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현대차 인증중고차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제네시스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 매물(9대)의 가격대다. 조건이 모두 같은 신차 가격의 85~93% 수준이다. 이들 매물은 지난달 새롭게 출시된 GV80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가솔린 3.5T(터보), 풀옵션 신차 가격(1억 원대 초반)과 비교했을 때도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현대차가 10월 24일 중고차 사업을 본격 개시한 가운데 시장 반응은 “가성비는 글쎄”로 요약된다. ‘인증중고차’라는 이름에 걸맞게 중고차 품질을 신차급으로 끌어올린 것은 맞지만 그 과정에서 가격대까지 신차 수준으로 비싸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냥 새 차 사야겠다 생각”
현대차 인증중고차 양산센터의 정밀 진단 과정. [현대차 제공]
신차 같은 중고차를 표방한 만큼 가격대는 일반 중고차에 비해 높다. 11월 1일 기준 현대차 인증중고차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준중형 SUV 투싼(NX4)의 최저가는 3040만 원이었다. 2021년 9월 매입된 매물(2020년형)로 가솔린 1.6T, 인스퍼레이션 사양에 60만 원 상당 빌트인 캠이 옵션으로 적용돼 있다. 주행거리는 1만4415㎞. 다만 다른 중고차 플랫폼에서는 동일 모델을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다. 이날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 홈페이지에서는 투싼(NX4) 2022년형, 가솔린 1.6T, 인스퍼레이션 사양에 더 짧은 주행거리(9837㎞)를 가진 매물이 현대차 매물에 비해 140만 원가량 싼 2900만 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빌트인 캠 가격을 더해도 현대차보다 싸다.
준중형 SUV 투싼 중고차를 현대차 인증중고차(왼쪽)보다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에서 140만 원 더 싸게 살 수 있다. [현대차 인증중고차 홈페이지 캡처, 케이카 홈페이지 캡처]
중고 전기차도 파는 기아
기아 인증중고차 라인업에 포함된 전기차 EV6. [기아 제공]
이런 가운데 11월 1일 기아도 현대차와 별도로 인증중고차 홈페이지를 오픈하고 중고차 사업을 개시했다. 사업 구조 및 형태는 큰 틀에서 같으나 현대차와 달리 전기차를 취급한다는 점이 차이다. 11월 2일 기준 기아 인증중고차 홈페이지에는 총 6대의 전기차 매물이 올라와 있었다. 소형 SUV인 니로 EV(2대)와 쏘울 EV(1대), 준중형 SUV인 EV6(3대)로, 당장은 그 수가 많지 않지만 향후 비중을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기아의 중고 전기차도 시세보다 다소 가격이 높다. 같은 날 기준 EV6(롱레인지 어스) 최저가 매물은 4360만 원인데(2022년형, 옵션 2개, 주행거리 1만730㎞), 중고차 플랫폼 엔카에서는 같은 모델의 2022년형, 옵션 3개(195만 원 상당), 주행거리 1만1558㎞인 매물이 4180만 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옵션 개수가 하나 더 많고 엔카 매물의 외장색(흰색)이 기아 매물(빨간색)보다 인기 있는 컬러임에도 가격이 더 싼 것이다.
다만 현대차, 기아의 중고차 가격은 현 수준보다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적잖다.
10월 31일 렌터카업체 SK렌터카도 인증중고차 사업에 출사표를 냈는데, 향후 SK렌터카처럼 더 많은 후발주자가 나올 수 있어서다. SK렌터카는 31일부터 ‘SK렌터카 인증중고차 동탄센터’에서 오프라인으로 월 100대 규모의 중고차를 시범 판매한다. SK렌터카가 보유한 차량 중 무사고, 구입 후 4년 미만, 주행거리 8만㎞ 미만인 차가 대상이다. SK렌터카 측은 “자사가 직접 신차를 출고해 렌터카로 운용하다가 중고차로 판매하는 것이기에 사고 여부 등 운행 이력을 명확히 알 수 있다는 것이 차별점”이라며 “차량 렌털 계약 기간 SK렌터카가 제공하는 정비 서비스를 통해 소모품 교체 및 점검 등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향후 가격대 다양해질 것”
현대차 측은 중고차 사업이 자리 잡아감에 따라 매물 가격대가 다양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11월 2일 “애초에 자사 중고차 사업의 방향성은 시세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신차에 가까운 중고차를 판매하고 확실한 품질 보증을 한다는 데 있다”며 “또 구매 시점 기준 1년, 2만㎞까지 무상 보증을 제공하는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다른 중고차 플랫폼에 비해 월등히 비싸지는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중고차 사업이 초창기라 매물 수가 많지 않지만 앞으로는 같은 모델이어도 옵션 개수, 주행거리 등이 서로 다른 매물이 충분히 확보될 것”이라면서 “그럼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필요 없는 옵션을 덜어내고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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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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