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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공’은 정용진이 외쳤는데, 불똥은 왜 스타벅스에?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멸공’은 정용진이 외쳤는데, 불똥은 왜 스타벅스에?

‘멸공좌가 추천하는 스타벅스 음료.’

1월 11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올라온 게시 글이다. 조회수 약 18만 건에 800건 가까이 추천받아 인기 게시 글이 된 해당 글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2020년 12월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유튜브에서 자몽 허니 블랙티와 제주 유기농 말차로 만든 라테, 나이트로 콜드 브루, 콜드 브루 등 음료 4종을 추천하는 장면이 캡처돼 올라왔다. 이 커뮤니티에는 최근 ‘보이콧’(boycott: 거부하다)이라는 단어를 비틀어 만든 ‘바이콧(buycott)’ 신세계 응원 이미지가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이미지에는 ‘멸공’ ‘갑니다’ ‘삽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이미지 제작자는 “솔까(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30대 연평도 포격, 서해교전 당해봤으면 멸공해야지”라는 말을 덧붙였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직접 스타벅스 메뉴를 추천하는 모습.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유튜브 캡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직접 스타벅스 메뉴를 추천하는 모습.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유튜브 캡처]

‘멸공좌’와 ‘스벅’의 관계

앞선 1월 10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에는 ‘스타벅스 근처도 가기 싫어지는 사진이라고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조회수 10만 건에 1400여 개 댓글이 달린 해당 글에는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출연진인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가세연 대표가 SSG 랜더스 유니폼과 스타벅스 텀블러, 콜드컵 등 다양한 굿즈를 앞에 두고 일간베스트(일베) 포즈를 취한 장면을 캡처한 이미지가 올라왔다. 이날 가세연 출연진은 “앞에 있는 스타벅스에 가서 텀블러 20만 원어치를 사왔다”며 정 부회장을 응원했다. 정 부회장은 가세연이 제작한 뮤지컬 ‘박정희’를 관람하거나 댓글을 단 누리꾼에게 ‘가세연 보세요’라고 답글을 단 적이 있다. 더쿠 해당 글에는 “기프티콘 빨리 팔고 털어야지” “안 가, 안 간다고” “국내에서 내 돈으로 스벅 소비할 일 없겠네” “정말 안 마시고 싶어지네”라는 댓글이 달렸다.

위에서 언급한 ‘멸공좌’는 정 부회장을 가리킨다. 그런데 왜 갑자기 2022년 새해에 ‘멸공’(滅共: 공산주의자를 멸함), ‘스타벅스’ ‘불매운동’ 등이 화제가 된 걸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꾸준히 인스타그램에 ‘멸공’ 관련 게시 글을 올렸다. [정용진 인스타그램]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꾸준히 인스타그램에 ‘멸공’ 관련 게시 글을 올렸다. [정용진 인스타그램]

정 부회장이 온라인 주요 커뮤니티에서 이 별명을 얻은 데는 최근 올린 인스타그램 게시물 영향이 크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멸공’ 글귀를 써왔다. 올해 들어서는 1월 5일 올린 게시물(숙취해소제 사진에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는 메시지)이 ‘폭력 및 선동에 관한 인스타그램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해 삭제되자 “갑자기 삭제됐다. 이게 왜 폭력 선동이냐.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며 추가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이후 인스타그램 측에서 시스템 오류였다며 복구했다. 정 부회장은 이후에도 멸공 해시태그를 자주 활용했다. 소위 ‘멸공’ 콘텐츠에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정치와 젠더 이슈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현재 일부 여권 지지자를 중심으로 불매운동 타깃이 된 건 국내 1위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다. 이마트보다 불매하기 쉽고 효과가 즉각적이라는 게 스타벅스 불매운동 참여 의사를 밝힌 이들의 주장이다. 군필 남성 이용자가 많은 커뮤니티와 여성 이용자가 많은 커뮤니티에서 해당 이슈에 온도차(스타벅스 간다 vs 안 간다)를 보인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스타벅스는 1999년 정 부회장이 국내에 선보인 브랜드로 국내시장 진출 17년 만인 2016년 매출 1조 원을 넘어섰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신세계그룹 주력 계열사 이마트의 연결기준 자회사로, 최근 법인명을 SCK컴퍼니로 변경했다. 지난해 3분기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영업이익은 80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2% 증가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4742억 원을 투입해 스타벅스커피 인터내셔널이 보유한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50% 중 17.5%를 추가 인수하며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의 67.5%를 보유하게 됐다.

불매운동? 아직은…

실제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을까.

