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AP뉴시스]
장우석 유에스스탁 부사장은 최근 미국 증시 흐름을 ‘꽃샘추위’에 비유한다. 금방이라도 봄이 올 것만 같던 순간에 더 매섭게 불어닥친 추위라는 것이다. 장 부사장은 회원 수 33만 명이 넘는 네이버 카페 ‘미국 주식에 미치다’의 대표 운영자로 서학개미들에게 익숙하다. 20년 이상 미국 주식에 투자해왔으며 현재 미국 증시와 개별 종목 등을 주제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에스스탁을 운영하고 있다.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의 ‘글로벌 개장시황’ 코너에서도 고정 패널로 활약 중이다. 2월 28일 ‘주간동아’ 투벤저스 스페셜에 새롭게 합류한 장 부사장에게 상반기 미국 증시 전망과 급등주에 대해 물었다.
물가·금리·실적 3박자 다 안 맞아
2월 28일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만난 장우석 유에스스탁 부사장. [박해윤 기자]
“(웃음)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거래가 가능해진 게 2001년 가을이다. 그때부터 미국 주식을 했다. 잘하는 건 아니지만 이 분야에 가장 오래 있어온 사람으로 부각되면서 지금까지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다. 20년간 미국 주식을 지켜본 경험을 주간동아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새해 첫 두 달 미국 증시를 총평한다면?
“딱 요즘 날씨 같다. 봄을 기다리는데 봄은 오지 않고 꽃샘추위가 오는 그런 모습이다. 미국 시장은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 그에 상응해 정직하게 주가가 오른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최근 기업들 실적이 좋아졌느냐고 하면 그렇지 않다. 그런데도 주가가 오르는 걸 이상하다고 생각지 않고 오히려 즐긴 게 문제다. 투자자들 마음만 저만치 나가 있었던 것이다. 투자한 금액의 절반 정도는 되돌리는 게 어떨까 조언한다.”
꽤 비관적으로 들린다. 현재 상승장 초입에 와 있다는 전망도 적잖은데.
“장이 빠지길 바라는 사람처럼 보일까 걱정된다(웃음). 나 또한 상승장이 오길 바란다. 하지만 주가는 그냥 오르는 게 아니다.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현재는 그 이유가 부족해 보인다. 물가, 금리, 실적 3박자 중 어느 하나 맞는 게 없다.”
그렇다면 상반기 증시는 어떻게 흘러갈 것이라고 보나.
“주가 등락 없이 옆으로 좀 오래 길어질 듯하다. 물가 관련 우려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CPI도 전망치를 상회했고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도 지난해 12월 5.3%에서 1월 5.4%로 다시 올라갔다. 이게 빠지는 모습이 나와야 되는데 그렇지 않으니 다음 분기까지 기다려야 된다고 보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짚고 싶은 건 ‘셸터(shelter)’라는 주거비용이다. 주거비용은 임대료와 환산임대료로 나뉜다. 이 중 임대인이 집을 얼마에 내놓고 싶어 하는지를 따진 환산임대료가 물가에서 아주 중요하다. 자기 집을 싸게 내놓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주거비용이 떨어지는 데까지 시차가 좀 있을 것이라고 본다.”
테슬라? OK, 엔비디아? ‘…’
[동아DB]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준 총재,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중 어느 누구도 금리인하를 시사하거나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냥 우리 기대와 짐작으로 금리가 떨어지리라 내다본 것이다. 두 번째는 아까도 말했던 물가다. 현재 셸터가 (소비의) 3분의 2에 육박한다.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까지 올라와 있다. 이런 상황에 물가가 잡히고 금리가 떨어지기를 기대할 순 없다. 올해는 (금리인하가) 아예 없을 것이고, 잘하면 내년 상반기까지도 없을 것이라고 본다. 일단 올해는 꿈도 꾸지 마시라.”
증시 롤러코스터에도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들이 있다. 테슬라, 엔비디아 등이 대표적인데, 이런 흐름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우선 테슬라는 실적이 좋은 기업이다. 실적을 기반으로 주가가 오른 게 맞다. 주의해야 하는 건 엔비디아다. 최근 엔비디아 주가가 오른 이유는 딱 한 가지밖에 없다. 챗GPT 영향이다. 주가의 절반은 인공지능(AI) 바람이 올리고 있는 것이다. 오늘 엔비디아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00배다. PER은 권리금에 비유할 수 있다. 내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옆에 스타벅스가 들어오면 당연히 권리금을 많이 못 받는다. 금리인상은 스타벅스 같은 쟁쟁한 점포가 시장에 막 들어오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 상황에서 권리금을 100배 받는다는 건 상당히 고평가돼 있는 것이다. 여기서 엔비디아 주가가 추가로 상승하려면 실적이 좋아지거나 매출이 커져야 하는데 그러긴 어려워 보인다. 상반기까지 올라가면 많이 올라가는 것이라고 본다.”
