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형 부동산을 산 사람이 월세를 받았다는 이유로 부동산을 팔지는 않는다. 배당주 역시 마찬가지다. 배당을 받았다며 주식을 정리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러면 안 된다. 월세와 부동산 가치 상승을 동시에 고려해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처럼 배당주 역시 배당과 주식 가치 상승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김지영 베어링자산운용 펀드매니저가 10월 4일 인터뷰에서 배당주와 부동산을 비교하며 강조한 말이다. 금리인하가 본격화된 가운데 경기 둔화 우려까지 나오면서 배당주로 관심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9월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 1위’는 고배당 주식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슈드(SCHD)였으며 그 규모도 7730만 달러(약 1040억 원)에 달했다. 김 펀드매니저는 배당주 투자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배당수익률이 아닌 기업가치를 봐야 하며 배당락일에 주식을 팔지 마라”고 조언했다.
배당은 소액주주에 대한 예의
김지영 베어링자산운용 펀드매니저가 10월 4일 동아일보 충청로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성공 가능성이 가장 큰 투자법으로 ‘배당주 장기투자’를 꼽았는데.
“‘배당주 투자는 지루하다’는 인식이 많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미국의 경우 배당주와 무배당주의 성과를 비교했을 때 배당주 성과가 훨씬 좋았으며, 특히 고배당주 성과가 장기적으로 더 나았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고배당주가 특성에 맞게 운용된다면 여느 테마주나 성장주에 비해 월등히 좋은 성과를 보였다. 특히 한국처럼 경기 부침이 심한 나라일수록 배당주가 하방경직성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배당의 재투자 효과’ 역시 중요하다. 배당을 활용해 주식 수를 늘려간다면 (자산이) 눈덩이처럼 굴러갈 수 있다.”
금리인하기에 접어들면서 배당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금리가 인하되고 경기가 둔화될 때 고배당주가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랜 기간 배당주를 운용해온 경험을 돌이켜봤을 때 금리와 성과는 크게 관계없더라. 어떤 종목이 저평가됐는지를 명확한 잣대로 판단하면서 투자하면 금리 변화와 관계없이 꾸준히 장기 성과가 좋았다. 지금 한국 주식시장이 어디쯤에 있느냐고 묻는다면 저평가됐다고 본다. 지금은 배당주에 투자하기 좋은 상황이다.”
한국은 ‘배당주 불모지’라는 인식이 많은데.
“자본주의 역사가 짧아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다. 기업에 남는 돈이 있어야 배당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제 선진국에 속한다고 본다. 배당주 운용을 시작한 때가 2004년이다. 당시 고배당주로 불릴 만한 종목은 정말 적었다. 투자할 수 있는 대형주가 SK텔레콤, 에스오일, KT&G밖에 없었다. 지금은 은행주는 물론, 현대차 같은 수출 대기업도 주주 환원에 진심이다. 과거에는 내수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갖고 있거나 외국인 대주주가 있어서 배당에 진심인 회사만 투자의 대안이었다면, 지금은 업종과 규모에 관계없이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이 많이 늘었다. 과거 대비 배당주 투자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배당주인 이유
김지영 베어링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현대자동차그룹을 ‘배당에 진심’인 배당주로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전통적인 고배당주로는 KT&G와 SK텔레콤, KT 등이 있다. 사업구조가 안정적이라 현금 흐름이 매우 좋고, 배당수익률도 높게 유지해온 회사들이다. 이들 회사의 경우 시장에 오해가 생겨 주가가 하락할 때가 투자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배당수익률이 과거 대비 상승했을 때가 투자하기 좋은 시기이며, 성공 확률도 높은 투자 방법이다. 전통적인 고배당주의 경우 배당을 받으면서 주가가 상승하기를 기다리는 투자자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주가가 일정 구간 이상 빠지지 않는 모습도 보인다.”
시장의 오해는 어떤 것을 의미하나.
“분기 실적이 나빠서 주가가 하락했지만 장기적으로 이 가격에 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다. 투자자들은 뛰어가는 말을 갈아타는 식으로 투자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반대로 생각한다. 주가가 하락하면 배당수익률이 올라간다. 덕분에 언젠가 주가가 돌아설 때 주가 차익과 배당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 즉 ‘배당·성장주’는 무엇인가.
