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 사옥. [뉴스1]
견고해 보이던 네이버 아성에 균열이 생기는 것일까. 웹사이트 분석업체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4월 네이버의 국내 검색시장 점유율은 55.2%, 구글은 35.3%였다. 지난해 5월(네이버 64.8%, 구글 26.8%)과 비교하면 네이버 점유율은 9.6%p 감소한 반면, 구글은 8.5%p 상승했다. 아직 두 업체의 시장점유율 차이는 두 자릿수지만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대 예견된 구글의 약진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가운데)가 5월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구글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공지능(AI) 챗봇 ‘바드’의 한국어 지원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동아DB]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가 공룡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것도 네이버에는 악재다. 최근 유튜브는 단순한 영상 플랫폼을 넘어 사실상 검색 포털과 비슷한 구실을 하고 있다. 인터넷 이용자들은 궁금한 사안이 생기면 기성 포털 검색창 못지않게 유튜브를 지식 획득의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기존에 구글과 견줘 네이버의 강점이던 지식인, 블로그 등 플랫폼 경쟁력 부문에서 유튜브가 게임 체인저로 등장한 것이다. 여전히 큰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인터넷 검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국내 포털에는 난제다.
그런 와중에 지난해 11월 검색시장은 물론, IT(정보기술) 역사를 바꿀 것으로 평가받는 챗GPT가 등장했다. 초거대 AI(인공지능)의 본격적인 등장으로 가장 힘을 받는 검색엔진은 마이크로소프트 빙(bing)이다. 그간 존재감이 없던 빙은 챗GPT와 연동해 검색 서비스 혁신의 전면에 나섰다. 이에 맞서 구글은 5월 ‘바드’라는 생성형 AI 서비스를 공개하고 나섰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구글이 AI 관련 신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한국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은 5월 10일 바드의 공식 지원 언어로 영어에 이어 한국어와 일본어를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최고경영자)는 “두 나라가 기술 채택의 최첨단을 달리는 매우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지역”이라면서 한국어·일본어 지원 배경을 밝혔다. 초거대 AI와 연동되는 새로운 검색 기술 분야에서 네이버, 카카오 다음 등 국내 포털은 향후 글로벌 빅테크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2%에 불과하던 유튜브 국내 시장점유율
한국 IT업계가 글로벌 기업의 공습에 시장을 빼앗긴 전례는 이미 있다. 시곗바늘을 2008년으로 돌려보자. 당시 유튜브의 국내 영상 플랫폼시장 점유율은 2%에 불과했다. 토종 동영상 서비스라 할 수 있는 판도라TV, 다음 TV팟, 아프리카TV 등이 시장을 선점한 상황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0년 유튜브 점유율은 30%로 15배 가까이 성장했고, 다른 국내 동영상 서비스의 점유율은 그만큼 줄었다. 다시 2013년이 되자 한국 동영상 플랫폼 3곳의 점유율은 10% 밑으로 추락하고 유튜브는 70% 점유율을 기록해 국내 시장을 사실상 제패했다.그간 국내 검색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꾸준히 상승해왔다. 아직 한국 업체인 네이버가 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디지털 산업에서 역전은 부지불식간에 이뤄지기 십상이다. 한때 국민 e메일 서비스로 불리며 70%에 달하는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보였던 한메일이 선두 자리를 빼앗긴 게 대표 사례다. 초거대 AI 기술이라는 새로운 IT 조류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검색시장에서도 국내 기업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