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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VR가 우리를 부른다 !

VR 생활백서

게임 · 쇼핑 · 여행 · 교육 … 코앞에 다가온 ‘가상현실의 일상화’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7-10-23 10: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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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현실(Virtual Reality·VR)이 이미 우리 삶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VR 하면 흔히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떠올린다. 2054년 미국 워싱턴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서 배우 톰 크루즈는 손끝에 레이저가 달린 장갑을 낀 채 허공에 범죄 관련 이미지를 띄워놓고 범죄가 일어날 시간과 장소, 범행을 저지를 사람을 예측한다. 그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각종 정보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위치도 자유자재로 바뀐다. 이러한 영화 속 장면이 조만간 현실에서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가상과 현실세계의 간극이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KoVRA)에 따르면 현재 VR는 게임, 쇼핑, 교육, 영화, 여행, 공연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산업 전체로 보면 VR 사용 범위는 더욱 넓어진다. 자동차·기계·에너지·건설·의료·유통 등 B2B(Business to Business) 영역은 물론이고, 정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도 업무에 VR를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VR B2B 콘텐츠 시장 규모는 약 430억 원으로 집계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향후 5년 동안 VR 산업에 405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공표했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경험할 수 있는 VR는 놀이기구 형태의 VR어트랙션과 VR게임이다. 대형마트나 쇼핑몰만 가도 이벤트 공간에 마련된 어트랙션을 만나볼 수 있다. 고글 형태의 HMD(Head Mount Display)를 구매해 가정에서 VR게임을 즐기는 이도 늘고 있다. 분명 현실이 아닌 가상의 화면이란 걸 알면서도 재미와 긴장감, 공포에 자신도 모르게 “악!” 소리를 지르고 만다.

    VR게임은 크게 콘솔 기반과 개인용 컴퓨터(PC), 모바일 기반으로 나뉜다. 먼저 콘솔게임은 TV에 연결해 즐기는 비디오게임이다. 과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일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 닌텐도의 ‘위(Wii)’ 등이 대표적인데, 현재 국내에서는 VR 버전으로 플레이스테이션(PS VR)만 이용 가능하다. 3월 닌텐도 ‘스위치’가 출시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PS VR는 플레이스테이션4(PS4)만 있으면 바로 연결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VR가 주도하는 게임시장

    PC를 기반으로 하는 VR게임 기기로는 HTC ‘바이브’와 페이스북 ‘오큘러스 리프트’가 대표적이다. 게임 콘텐츠는 미국 게임 플랫폼 기업 밸브의 ‘스팀’에서 구하는 것이 가장 쉽다. 스팀은 세계 최대 게임 플랫폼으로, 월간 실질 이용자 수가 6700만 명이고 동시 접속자 수도 최대 140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PC 기반 기기의 최대 단점은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다. 바이브나 오큘러스 리프트 모두 100만 원이 넘는다. VR와 연결하는 PC의 성능도 좋아야 해 그래픽이 뛰어난 VR게임을 하려고 PC를 구매하는 이들도 있다. 고성능 PC는 120만 원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VR 기기 부문에 진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고글에 스마트폰을 직접 장착해 증강현실(AR)과 VR 영상을 감상하는 ‘기어 VR’를 판매 중인데, 11월 초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PC용 VR 기기인 ‘삼성 HMD 오디세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기어 VR’는 360도 VR 체험이 가능한 헤드셋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휴대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PC 전용 VR게임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새로 출시되는 제품은 함께 개발된 컨트롤러에 상하·전후·좌우·기울기·회전 등을 인식하는 여섯 가지 센서가 내장돼 VR게임이 가능하다.

    한편 3년 전부터 VR 기기 사업을 준비해온 LG전자도 밸브와 협력해 내년 VR 기기를 내놓을 예정이다. 기기 제작은 LG전자가 맡고 밸브는 스팀 플랫폼과 소프트웨어(SW)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과 LG는 올해 초 제품 프로토 타입(본격적인 상품화에 앞서 성능을 검증·개선하고자 핵심 기능만 넣어 제작한 기본 모델)을 공개하긴 했지만, 후발주자인 만큼 상용화 제품의 품질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내년 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양사가 내놓은 제품의 성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VR방’도 성업 중이다. PC방에서 온라인게임을 하는 것처럼 VR방에서 다양한 VR게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서울 홍대 앞과 신촌 쪽에 주로 몰려 있으며 초등학생부터 중고교생, 대학생은 물론 직장인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테마파크에 속속 들어서

