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 우주비행사 4인, 신형 우주복 입고 달에 간다

3월 15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아르테미스 우주복 ‘AxEMU’를 공개했다. [NASA 제공]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3월 15일(현지 시간) 민간 우주항공업체 ‘액시엄스페이스’(액시엄)와 함께 만든 신형 아르테미스 우주복을 선보였다. 이 우주복의 이름은 ‘AxEMU(Axiom Extravehicular Mobility Unit)’다. 4월 3일 NASA는 달 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의 유인탐사 임무를 수행할 우주비행사 4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40년 만에 교체된 신형 우주복 AxEMU를 입고 2025년 예정된 아르테미스의 3단계 달 착륙 미션을 수행할 예정이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유인탐사 임무를 수행할 우주비행사 4명. [NASA 제공]

문워킹 시스템 제공

NASA는 “액시엄과 파트너십을 통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필요한 문워킹 시스템을 제공할 첨단 우주복을 개발했다”며 “이번에 개발한 차세대 우주복은 최초 여성비행사가 달 위를 걸을 수 있게 도와줄 뿐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과학 탐사를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새 우주복을 시연하는 자리에서 액시엄 엔지니어는 직접 우주복을 착용한 채 걷고 스쾃과 런지 동작을 하는 등 한층 유연해진 움직임을 선보였다. AxEMU는 아르테미스 우주비행사로 선발된 흑인과 여성 우주비행사도 입을 수 있도록 다양한 크기로 제작됐다.

액시엄의 EVA(Extravehicular Activity: 우주선 외부 활동) 프로그램 부국장인 러셀 랄스턴은 시연 행사에서 “이번 우주복은 다양한 체형에 맞게 대형, 중형, 소형 등 크기별로 제작했다”며 “각 크기에서 다리나 팔 길이 등을 체형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르테미스 우주복의 장갑(왼쪽). 기술 보안을 위해 검은색 천으로 덮은 아르테미스 우주복 ‘AxEMU’. [액시엄 스페이스 제공]

우주복은 소형 우주선으로 불릴 만큼 극한의 우주에서 비행사의 신체를 보호하고 각종 탐사를 돕는 첨단기술의 집약체다. 그동안 우주복을 자체 개발해온 NASA가 액시엄과 협업한 이유는 우주복을 포함한 문워킹 시스템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공개된 아르테미스 우주복의 디자인은 과거 아폴로 임무나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우주 유영에 사용되는 우주복과는 확연히 다르다. 액시엄의 자체 디자인에 NASA가 그동안 연구해온 ‘탐사선 외부 이동장치’라는 우주복 개념이 포괄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민간기업과 협업으로 개발

NASA는 처음엔 자체 우주복을 만들겠다며 약 14년에 걸쳐 2600억 원 이상 비용을 투자했지만 포기하고 외주 업체를 선정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선정된 액시엄은 ISS에서 민간 우주비행사 임무를 수행하고 자체 상용 우주정거장 건설을 추진하는 등 우주산업에 적극적인 민간 우주항공 기업이다. 마이클 서프레디니 액시엄 최고경영자(CEO)는 NASA에서 30년 이상 근무하며 ISS 프로그램 관리자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지난해 NASA는 보도자료를 통해 액시엄에 2700억 원을 지불하고 우주복 개발에 관한 첫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전체 개발 프로젝트는 35억 달러(약 4조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1950년대 말 머큐리 계획의 우주복(왼쪽). 아폴로 17호의 우주비행사가 먼지로 뒤덮인 우주복을 입고 달에서 표토 샘플을 수집하고 있다. [NASA 제공]

초기 우주 탐사 시절에는 우주복이 더 단순했다. 1958~1963년 진행된 미국의 첫 유인우주 프로젝트 ‘머큐리 계획’의 우주복은 우주선 내부에서만 사용하도록 제작됐다. 1964~1966년 미국 유인우주 진출 프로젝트 ‘제미니 계획’에 와서야 우주선 외부에서 우주 유영을 하는 데 적합한 우주복이 설계됐다. 이 우주복은 심해 잠수부처럼 산소를 공급하는 호스가 우주선과 연결된 구조였다. 이후 우주 임무가 더 복잡해짐에 따라 우주복은 새로운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수정되고 재설계됐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쓰일 우주복은 외부 위험으로부터 우주비행사를 보호하는 인체 모양의 소형 우주선이나 다름없다. 우주를 유영하는 동안 우주비행사는 방사선, 먼지, 파편, 극한의 온도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우주복은 우주비행사 신체에 적절한 압력을 가하고, 우주비행사에게 마실 물과 호흡할 산소를 공급해줘야 한다. 달만 해도 낮에는 기온이 섭씨 100도 이상으로 치솟고 밤에는 영하 170도 이하로 냉각될 만큼 극단적인 온도 변화를 보인다. 이번에 공개된 우주복은 시제품으로, 개발사 로고와 주황색, 파란색 등이 포함돼 있으며, 독점 기술을 숨기기 위해 검은색 커버로 덮여 있다. 실제 우주비행사가 착용할 우주복은 열을 반사하고 극한의 고온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흰색으로 만들어질 전망이다.

우주복에서 특히 중요한 두 가지 부분은 압박복과 생명 유지 시스템이다. 압박복은 신체를 보호하고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로 체온을 조절하는 냉각복, 상반신, 하반신, 헬멧으로 구성된다. 이번 신형 우주복은 이와 더불어 향상된 유연성, 열악한 환경에서 견딜 수 있는 더 큰 보호 기능과 과학탐사를 위한 특수 도구를 제공하도록 제작됐다. 투명한 헬멧에는 HD 비디오카메라와 라이트 밴드가 부착돼 우주비행사가 달의 영구 음영지역을 탐사할 때 더 나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우주복 뒷면에는 경첩 2개가 달린 개구부가 있다. 우주비행사가 개구부를 통해 우주복 내부로 들어가면서 착용하는 시스템이다. 이와 함께 휴대용 생명 유지 시스템을 제공하는 배낭이 부착돼 있다. 장갑과 부츠는 햇빛을 전혀 볼 수 없는 달의 영구 음영지역에서 작업할 때 우주비행사의 손발이 따뜻하게 유지되도록 추가 단열재로 강화했다.

달 남극 탐사 가능

우주복의 신발이나 장갑은 달 먼지를 처리하는 기술력이 중요하다. 달 표면은 ‘레골리스(Regolith)’라고 부르는 미세한 먼지로 뒤덮여 있다. 이 먼지는 매우 거칠고 날카로워서 종종 우주복과 장비들을 마모시키고 장비들을 파손시킨다. 먼지를 흡입할 경우 출혈이나 극심한 신체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달에 마지막으로 착륙한 아폴로 17호는 우주복이 마모돼 메커니즘이 파손되고 헬멧 시야가 가려지는 등 문제를 겪기도 했다. 이에 신형 우주복은 방진 기능에 중점을 뒀다. 우주복에 먼지가 달라붙는 것을 방지하고, 우주비행사가 착륙선 안으로 들어갈 때 먼지를 처리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서프레디니 CEO는 “우리는 우주비행사가 달에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첨단 우주복을 설계했다”며 “이번 아르테미스 우주복은 달 남극 탐사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달에 장기간 머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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