분이지만 이제 맹종죽도 끝나고 분죽순 철도 지나간다. 죽순맛을 보지 않고 감히 남도음식을 논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