    VR 서비스는 롯데월드, 에버랜드 등 테마파크에도 도입되고 있다. 6월 롯데월드는 국내 처음으로 테마파크 내 VR 체험존 ‘VR 판타지아’를 열었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400여 명으로 5000원에서 2만 원까지 추가 비용을 내야 하지만 이용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게임은 ‘서바이벌 모탈블리츠’. 66.16㎡(약 20평) 규모의 방에 들어가 ‘시공간을 알 수 없는 어둠의 세계에 숨어든 괴생명체를 총으로 쏴 물리치는’ 내용이다. 이 시설을 체험하려면 2kg짜리 게임기가 들어간 가방을 메야 한다. 양손에는 진동패드를 차고, 진동모터가 달린 1m 남짓한 자동소총도 든다. 13세 이상만 이용 가능하다.

    ‘슈퍼챌린지’라는 게임도 인기가 많다. 양쪽에 선 플레이어가 마주 보고 공을 상대방 뒤편으로 보내면 점수가 나는 게임으로, 비치볼만 한 공을 치면서 랠리를 한다. 빌딩 꼭대기에서 3가지 미션을 수행하며 고소공포 체험을 할 수 있는 ‘스카이 하이’, 야구와 탁구를 즐기는 ‘스포츠’ 등도 있다.

    에버랜드의 ‘자이로 VR’는 지름 3.5m의 원형 고리 중앙에 매달린 의자에 앉아 삼성전자 기어 VR를 착용한 채 360도로 회전하면서 가상현실을 즐기는 놀이기구다. 에버랜드는 국내 VR 전문 중소기업 ‘상화’와 손잡고 ‘자이로 VR’를 개발했다. 박진감 넘치는 VR 영상 신호와 회전물의 움직임을 일치시켜 실제 우주전투기 조종사가 돼 좁은 협곡과 대형비행선의 내부를 뚫고 들어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원형물 3대에 각각 3인승 의자를 장착해 한번에 9명이 약 3분간 체험 가능하며 이용료는 5000원이다. 티켓은 무인발권기에서 시간대에 맞춰 현장 예약 후 발급받는다. 키 130cm 이상, 몸무게 100kg 이하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에버랜드에는 5세대 이동통신(5G)을 준비 중인 SK텔레콤의 ‘5G어드벤처관’도 마련돼 있다. 이곳은 5G 시대에 체험할 수 있는 미디어를 한데 모아놓은 800㎡(약 240평) 규모의 대형 테마파크다. 에버랜드의 ‘블러드 시티’에 맞춰 좀비와 마녀가 가득한 ‘헌티드 하우스(유령의 집)’를 가상·증강현실로 재현했다. 방 형태로 꾸민 AR·VR 체험공간 ‘저주받은 인형’과 ‘어둠의 방’에서는 현실감 넘치는 공포체험이 가능하다. 그 밖에도 5G어드벤처관은 VR 워크스루, 360도 AR 워크스루, 영화 특수효과와 같은 타임 슬라이스, 홀로그램 등 실감형 미디어 기술을 접할 수 있는 7개 체험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에버랜드 입장객은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8월에는 인천 송도에 1320㎡(약 400평) 규모의 ‘몬스터 VR’가 문을 열었다. 개장 한 달 만에 유료 입장객 3만여 명을 돌파했다. 정글존, 어드벤처존, 시네마존, 큐브존 등으로 나뉘며 40여 개 어트랙션이 구비돼 있다. 이 중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큐브존’으로 정육각형의 큐브 안에 들어가 고글 모양의 헤드셋을 쓰고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좀비게임과 고소공포게임, 과일 자르기 게임, 전략게임, 바닷속 체험 등이 인기다. 입장료는 자유이용권 기준 평일 소인(8~13세) 2만2000원, 대인 2만4000원, 주말에는 소인 2만7000원, 대인 3만2000원이다.