1월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스타벅스 3곳을 찾아 살펴봤다. 점심시간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고, 테이크아웃하는 손님도 꽤 됐다. 갖고 있던 기프티콘이나 충전카드 잔액을 소진하는 중이라고 가정한다면 본격적인 불매운동 여부와 효과는 1~2주가 지나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매장 직원은 “특별히 손님이 줄지는 않았고 평소 같았다. 점심시간 이후에 많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기프티콘 구매가 빈번히 이뤄지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살펴보니 1월 13일 오후 기준으로 ‘베스트’ 카테고리 ‘교환권’ 부문 중 ‘카페 거래액 순위’ 1~20위까지 3건(투썸플레이스 제품)을 제외하면 모두 스타벅스 관련 상품이었다.

소문에 민감한 주식시장을 들여다봤다. 신세계 주식 거래량은 평소 3만~4만 주를 오가다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이 화제가 된 1월 10일 25만, 11일 18만, 12일 12만 주 가까이 거래됐다. 1월 7일 종가 25만 원이던 주식은 10일 23만3000원으로 떨어졌으나 11일(23만9000원), 12일(24만6500원) 연속 올랐고 13일 24만7500원에 장을 마쳤다. 종목 토론 게시판에는 “멸공 테마주” “여기가 애국기업 신세계 토론방입니까!” “멸공패스 도입하자” 등 정 부회장을 응원하는 글과 “스타벅스에서 커피 마시면 내 성을 간다” “정용진 군대도 안 간 X이” “주주들 생각 좀 하세요 개인 기업입니까” 같은 비난 글이 혼재하는 상황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정 부회장은 더는 인스타그램에서 ‘멸공’을 언급하지 않겠다고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 부회장은 1월 11일 “사업하는 집에 태어나 사업가로 살다 죽을 것이다. 진로 고민 없으니까 정치 운운 마시라”며 “멸공은 누구한테는 정치지만 나한테는 현실이다”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같은 날 ‘보이콧 정용진’ 이미지 게시물을 올리면서 “누가 업무에 참고하란다”라고 쓰기도 했다. 두 게시물에는 좋아요 16만여 개가 달렸다.

한국노총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은 1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은 자유이나 그 여파가 수만 명의 신세계, 이마트 직원과 그 가족에게도 미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노이즈 마케팅’이라 해도 ‘오너 리스크’라는 말이 동시에 나오고 있음을 노조와 사원들은 걱정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노총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은 이마트 3개 노조 중 교섭 대표 노조다. 노조는 또한 부츠, PK피코크, 삐에로쑈핑 등 철수한 사업들을 언급하면서 “그간 사업가로서 걸어온 발자취를 한번 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SNS 인싸’ 캐릭터 득일까, 독일까

국내 대기업 총수 중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가장 많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용진 인스타그램 캡처]

국내 대기업 총수 중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가장 많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용진 인스타그램 캡처]

정 부회장은 1월 3일 신세계그룹 뉴스룸을 통해 발표한 신년사에서 “우리 목표는 제2 월마트, 제2 아마존도 아닌 제1의 신세계”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감과 느낌만으로 사업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고객 데이터와 경험을 모아 의사결정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그가 야심 차게 추진한 사업 중 스타벅스와 노브랜드는 성공 사례로 꼽힌다. 다만 성과가 나지 않은 사업도 있었다. 정 부회장은 2012년 헬스 앤드 뷰티(H&B) 스토어 분스를 출범했으나 2015년 철수했다. 2017년 부츠로 H&B 스토어사업에 재도전했지만 2020년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2018년 출범한 가정간편식(HMR) 전문점 PK피코크, 만물잡화점 삐에로쑈핑도 2020년 사업을 접었다. 2016년 190억 원에 인수해 ‘정용진 소주’로 불렸던 제주소주는 적자 끝에 사업을 접고 신세계L&B에 흡수합병됐다. 스타벅스는 과연 어떤 길을 걷게 될까. 앞으로 1~2주 후 매출 변화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한편 대기업 홍보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 홍보팀을 두고 ‘극한직업’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오너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이 워낙 활발하다 보니 게시물이 올라올 때마다 언론 대응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1월 13일 기준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77만여 명으로 국내 재계 총수 가운데 가장 많다. 게시물은 직접 삭제한 걸 제외하면 총 44건이다. 정 부회장은 많을 때는 하루에 3건 이상 글을 올린다. 인스타그램 이전에는 트위터(현재 탈퇴), 페이스북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해왔다.

한 기업 홍보팀 관계자는 “한 번은 게시물이 올라와 언론 대응을 하는 와중에 또 다른 게시물이 추가돼 확인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고 들었다”며 “홍보팀 처지에서는 오너가 SNS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게 좋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홍보팀 관계자는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면 기업 이미지가 올라가고 매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너가 SNS를 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며 “다만 메시지가 일관되지 않으면 소비자가 혼란에 빠질 수 있는 만큼 좀 더 정제된 메시지를 올리는 편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1323호 (p24~26)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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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23호

2022.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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