“중장기적으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안겨주는 종목들이다. 매출증가율이 높으면서 특수한 경쟁 우위를 바탕으로 현금 창출도 잘하는 기업을 선호한다. 책에서 예로 든 리노공업의 경우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하고 영업이익률도 35% 수준을 보이다가 최근 40%를 넘어섰다. 그렇다고 설비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도 아니다. 즉 현금이 계속 쌓이는 구조다. 매출액과 이익이 증가하는데 배당 역시 비슷한 속도로 올라가는 회사는 언제라도 사야 하는 종목인데, 전통적인 배당주 관점에서 봤을 때는 놓칠 수 있다. 이들 종목은 장기 성장을 전망할 수 있다면 특정 수익률 구간에 들어섰을 때 자신 있게 사서 들고 갈 만하다.”
배당주에 대한 정의가 남다른 것 같다.
“자본 차익과 배당을 동시에 고려하는 방식으로 ‘배당 매력도’를 본다. 기업이 얼마나 저평가됐느냐와 회사가 어느 정도 배당을 주느냐를 동시에 고려한다. 배당 ETF의 경우 보통 배당수익률만 보는 경우가 많다. 배당주를 바라볼 때 고려하는 점은 첫째, 주가가 저평가됐고 이후 재평가될 가능성이 있느냐 둘째, 배당을 지속적으로 줄 수 있느냐다.”
전통적인 고배당주보다 배당·성장주를 더 좋게 보는 것 같은데.
“베어링자산운용 배당주 투자의 강점이 균형을 잘 잡는다는 것이다. 고배당주에서 나오는 배당금을 이용해 저평가된 종목을 지속적으로 매수해 전체 주식 수를 늘리는 식이다. 또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의 경우 꾸준히 보유해 자본 차익도 누린다. 배당정책이 개선되는 종목들 역시 계속 발굴해 투자하고 있는데, 그렇게 해서 좋은 성과가 났던 것이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을 배당주로 보는 사람이 누가 있었을까. 하지만 우리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배당수익률을 보고 ‘배당에 진심’이라고 판단해 배당주로 봤다.”
월 지급 배당상품, 조금 회의적
배당주 투자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단순히 배당수익률만 높은 종목에 투자해선 안 되고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 ‘그렇다면 배당수익률이 왜 중요하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배당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점을 의미할 수 있어 중요하다. 저평가된 종목은 언젠가 재평가되며, 이것이 펀드의 성장동력이다. 이 때문에 배당주 투자를 할 때 기업가치를 가장 우선적으로 봐야 한다. 고배당주와 배당·성장주, 배당정책이 개선되는 종목을 함께 보유하다 보면 시장수익률을 앞지르게 되더라.”
김 펀드매니저는 이날 “장기적으로 꾸준한 성과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은 매순간 1등을 하는 테마에만 관심을 보이는데 이 방식으로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며 “메타버스와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BBIG) 테마가 대표적 예”라고 설명했다. 김 펀드매니저는 “관련 테마에 돈이 제일 많이 몰린 순간이 테마의 꼭지일 개연성이 있다”며 “배당주의 경우 많은 사람이 잘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투자는 하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최근 많은 개인투자자가 미국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ETF인 SCHD를 매수하고 있다.
“ETF 역시 좋은 투자 방법이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구성된 지수를 추종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령 ‘배당만 받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라면 고배당주가 쭉 들어가 있는 ETF에 투자해도 괜찮다. 다만 성장하는 주식에 투자하면서 배당 역시 받길 희망한다면 종목을 잘 살펴야 한다. 개인적으로 매달 배당금을 지급하는 금융상품에는 조금 회의적이다. 배당주 투자가 성공할 가능성이 큰 주된 이유는 배당금을 통한 재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월 지급식 금융상품은 생활비를 목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라서 재투자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매달 지급받는 배당금을 재투자한다면 괜찮다. 그런데 보통 그러지 않더라.”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고려대, 나라와 함께한 120년
한미사이언스 대주주 3인 연합과 형제 각각 반쪽짜리 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