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 서울 강남구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애플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를 시연하고 있다. [뉴스1]
아이폰 유저의 성원에 애플페이 데뷔 성공
삼성페이 아성에 도전장을 낸 애플페이의 데뷔전은 일단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론칭 첫날 애플페이는 등록 100만 건을 기록했다. 간편결제 서비스에 목말랐던 국내 아이폰 유저들의 성원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국내 아이폰 유저들이 애플페이에 주목하는 이유는 역시 편의성 때문이다.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지 않아도 스마트폰을 오프라인 매장 단말기에 갖다 대면 결제되는 편리함 말이다. 애플페이는 특히 결제 속도 면에서 사용자 편의성이 높다. NFC 방식은 삼성페이가 채택한 마그네틱보안전송(MST)에 비해 결제 속도가 빠른 편이다. 아이폰 측면 버튼을 두 번 누르고 생체인증을 하면 즉시 결제 화면이 뜬다. 애플페이를 지원하는 NFC 결제 단말기로부터 10㎝ 거리에 가져다 대면 결제가 완료된다. 손목에 찬 애플워치도 측면 버튼을 두 번 연속 누르고 단말기에 가져다 대면 결제가 이뤄진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 점유율은 22%(지난해 출하량 기준) 정도지만, ‘애플 사랑’이 깊기로 유명한 아이폰 유저들의 높은 충성도도 애플페이에는 호재다.
다만 애플페이가 풀어야 할 과제는 적잖다. 애플페이는 주로 해외에서 쓰는 NFC 결제 방식을 채택했다. 국내에선 MST 방식이 주류로, NFC 결제 단말기는 많이 보급되지 않은 실정이다. 애플페이 국내 론칭과 함께 약 120개 브랜드가 전용 단말기를 도입했지만 전체 신용카드 가맹점에 비하면 수가 적다. 티머니 등 교통카드 사용이 불가능하고, ATM(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현금을 입출금할 수 없는 것도 약점이다. 애플페이와 제휴한 국내 금융사도 아직 현대카드 한 곳에 불과하다.
애플페이를 앞세워 아이폰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을까.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개발사인 ‘비누랩스’가 최근 전국 20대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애플페이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갤럭시폰 사용자가 아이폰으로 기기를 바꿀 것이라고 밝힌 비율은 36%였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애플페이의 편리함에 이끌려 아이폰을 선택하는 이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삼성페이, 제휴 서비스 늘려 애플페이 견제?
스마트폰 ‘삼성페이’로 네이버페이 온라인 주문형 가맹점의 간편결제를 이용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빅테크의 ‘페이 전쟁’은 국내 금융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애플은 애플페이와 제휴한 금융사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있다. 현대카드가 애플 측에 내는 수수료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으나 건당 0.15%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국내 카드사들은 간편결제 수수료를 별도로 내지 않았다. 향후 애플페이와 제휴하는 카드사가 늘어나면 결제 수수료 이슈가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애플페이가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 몰고 온 영향은 ‘메기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애플페이에 대한 사용자의 높은 관심은 선두주자인 삼성페이와 국내 카드업계에 새로운 과제를 안길 것이다. 애플페이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 국내 수많은 브랜드의 오프라인 가맹점도 새로운 단말기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 삼성과 애플의 ‘페이 전쟁’이 앞으로 다양한 경제 분야로 파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