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일 서울 시내 모 음식점. 신교식 LG트윈스단장과 마주앉은지 세 시간째, 김동수는 울음을 터뜨렸다.
지난 11월 취임한 신단장은 어떤 조건도 내걸지 않았다. LG가 미적거리는 사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한 김동수는 이미 삼성과 연봉계약까지 합의한 상태. 돈으로 그의 마음을 돌려놓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제 남은 방법은 딱 하나. 정에 호소해 김동수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것뿐이었는지 모른다. “동수야, 꼭 가야 하니? 10년이나 뛰었던 팀인데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없니?” 마지막 협상에 나선 신교식단장의 집요한 설득이 이어졌지만 김동수는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김동수는 “죄송합니다. 이미 늦었습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가슴속이 울컥 치밀었다. ‘이제는 정말 이별이구나. 두번 다시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을 일이 없을 테지.’ 그의 눈자위가 뜨거워졌다. 마음 순한 신교식단장마저 눈빛이 젖어들자 김동수는 봇물처럼 눈물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왜 진작 이렇게 나를 잡아주지 못했는가.’ LG에 대한 원망도 솟았다. 김동수가 친정집 LG를 떠난 것은 섭섭함도 한 요인이 됐기 때문이다. 90년 LG 유니폼을 입고 프로데뷔한 이후 김동수는 팀에서 항상 간판선수 대접을 받았다. 데뷔 첫 해 신인왕을 탔고 5차례나 포수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그는 팀에서도 당연히 최고 대우를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 신분을 얻은 김동수에게 구단은 재계약에 대한 반응이 없었다. 2주일로 정해진 소속 구단과의 협상 기간이 시작됐지만 본인이 직접 면담을 벌이기 싫어 에이전트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하와이 여행을 떠났다. 하와이에서 김동수가 들은 LG의 조건은 계약금 1억5000만원, 연봉 1억5000만원에 2년계약. 자신의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조건이었다. 김동수는 소속 구단과의 협상 마감일인 11월27일까지 귀국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삼성으로부터 3년간 총 8억원을 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구두계약을 했다.
그러자 LG는 KBO 이사회를 통해 김동수의 삼성 입단을 위법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프로야구 규약에는 선수와 구단이 대면계약을 하도록 명시돼 있는데 김동수가 자리를 피해 협상기간 제대로 면담을 갖지 못했다는 것. 프로야구에서 금지한 에이전트를 내세운 김동수를 상벌위원회에 회부해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결국 이사회는 4일 동안의 재협상 기간을 주기로 했고 김동수는 반드시 한 차례 이상 LG 구단과 만나야 한다고 명령했다. 그래서 김동수는 신단장과 만나게 된 것이다.
김동수는 펑펑 눈물을 흘렸지만 한번 떠난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그는 신단장과 만난 다음날인 3일 저녁 7시 삼성 구단 사무실에서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계약서에 사인했다. 서울고와 한양대를 졸업한 서울 토박이 김동수는 LG에서 야구인생을 끝맺고 싶었지만 이런 사연으로 대구행 기차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