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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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한파’에도 초거대 AI 사업에 투자 아끼지 않는 글로벌 빅테크

아마존, 5조 원 투자… 엔비디아 등 반도체업계도 AI 스타트업 인수 열풍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3-10-3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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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팬데믹 때 덩치를 키운 글로벌 빅테크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세계경제를 덮친 금리 불안, 경기둔화 그림자는 정보기술(IT)업계라고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아마존은 ‘아마존고’ 사업부를 없애고 직원 1만8000명을 해고했다. 구글은 전체 직원의 6%에 해당하는 1만2000명을, 마이크로소프트(MS)는 5%인 1만1000명을 감원했다. 메타는 지난해 11월 1만1000명을 해고한 데 이어 올해 3월 1만 명을 추가로 내보냈다. 글로벌 IT업계의 인력 감축은 현재진행형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MS) 데이터센터. [MS 제공]

    마이크로소프트(MS) 데이터센터. [MS 제공]

    ‘챗GPT 연합군’에 맞선 빅테크 합종연횡

    이처럼 엄혹한 IT업계 사정에도 빅테크들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업 영역이 있다. 바로 생성형 인공지능(AI) 분야다. IT업계의 ‘다윗’이던 오픈AI가 챗GPT로 세계 시장을 강타한 이후 ‘골리앗’ 빅테크들도 미래 시장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고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MS는 이미 오픈AI에 12조 원을 투자해 초거대 AI 분야에서 단연 앞서가고 있다. 챗GPT를 자사 소프트웨어 ‘오피스’와 운영체제 ‘윈도우’에 탑재해 서비스 품질을 개선한 데 이어, 애저(Azure)에도 적용해 기업용 클라우드 초거대 언어모델(LLM)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구글은 검색 포털업계 왕좌를 지키고자 자체 개발한 AI 바드를 중심으로 관련 서비스를 통합하고 있다. 기존에 흥미 본위로 소비되던 초거대 AI 기술을 일상에 적용하고자 LLM의 일종인 ‘PaLM-E’를 로봇에 적용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아마존의 경우 AI 사업에서 투 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자체 개발한 LLM ‘타이탄’을 론칭한 게 첫 번째 전략이고, 기존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를 통해 기업용 API(응용프로그램 인터스페이스) ‘베드록’을 서비스하고 나선 게 두 번째 방책이다. 베드록에서는 앤트로픽 ‘클로드’와 스태빌리티AI ‘스테이블 디퓨전’, 메타 ‘라마2’처럼 다양한 LLM을 서비스한다. 메타 또한 라마2와 컴퓨터 비전 기술 ‘샘(SAM)’을 기반으로 생성형 AI 시장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MS와 오픈AI의 ‘챗GPT 연합군’에 맞선 빅테크의 합종연횡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오픈AI의 라이벌 앤트로픽에 구글이 3000억 원, 아마존은 5조 원을 투자한 게 대표 사례다. 시가총액 1973억 달러(약 267조2000억 원) 규모의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닷컴이 3월 생성형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펀드를 조성한 점도 이목을 끈다. 이 펀드는 당초 3000억 원에서 최근 6000억 원까지 투자금이 늘었다. 세일즈포스닷컴은 자사 CRM 솔루션에 챗GPT를 접목한 ‘아인슈타인GPT’를 내놓았고, 2020년 30조 원에 인수한 업무 협업 툴 ‘슬랙’에는 클로드를 연동했다. 각종 생성형 AI를 기존 인터넷 서비스에 연계해 활용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굴지의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가 9월 ‘스플렁크’라는 데이터 플랫폼 기업을 37조 원에 인수한 것도 AI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조치다.

    AI 산업 생태계에 속한 제조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초거대 AI 사업에 나서는 것은 대단히 상징적인 현상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급증하면서 AI 열풍의 숨은 수혜주로 꼽히는 반도체업계 움직임이 그렇다. 엔비디아는 올해 들어 개인 디바이스용 LLM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 ‘옴니ML’을 인수한 데 이어 AI 챗봇 서비스업체 ‘인플렉션AI’, 동영상 생성 AI 소프트웨어업체 ‘런웨이’에 잇달아 투자했다. 이 같은 엔비디아의 행보에 경쟁사인 AMD도 AI 소프트웨어 사업을 본격화하고자 스타트업 ‘노드랩스’를 인수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 [GETTYIMAGE]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 [GETTYIMAGE]

    오픈AI, AI용 칩 ‘독립’ 꿈꾸나

    오픈AI는 거꾸로 초거대 AI와 인접한 산업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는 일찌감치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원엑스’에 투자했다.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월드코인’이라는 블록체인 가상화폐 스타트업을 차리고, 웨어러블 IT 기기를 만드는 스타트업 ‘휴메인’에 투자한 것도 주목된다. 휴메인은 아이폰 사용자경험(UX) 디자인에 참여한 애플 출신 직원들이 창업한 회사로, AI 전용 디지털 장비를 개발한다. 이런 스타트업에 투자했다는 것은 올트먼 CEO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로운 디지털 장비 개발에 높은 관심을 가졌음을 보여준다. 최근 오픈AI가 조너선 아이브 전 애플 디자이너,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함께 챗GPT 전용 하드웨어 개발을 논의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오픈AI는 AI용 칩 자체 개발까지 검토하고 있다. 생성형 AI 시장의 경쟁은 기존 산업의 테두리를 넘나들면서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글로벌 빅테크들은 허리띠를 바짝 죄면서 차세대 AI 기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IT업계 상황은 어떨까.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각종 서비스를 통폐합하는 등 긴축에 나섰다. 하지만 당장 생존을 위해 씀씀이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중장기적 발전이 어렵다. 한국 빅테크들도 부랴부랴 생성형 AI를 론칭하는 데서 더 나아가 구체적인 전략을 내놓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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