올해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 역시 빅테크와 반도체 관련주였다. 이들 기술주의 전망은 어떤가.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실적에 비해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라서 비슷하게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애플, 아마존, 메타,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모두 이익이 감소하고 있다. 10~20%가량 실적이 빠진 상황에서 주가가 오른다는 게 사실 상당히 의아한 부분이다. 그래서 추가 상승이 있기보다 이들 종목도 옆으로 길어질 것 같다.
또 하나는 현재 한국 기준금리가 3.5%다. 이 점을 감안하면 지금 1만 원 하던 주식이 1년 뒤에도 1만 원이면 손해를 보는 것이다. 은행에만 넣어도 350원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기업이 최소 350원은 주가가 오르게 해야 하는데, 금리인상 국면에서 광고 등이 엄청나게 줄고 있어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기 힘들다. 금리인상에 따른 주식 가치 절하와 실적 악화가 겹쳐 향후 멀티플로 빠진다고 보는 게 맞다.”
AI 열풍에 버즈피드, C3 AI 올라
국내에선 챗GPT 관련주가 각광받고 있다. 미국에도 유사하게 투자할 만한 종목이 있나.“버즈피드, C3 AI 등이 많이 올랐다. 하지만 이런 주변주에 투자하는 것을 권하고 싶진 않다. 미국은 통상 주변주의 상승이 거의 없고 있더라도 다시 원상 복귀한다. 챗GPT나 AI에 관심이 크다면 지금은 거품이 끼어 있긴 해도 장기적으로 그냥 엔비디아에 투자하면 된다. 엔비디아가 가장 고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미래 먹거리도 AI가 확실하다. 그러니 굳이 주변주, 2등주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그나마 다른 투자처라고 하면 AMD 정도다.”
과거 메타버스, 암호화폐 광풍이 불었다 꺼졌다. AI도 비슷하게 반복될까.
“AI는 다르다고 본다. 이미 우리 일상생활에 많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사실 이를 평소에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암호화폐는 투자 관점에서 가치가 불분명하다. 그래서 둘 다 일시적인 테마에 그친 것이다. 하지만 AI는 이미 알게 모르게 우리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 챗GPT까지 갈 것 없이 지금 쓰고 있는 검색엔진, 챗봇 등에도 모두 AI가 적용돼 있다. AI는 테마라기보다 가까운 미래 기술에 관한 것이라서 달리 볼 필요가 있다. 이 또한 주변주가 아니라 MS, 알파벳, 엔비디아 같은 대장주에 투자하길 추천한다.”
리오프닝·리쇼어링 관련주 주목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들가 가장 많이 매수한 미국 주식 종목. [visualcapitalist.com 캡처]
“3개 분야가 있는데, 이 중 고평가된 건 앞서 말한 기술주, AI 관련주다. 나머지 2개는 리오프닝, 리쇼어링 관련주다. 리오프닝은 부킹닷컴으로 유명한 부킹홀딩스가 대표적이다. 해외 여행길이 다시 열리면서 부킹홀딩스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도 올해 흑자 전환이 기대되는 종목 중 하나다. 보복여행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서 개인적으론 여기서 더 갈 것 같다. 항공주도 반등은 했지만 더 오를 것이라고 본다. 미국 현지 항공사 직원들의 복귀가 100% 이뤄지지 않아 여행 수요는 많지만 항공편이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리쇼어링 관련주는 미국 현지로 기업의 생산 공장들이 돌아오는 데 따른 수혜주들이다. 최근 선전하고 있는 유나이티드 렌탈스가 그중 하나다. 기업들이 공장을 새로 지을 때 그 안의 기계를 모두 다 살 수는 없다. 그래서 유나이티드 렌탈스처럼 중장비를 빌려주는 기업이 잘나가고 있다. 이런 리쇼어링 관련주도 아직 고평가된 상태가 아니라서 매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
미국 증시는 언제쯤 다시 안정세를 보일까.
“여름 이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실제로 금리가 떨어질 내년 초가 아니라, 그 신호가 나올 6월쯤 시장이 먼저 반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 물가까지 떨어지면 폭발적인 상승도 가능하리라 본다. 여기에 기업 실적도 여름 지나 가을쯤부터 좋아진다는 게 월가 투자은행(IB)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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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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