    집 구경 · 쇼핑에 발품 팔지 않아도 돼

    VR는 ‘재미’뿐 아니라 ‘편리함’도 제공한다. 조만간 부동산중개업계에 VR가 본격 도입되면 아파트 본보기집을 구경하려고 밖에서 몇 시간 동안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새로 지은 아파트가 아니어도 360도 회전카메라로 집 내부를 촬영한 영상을 통해 이용객은 애써 발품 팔 필요 없이 PC나 모바일로 편안하게 집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

    부동산 공간 스캐닝업체 한 관계자는 “VR 기기만 착용하면 아파트의 실제 거주공간이 고스란히 눈앞에 펼쳐진다. 조이스틱을 조작하면 방과 방을 넘나들 수 있고, 벽지부터 베란다 밖 조망까지 확인할 수 있다. 기존 VR 영상은 제자리에서 고개를 돌려가며 주변만 180도로 살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이동하면서 집 전체를 둘러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VR는 쇼핑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9월 2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쇼핑 관광축제 ‘코리아세일페스타’에 맞춰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LG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제조사,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등 유통업체, VR409 콘텐츠 업체 등과 공동으로 개발한 ‘VR쇼핑몰’을 오픈했다. 쇼핑몰을 직접 돌아다니지 않아도 오프라인과 똑같은 조건에서 쇼핑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획기적이다.

    먼저 쇼핑을 하려면 애플리케이션(앱) ‘VRmallKorea’를 설치하고 VR 기기를 연결해야 한다. 첫 화면에 원형으로 조성된 쇼핑거리가 등장하는데 광장에서 고개를 돌리면 현대·롯데백화점, 이마트, LG전자, 하이마트, 현대자동차 등 쇼핑몰이 펼쳐진다. 원하는 매장에 들어가 마음에 드는 제품을 몇 초가량 바라보면 제품의 기능과 색상, 가격, 할인 정보 등 상세 페이지가 자동으로 뜬다. 현대자동차 매장에서는 쏘나타, 아반떼 등 차량 16종을 구경할 수 있다. 원하는 차량을 선택하면 디자인, 성능 등 간단한 설명이 나타나고 일부 차량에 한해서는 가상시승도 가능하다. 360도로 촬영한 영상을 보면서 직접 차량을 타보지 않고도 성능과 기능을 파악할 수 있다.

    VR쇼핑몰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구매 후 결제기능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정종영 산업통상자원부 유통물류과장은 “전 세계적으로 VR 공간에서 결제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구매하려면 앱 버전의 VR쇼핑몰 장바구니에 원하는 제품을 담고 최종 결제는 인터파크에서 해야 한다. 올해 첫 버전에서는 기술적 한계가 있지만 내년부터는 결제까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VR는 여행업계의 판도도 바꿔놓을 전망이다. 중국계 호텔체인 샹그릴라는 지난해부터 모든 호텔과 리조트의 VR 전용 비디오를 제작해 고객이 예약 전 호텔 내부 및 외부 분위기와 크기 등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또한 KT는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와 동대문 홀로그램 공연장 K-live에 걸그룹 ‘트와이스’와 함께하는 한국 관광 테마존 ‘GiGA VR 체험존’을 오픈했다. 이곳에서는 VR 롤링 스카이(Rolling Sky), VR 드림웍스(Dream Walks), VR 케이스폿 투어(K-spot Tour) 등 총 3가지 어트랙션을 통해 서울과 강원 평창, 제주 성산일출봉, 부산 해운대, 전남 보성 녹차밭 등 한국 주요 관광지를 직접 둘러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일자리 창출에 기여

    교육 분야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초등생을 둔 학부모 사이에서는 VR로 배우는 코딩교육이 화제다. 내년부터 초등학교 코딩교육이 의무화되면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인 코딩을 VR로 가르치는 교육업체가 많이 생겨났다. 최근 아이와 함께 해당 기관에서 코딩수업을 들었다는 한 학부모는 “가상현실에서 지구과학 콘텐츠를 만드는 수업이었는데, 스마트폰에 해당 앱을 실행한 뒤 지구 모양의 동그라미를 만들고 지구를 돌리는 함수를 만들어 회전시키는 과정을 VR로 배웠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코딩수업도 사교육업체처럼 VR를 가미한 재밌는 방식으로 진행되면 좋겠다. VR는 먼 미래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당장 내 아이가 VR로 교육받을 걸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VR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VR 군사훈련 등 국방과 건설, 에너지 분야는 물론, 원격진료 같은 의료기술에도 적용되고 있다. 또한 VR는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른 4차 산업혁명 분야가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이라는 우려의 눈총을 받고 있는 것에 비해 VR는 콘텐츠 제작, 디바이스 및 시스템 제조, VR방·테마파크 같은 서비스 영역 등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혁수 수원대 문화컨텐츠테크놀로지학과 교수는 “경제적 효과나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VR의 가능성을 열심히 홍보할 필요가 있다. VR를 익숙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폭넓은 VR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또한 VR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 완화와 5G 인프라 투자 등에 대한 지원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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