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찾은 전북 부안의 곰소염전.
음식에서 결정적 한 방은 당연히 소금이다. 소금을 넣으면 쓴맛은 줄고 단맛은 도드라진다. 소금은 음식의 질감, 식감, 색감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식재료를 보존하고 부드럽게 만드는 능력도 있다. 기름에 튀긴 감자에 소금을 뿌린 프렌치프라이, 풋풋한 채소에 오일과 소금을 넣어 먹는 샐러드는 단순하지만 강렬한 맛이 존재한다. 또한 전 세계 수많은 염장식품을 떠올려보면 소금이 얼마나 결정적이고 강력하며 대체 불가능한 지배자인지 알 수 있다.
순수한 결정체로 불리는 핑크색 히말라야 소금은 굉장히 비싸다. 히말라야산맥 구릉지대에서 채취하며 미네랄이 풍부하다. 프랑스 소금으로는 플뢰르 드 셀(fleur de sel)이 유명하다. 바닷가에서 전통 방법으로 생산한다. ‘소금의 꽃’이라는 이름은 염전에 가득 맺힌 소금이 아름답고도 귀한 존재임을 뜻한다. 게랑드(guerande)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최고로 친다. 진흙에서 생산돼 회색을 띠고 미네랄이 풍부한 셀 그리스(sel gris)도 있다. ‘하와이안 바다 소금’이라 부르는 알레아(alaea)는 카우아이섬 해안에서 생산된다. 산화철 성분이 들어 있는 붉은색 점토를 넣어 불그스름한 색을 띤다. 잉글랜드 맬던 소금, 인도 암염인 칼라 나마크, 이탈리아 트라파니 소금도 명품으로 꼽힌다.
소금 맛이 가장 중요한 염장식품인 베이컨과 판체타.
천일염 이전에 토판염이 있었다. 염전 바닥에 인공시설을 만들지 않고 갯벌을 단단히 다진 땅에서 전통 방식으로 생산하는 소금이다. 천연 갯벌 속 다양한 유기화합물의 영양소와 미네랄이 천일염보다 훨씬 더 많이 함유돼 있다. 생산 기간이 길어 증발되고 결정이 생기는 과정에서 유해 수분도 충분히 걸러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 전체 염전 가운데 토판염을 생산하는 곳은 극히 드물다.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소비가 토판염으로 기울고 있으나, 이 귀한 맛을 생산하는 사람들이 과연 언제까지 남아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천일염 포대 밑바닥에는 간수가 빠지고 통풍이 되도록 나무나 벽돌을 받쳐둔다. 간수가 충분히 빠진 소금은 쓴맛이 없고, 짠맛 끝에 단맛이 찾아온다. 또 결정이 하얗고 깨끗하며, 한 움큼 잡았다 놓아도 손바닥에 붙지 않는다. 간수를 뺀 소금 역시 통풍이 잘 되고 습기가 조절되는 용기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