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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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실적’ 2차전지, 급등락 요동치는 주가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1분기 호실적… 금융당국 “2차전지 신용거래 급증”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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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3-05-0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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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청주의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충북 청주의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 [LG에너지솔루션 제공]

    “떨어질 땐 다 같이, 오를 땐 혼자.”

    4월 26일 한 LG에너지솔루션 주주가 어닝 서프라이즈 소식에 보인 반응이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144.6% 증가한 6332억 원이라고 밝혔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예상액 1003억 원이 영업이익에 포함된 덕분이다. 이번 어닝 서프라이즈로 LG에너지솔루션은 분기 기준 최대 실적 달성 및 5분기 연속 매출 성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무엇보다 LG에너지솔루션 주주들은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다.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을 맞은 가운데 일부 2차전지 기업에서 ‘주가 되돌림’이 관측됐기 때문이다.

    中 수출 울고, 美 수출 웃고

    2차전지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되자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산업 지형 변화로 실적이 악화된 기업이 나타났기 때문인데, 2차전지 소재 관련 기업인 천보가 대표적이다. 천보는 4월 24일 1분기 ‘어닝 쇼크’ 사실을 밝혔다.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69억 원, 16억 원에 그쳐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매출 급감 사실이 알려지자 천보 주가는 4월 26일 18만2000원까지 떨어졌다. 최고점(4월 10일 29만9500원) 대비 39.23% 하락한 것이다.

    중국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천보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천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0.92% 감소했는데, 중국 시장 수요 악화로 2차전지 소재의 판매가와 출하량이 함께 떨어진 것이 부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미국 재무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지침 등에서 ‘탈중국 기조’를 강화한 만큼 천보의 높은 중국 시장 의존도는 향후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는 2차전지 기업들은 양호한 실적을 발표했다. 미국 시장에서 배터리 출하량을 늘리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미국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밝힌 삼성SDI가 대표적이다. 삼성SDI는 4월 27일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5조3584억 원, 3754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2.2%, 16.5% 증가한 규모다. 실적의 공신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다. 에너지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1.7% 증가했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역대 1분기 최대 매출 및 3분기 연속 매출 5조 원 초과라는 기록도 달성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의 사업 파트너인 포스코퓨처엠은 이날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했다. 1분기 매출이 1조1352억 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나, 영업이익이 203억 원을 기록해 컨센서스(402억 원)의 절반에 그친 것이다. 다만 포스코퓨처엠은 전날 2029년까지 9년간 LG에너지솔루션과 30조2595억 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만큼 향후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 포스코퓨처엠의 제품은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로 LG에너지솔루션의 국내외 배터리 공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포스코퓨처엠은 1월 삼성SDI와도 2023년부터 10년간 40조 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주요 2차전지 기업의 실적 발표에 주가는 급등락했다. 2차전지 주도주 에코프로는 4월 27일 주가가 18.36% 급등했다. 국내 대표 2차전지 상장지수펀드(ETF)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차전지테마’도 4월 20일부터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날 연이은 호실적 소식에 하루 만에 5.29% 반등했다. 4월 11일 3만4400원까지 치솟았던 이 ETF는 4월 26일까지 18.38%가 빠졌었다. 최근 2차전지 시장 전반에 퍼진 차익실현 심리와 가격 조정 우려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아저씨’ 공시위반 논란

    2차전지 업종은 4월 매주 악재를 마주했다. 4월 12일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이 2차전지 기업인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 리포트를 낸 것이 시작이다. 4월 19일(현지 시간) 글로벌 전기차 대장주 테슬라가 1분기 실적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4% 줄어든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테슬라가 지난해부터 펼친 ‘박리다매’ 전략이 순이익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당국 역시 부정적인 시그널을 보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4월 25일 임원회의에서 “올해 들어 2차전지 등 미래 성장 신사업 테마주에 대한 투자 열풍으로 신용거래가 급증하는 등 주식시장이 이상 과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테마주 투자심리를 악용한 불공정거래가 기승을 부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는 전날 자사주 처분 계획을 지연 공시한 금양에 대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한 상태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에게 한국 2차전지 기업 주식 매수를 적극 권해 이른바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금양 홍보이사는 4월 11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금양이 1700억 원 상당의 자사주 매각 계획이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보유 주식 가운데 일부를 매도할 것을 권해 공시위반 논란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2차전지 산업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좋은 실적에도 방심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 2차전지 기업들이 선점 효과 덕을 보고 있지만 2~3년 후에는 점차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며 “각국 기업들이 2차전지 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만큼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로 대표되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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