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누리호의 3차 발사는 한 차례 연기된 직후 순조롭게 진행됐다. 발사 6시간 전 발사 운용 절차를 시작해 산화제를 충전하고 발사대 기립 장치와의 연결이 해제됐다. 모든 준비 과정을 마치고 발사 10분 전 발사자동운용(PLO)이 가동되며 누리호는 우리 손을 떠났다. 이때부터는 문제가 발생해도 수동으로 멈출 수 없고 자동으로 발사 절차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액체엔진 사용한 3단형 발사체
5월 23일 발사대에 기립되는 누리호(왼쪽). 누리호의 주 탑재 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제공]
누리호는 설계, 제작, 시험 등 모든 과정이 국내 기술로 개발된 순수 토종 로켓이다.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상공 600~800㎞ 태양동기궤도에 직접 올릴 수 있는 3단형 발사체로 구성됐다. 누리호는 액체산소와 케로신(등유)을 연료로 쓰는 75t급 액체엔진, 7t급 액체엔진을 사용한다. 가장 큰 추력이 필요한 1단 로켓은 75t급 액체엔진 4기를 묶어 300t급 추력을 낸다. 2단은 75t급 액체엔진 1기, 3단은 7t급 액체엔진 1기를 사용한다.
지금까지 75t급 엔진 개발에 성공한 국가는 러시아,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인도 등 6개국에 불과하다. 액체연료는 1957년 인류가 최초로 우주로 보낸 스푸트니크 위성을 발사한 R-7 로켓과 1960년대 우주비행사를 달로 데려간 새턴V 이후 유인 우주 임무에 사용돼왔다. 액체연료는 고체연료에 비해 연료 단위당 더 많은 추진력을 내고 연소도 제어할 수 있어 보다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사체 연구 30년
누리호가 탄생하기까지 30년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국내 발사체를 보유하지 못해 우리가 개발한 인공위성은 해외 우주발사체를 이용해 발사해야 했다. 우주발사체는 고도의 우주기술이 필요한 분야라 연구가 어려운 데다, 국가 간 기술이전이 제한돼 있어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과 개발비용이 필요하다.국내 기술로 발사체를 연구한 첫 번째 시도는 1993년 발사된 KSR-I이다. ‘과학 1호’로도 불리는 KSR-I은 길이 6.72m, 무게 1410㎏, 직경 42㎝로 고체추진 연료를 사용하는 1단형 소형 로켓이다. 약 39㎞ 상공에서 188초 동안 비행하며 한반도 상공을 관측하고 오존층 농도를 측정했다. 이어서 1997년 2단계 추진 방식을 사용하는 KSR-II를 발사했다. KSR-II 개발로 구동장치, 제어장치, 유도알고리즘, 관성항법장치 분리 및 페어링 등 우주발사체 기술을 확보했다.
이후 다시 5년간 개발 과정을 거쳐 2002년 11월 국내 최초 액체추진로켓 KSR-III가 비행에 나섰다. KSR-III의 길이는 14m, 무게는 6t이다. 케로신을 연료로, 액체산소를 산화제로 사용하는 13t급 추력의 엔진이 탑재됐다. 국내 기술로 3000여 개 부품을 개발함으로써 소형 위성발사체를 위한 기반 기술을 마련했다.
2007년부터 본격적인 우주개발계획을 수립하고 2009년 나로우주센터를 준공해 세계에서 13번째로 우주기지를 보유하게 됐다. 그리고 수차례 연기와 발사 실패 끝에 2013년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가 발사에 성공했다. 무게 140t, 길이 33.5m에 달하는 나로호는 100㎏급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위성발사체다. 액체엔진이 포함된 1단 로켓은 러시아 앙가라 1단과 RD-191 엔진 기술이 적용됐으며, 2단 로켓만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그리고 마침내 누리호에 와서 설계부터 제작까지 순수 토종 기술로 만든 로켓이 탄생했다. 누리호는 규모가 더 커져 75t급 실용위성 발사체로 개발됐다. 나로호와 비교할 때 무게 200t, 길이 47.2m, 직경 3.5m로 크기가 약간 커진 데 반해, 1500㎏의 실용위성을 우주로 운반할 수 있을 정도로 총중량이 대폭 늘었다.
누리호는 발사체 성능과 신뢰성 향상을 위해 2018년 시험발사 이후 반복 발사를 진행해왔다. 2021년 1500㎏의 위성 모사체를 탑재한 1차 발사에서 고도 700㎞까지 도달했지만 최종 단계가 일찍 종료되면서 궤도에 도달하지 못했다.
지난해 6월 두 번째 비행은 1차 발사의 실패를 보완해 성능검증위성과 위성 모사체 분리 과정을 완벽히 수행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 3차 발사에 성공했으며 2027년까지 총 3차례 더 추가 발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목표는 누리호 성능을 안정적으로 높이고, 민간기업으로 기술이전을 추진하는 것이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체조립동에서 1, 2단이 결합된 누리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우주탐사 로켓 개발 계획
누리호 발사에 참여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0월 항우연의 누리호 고도화 사업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누리호 반복 발사 및 기술이전을 통해 ‘뉴스페이스’로 불리는 민간 주도 우주개발에 힘을 싣는 것이 목적이다. 최근 한화그룹은 그룹 내 우주사업 협의체인 스페이스허브를 구축해 우주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계열사로서 각종 전투기와 헬기 등 항공기 엔진을 제작해온 기술력을 갖고 있다. 2005년부터 나로호 핵심 부품과 누리호 터보펌프 개발에 참여했으며, 2012년부터는 누리호의 심장이라 할 액체엔진을 개발해왔다. 75t급, 7t급 엔진을 비롯해 추진기관 공급계, 자세제어시스템 등의 개발과 나로우주센터 주요 시험 설비 구축에 협력했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달 착륙을 위한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금부터 2032년까지 다단연소사이클 엔진을 적용한 2단계 발사체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차세대 발사체는 누리호에 이어 다목적 실용위성은 물론, 대형 화물 수송과 우주탐사, 우주관광 등을 위한 대형 로켓으로 개발된다.
달 궤도 탐사선 다누리가 촬영한 지구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027년까지 누리호를 3차례 반복 발사하는 것과 동시에 누리호보다 성능이 향상된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추진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겠다”며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