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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취업대란, 청년은 살고 싶다

월 100만 원? 취준생 등치는 악덕업체들

돈 내고 일하는 이상한 ‘댓글 알바’ 편법 다단계부터 금융 정보 빼가는 사기꾼까지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월 100만 원? 취준생 등치는 악덕업체들

취업 준비 기간이 점점 더 길어지면서 단기·재택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청년 취업준비생(취준생)이 부쩍 많아졌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취준생에게는 꿈과 같은 대상이다. 그래서일까. 취준생의 이런 절박함을 이용해 돈을 갈취하는 악덕업체들이 있다. ‘잠깐 시간을 내 댓글을 다는 것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하는 온라인 마케팅업체가 바로 그들이다.

문제는 이들 업체 대부분이 “아르바이트를 하려면 먼저 돈을 내라”고 요구하고, 노골적으로 “가입자를 늘리면 수익을 더 내 주겠다”며 편법 다단계식 영업을 시킨다는 점. 심지어 댓글 아르바이트(알바)를 미끼로 취준생의 금융 정보까지 빼가는 사기꾼도 설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댓글 알바’를 입력하면 ‘온라인 제휴 마케팅’이라는 이름을 걸고 영업하는 업체들의 홈페이지가 검색된다. 해당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쉽게 클릭만으로 돈 벌기’ ‘하루 30분 투자로 월 100만 원 이상 수익 보장’ 같은 홍보문구가 걸려 있다. 이 가운데 한 업체에 전화해 상담을 요청하자 “한 달에 최고 1500만 원까지 벌 수 있다. 회원 대부분이 월 100만 원 가까이 벌어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아르바이트생의 수기를 게재해 신뢰도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말처럼 댓글로 돈을 버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취준생 착취하는 ‘댓글 알바’ 업체

‘온라인 제휴 마케팅’ 업체의 댓글 알바는 대부분 포인트제로 운영되는데, 많은 업체가 아르바이트생에게 일단 회원 가입을 요구한다. 이후 업체는 회원에게 게임, 다이어트 상품, 인터넷 강의, 온라인 쇼핑몰 등에 댓글을 달게 한다. 이 댓글은 업체가 정한 일정한 포인트로 바뀌어 회원의 계정에 적립된다. 누적된 포인트는 그대로 현금화가 가능한 일종의 가상화폐다. 그러나 무료회원으로 가입하면 하루에 인정되는 댓글 양이나 댓글 개당 주어지는 포인트가 너무 적다. 무료회원으로 아무리 열심히 댓글을 달아도 댓글 아르바이트생에게 떨어지는 돈은 월 3000~5000원 선이다. 일부 업체는 무료회원에겐 아예 댓글 알바를 시키지도 않는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아르바이트생이 일정 금액을 내고 유료회원이 되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이 나게 해준다. 업체마다 하루에 인정되는 댓글 양을 늘려준다거나 댓글 개당 주어지는 포인트를 높여주는 등 방식은 다르지만 많은 돈을 낼수록 더 빠르게 포인트를 쌓을 수 있다. 업체 처지에선 광고주로부터 돈을 받고, 그 광고에 댓글을 써 홍보해주는 아르바이트생으로부터도 돈을 받는 2중 수익구조인 셈.

막상 돈을 내고 댓글 알바를 시작하면 이미 투자한 비용이 아까워 아르바이트에 투자하는 시간을 늘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시간을 적게 쓰면서 용돈벌이를 하려던 취준생에게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벌어진다. 대학을 휴학하고 1년째 동네 도서관에 다니며 취업준비를 하는 정모(26) 씨는 교통비라도 벌어볼까 싶어 댓글 알바를 시작했다. 정씨는 “처음에는 10만 원가량을 결제하고 댓글 알바를 시작했다. 일단 돈을 내고 나니 본전은 챙겨야겠다는 생각에 하루 한 시간을 들여 댓글을 달았다. 1년 댓글을 달고 보니 통장에 20만 원 남짓한 돈이 입금됐다. 결국 1년간 10만 원을 번 것이다. 하루 한 시간씩 최저임금만 받고 아르바이트를 했어도 1년이면 210만 원 넘는 돈을 벌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면 그야말로 시간낭비였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 가운데 상당수는 돈을 많이 내고도 수익이 시원치 않은 유료회원에게 다단계 판매 방식과 비슷하게 유료가입자를 모아 올 것을 권하기도 한다. 새 가입자가 기존 가입자를 추천인으로 등록하면 그에 따라 수익을 지급하는 시스템으로, 일부 업체는 유료회원이 돈을 더 낼 때마다 그 수익을 그대로 추천인에게 주기도 한다. 한편 ‘고수익 댓글 알바’를 알선한다고 속여 취준생을 모은 뒤 홍보 블로그 운영법을 교육하거나 관련 교육 동영상을 팔아 그 수익을 회원과 나눠 갖는 홍보 블로그 운영 컨설팅업체도 있다.   

서울 관악구의 김모(26) 씨는 “지난여름 댓글만 달아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연락했는데 이상한 교육업체가 나왔다. 업체 측은 월 10만 원을 내고 교육을 들으면 인터넷 홍보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집에서 일하며 월 200만 원 넘는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에 잠시 혹했으나 업체를 신뢰할 수 없어 교육을 듣지 않기로 했다. 이후 일주일 정도 업체 관계자가 다시 생각해보라며 연락을 계속 해와 불편했다”고 밝혔다.



‘댓글 알바’ 업체 대부분 다단계성 편법 영업

언뜻 보면 이들의 영업 방식은 불법 다단계 판매에 해당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모두 현행법의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간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5항에 따르면 다단계 판매가 성립되려면 하위 회원의 매출을 통해 이익을 보는 단계가 2단계 이상이어야 한다. 댓글 알바 업체들은 이 부분을 1단계까지만 만들어 다단계 판매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법상 불법 다단계 판매는 A라는 회원이 B회원을 업체에 가입시키고 B회원이 다시 C회원을 가입시킨 경우 C가 수익을 내면 B와 A 전부에게 보상금이 지급될 때 성립된다. 하지만 댓글 알바 업체는 C가 수익을 내면 C를 가입시킨 B에게만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즉 법을 악용한 편법이지, 법을 어긴 불법은 아니라는 뜻.

한편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평 게시 아르바이트를 하게 해주겠다며 은행계좌번호와 신용카드번호 등을 요구해 대포통장을 만드는 등 개인 금용 정보를 악용하는 사기 업체도 있다. 경기 성남시의 윤모(28) 씨도 이 같은 피해를 입을 뻔했다. 윤씨는 “업체 관계자가 상품평을 쓰려면 실제로 해당 상품 구매 이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물론 내 돈으로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업체가 내 계좌에 돈을 넣어주면 쇼핑몰의 해당 상품을 구매하고 댓글을 단 뒤 환불하는 방식이라면서 그러려면 개인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내 명의의 계좌가 어떻게 쓰일지 몰라 거절했다”고 말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아르바이트나 취업 등을 명목으로 업체에서 필요 이상의 개인 금융 정보를 요구한다면 사기일 확률이 높다. 특히 우편으로 개인 통장이나 체크카드를 보내라고 했다면 이를 토대로 대포통장을 만드는 경우가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7.02.08 1074호 (p32~33)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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