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여자 프로골프 투어인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가 최근 연이은 악재로 분위기가 ‘흉흉’하다. 1년 전 예정됐던 대회가 개막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취소됐고,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는 악천후 탓에 축소되면서 대회 일정 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10월 5~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릴 예정이던 알리스포츠 LPGA토너먼트는 최근 대회 자체가 취소됐다. 마이크 완 LPGA투어 커미셔너는 9월 13일 이 소식을 전하며 “중국 지방 정부로부터 허가받지 못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중국이 정부 간섭이 많은 나라이긴 하지만 지난해 합의한 대회가 한 달여를 남겨놓고 열리지 못한다는 것은 황당한 일이다.
LPGA투어는 지난해 10월 중국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 계열의 알리스포츠와 향후 10년 동안 중국에서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레인우드LPGA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열렸던 대회다.
LPGA투어는 미국에서 인기가 시들해지자 투어의 글로벌화를 내세우며 한국과 일본, 동남아, 중국, 뉴질랜드 등에서 새로운 스폰서를 구해왔다. 올 시즌에도 뉴질랜드에서 새 대회를 여는 등 34개 투어 대회 가운데 16개를 미국이 아닌 지역에서 치르고 있다. 그러나 규모만 키우려고 무리하게 미국 외 지역으로 투어를 확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대회가 없어지는 바람에 KEB하나은행 챔피언십만 애를 먹고 있다. 선수들은 보통 뉴질랜드 → 중국 → 한국으로 이어지는 투어 일정을 잡는데, 중국 대회가 없어지면서 한 주가 비게 돼 아예 뉴질랜드와 한국 대회를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또 KEB하나은행챔피언십은 중국에서 서울로 오는 톱스타들의 경비를 보조해왔는데, 올해에는 뉴질랜드에서 직접 오는 것으로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회가 없어진 여파가 가시기도 전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은 악천후로 1라운드를 취소한 뒤 3라운드로 축소해 대회를 진행했다. 날씨 때문에 대회가 3라운드로 줄어드는 경우는 적잖다. 하지만 이미 1라운드를 시작해 8번 홀까지 치른 선수가 있는데도 1라운드 성적을 완전히 무시하고 새로 시작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메이저 대회를 치르면서 예비일을 마련해놓지 않은 투어나 대회 주최 측의 매끄럽지 못한 진행도 도마에 올랐다. 에비앙챔피언십은 5번째 메이저 대회로 승격될 때부터 말이 많았던 만큼 LPGA투어가 스폰서에 끌려간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미국 언론이나 일부 선수는 예전부터 에비앙챔피언십의 일정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대회 개최지인 프랑스 에비앙레뱅은 9월 말이 우기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1라운드 때 강수확률 100%에 풍속이 시속 최고 75km로 예보돼 있었지만 대회를 강행했고 결국 화를 당했다. 대회를 축소하더라도 4라운드를 취소하면 될 텐데 굳이 경기를 시작한 1라운드를 취소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 누구는 언더파로 잘 치다 김이 샜고, 또 누구는 완전히 망가졌다 기사회생하기도 했다. 완 커미셔너는 “100% 만족시킬 수 있는 결정은 내릴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선수가 에비앙챔피언십 참가를 포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