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거리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다고 하지만 거리가 나지 않으면 아무래도 기가 죽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멀리 치는 사람은 누구고, 도대체 얼마나 멀리 공을 보낼까.
최근 장타 대결을 벌이는 월드롱드라이브챔피언십(World Long Drive Championship)이 미국에서 열렸다. 이 대회는 월드롱드라이브협회가 3월부터 시작해 미국과 유럽, 캐나다, 일본 등에서 벌여온 시즌의 마지막 대회다. 한국 골프공 브랜드 볼빅이 메인 스폰서다.
대회는 예선을 통과한 선수들이 조별리그를 거치고 16강부터 일대일 맞대결로 승부를 가린다. 3분 동안 드라이버 샷을 8번 할 수 있다. 폭 60야드(약 55m) 안에서 공을 가장 멀리 보낸 선수가 이긴다. 공은 모두 같아야 하고, 드라이버는 미국골프협회(USGA)가 승인한 것만 사용할 수 있다. 올해 13개 대회가 열렸으며 각 대회 순위에 따라 포인트를 부여해 세계순위도 결정한다. 올 시즌 3개 대회에서 우승하며 세계순위 1위에 오른 사람은 미국의 모리스 앨런이다.
36세인 앨런은 173cm에 105kg으로 다부진 체구의 소유자다. 그는 마지막 대회서는 일찌감치 탈락했지만 7월 열렸던 시범대회 마일하이 쇼다운에서는 483야드 (약442m)를 기록했다. 미국 프로골프협회(PGA) 투어 최고 장타자 더스틴 존슨이 350야드 내외를 치니 그보다 100야드 넘게 멀리 치는 셈이다.
앨런은 대학 시절에는 미식축구 선수로, 빠르게 달려 쿼터백이 던져주는 공을 받는 리시버였다. 순발력이 뛰어나 육상선수로도 활약했다. 그러나 햄스트링 부상이 찾아왔고, 미국 미식축구리그(NFL)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하자 운동을 포기하고 물리치료사로 진로를 바꿨다. 어느 날 친구 한 명이 앨런에게 “골프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운동을 했다”며 살짝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 길로 드라이빙 레인지를 찾아간 앨런은 다른 사람의 7번 아이언을 빌려 230야드(약 210m)를 보낸 뒤 장타 선수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그때가 2010년으로 그의 나이 29세였다.
하루에 몸을 만드는 트레이닝을 3시간 하고, 레인지에서 500~1200개 공을 치며 노력한 끝에 장타 하나로 세계 정상을 정복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한 개의 대회를 준비하고자 5~6개 드라이버를 날려 먹었고, 툭하면 레인지 밖으로 공을 쳐내 레인지에서 출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친구나 코치의 집에서 자기도 했지만 지금은 후원을 받으며 어려움 없이 공을 치고 있다. 공인 핸디캡은 0.7이나 돼 PGA 하부 투어에도 출전하고 있다.
그가 사용하는 채는 크랭크 골프 F7 드라이버이며 헤드의 로프트 각도는 3도, 샤프트 강도는 트리플엑스(X)다. 공식 대회 최장타 기록은 지난해 체코 프라하에서 세운 488야드. 짧은 파5 홀에서 원온(1타로 공을 그린에 올려놓는 것)이 가능한 거리다. 그는 2012년 헤드 스피드가 시속 211마일(약 340km)을 기록해 당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일반 골퍼가 시속 100마일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속도다.
일반 골퍼가 보기에 그는 외계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외계인은 의외로 간단한 장타 비결을 밝혔다. 헤드 스피드를 늘리고, 스윙 아크를 크게 하며, 하체 근육을 강화하고, 허리 유연성을 키우는 그런 비결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재미를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