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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국 직접 진출 아마존, 한국서만 11번가 손잡은 이유

“아마존 ·알리바바가 장악 못 한 유일한 시장” OTT 등 제휴 영역 확대 관건

  • 윤혜진 객원기자 imyunhj@gmail.com

12개국 직접 진출 아마존, 한국서만 11번가 손잡은 이유

SK텔레콤 자회사 11번가와 세계 1위 유통 공룡 아마존이 손잡았다. 8월 31일 11번가에 오픈한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관세청에서 발급받은 개인통관고유번호를 입력하는 것 외에는 모든 과정이 기존 온라인 쇼핑몰 주문 방식과 동일하다.

실제로 11번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둘러보니 첫 화면에 있는 아마존 카테고리를 통해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로 바로 연결됐다. 첫 구매 추천 상품, 국내 소비자들의 아마존 실시간 구매 상품, 아마존 성별 인기 브랜드, 아마존 핫딜 등 다채롭게 구성돼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근 이상호 11번가 사장은 “상품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과 한국 사이트에서 쇼핑하는 것처럼 해외직구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도록 사용자 경험(UX)에 신경 썼다는 점이 기존 해외직구 서비스와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상품 가짓수가 많다. 수천만 개 규모다. 상품 검색부터 정보 확인, 주문 정보 입력, 결제는 물론, 아마존에서 구매한 고객들의 상품 리뷰까지 한국어로 볼 수 있다. 판매 가격은 아마존 미국 가격을 기반으로 환율을 반영한 원화로 확인 가능하다. 11번가에서 제공하는 결제 수단을 그대로 사용하는 점도 편리하다.

전에 없던 전담 고객센터 운영

배송비 부담도 줄였다. SK텔레콤이 새로 선보인 구독 상품 ‘우주패스’(월 4900원부터)에 가입하면 무료로 배송해주는 프로모션이 진행되고 있다. 가구 같은 일부 상품을 제외한 상품에 적용되며, 혜택 시기와 기준은 변경될 수 있다. ‘우주패스’에 가입하지 않아도 11번가 회원이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 2만8000원 이상 구매할 경우 무료로 배송해준다.



눈에 띄는 부분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전담 고객센터가 운영된다는 점이다. 해외직구의 허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외국어로 하는 반품·환불 과정의 불편함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소비자가 많이 이용하는 해외 온라인 쇼핑몰 5곳(아마존·알리익스프레스·아이허브·이베이·큐텐)을 조사한 결과 상담 이유로 ‘취소·환불·교환 지연과 거부’가 191건(27.6%)을 차지해 가장 많았다. 11번가는 이 점을 파고들었다. 아마존 상품과 관련된 모든 문의를 11번가에서 처리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11번가의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아마존이 직매입하는 상품만 취급하기 때문에 실제 미국 아마존닷컴에서 다루는 상품 수보다 적다. 또 실제로 클릭해 보니 ‘주문량 증가로 10~15일 내 도착 예정’이라는 상품이 많았다. 앞서 11번가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주문 시 배송 기간을 영업일 기준 평균 6~10일이라고 안내했다. 한국 해외직구 고객이 선호하는 상품을 16만 개 이상 선별한 ‘특별 셀렉션’ 제품은 좀 더 빠른 평균 4~6일 내 배송 받을 수 있다.

안내와 다른 배송 기간에 대해 문의하자 11번가 관계자는 “조금이라도 변동사항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면 전부 다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는 게 아마존의 원칙이다. 서비스 오픈 이후 예상보다 반응이 뜨거워 최대한 보수적으로 안내한 것”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상품, 더 빠른 배송, 편리한 고객 응대 서비스 등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8월 27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는 이상호 11번가 사장. [사진 제공 · 11번가]

8월 27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는 이상호 11번가 사장. [사진 제공 · 11번가]

위험 부담 줄이려 우회 진출

현재 아마존은 전 세계 12개국에서 글로벌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이 직접 진출하지 않은 나라에서 현지 사업자와 제휴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이번 제휴를 한국 e커머스 시장 진출에 관심을 보여온 아마존과 그룹 내 플랫폼 및 커머스 사업 확대를 꾀하는 SK그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본다.

다만 아마존이 직접 진출이 아닌 간접 진출 형태를 택한 것에 대해서는 ‘글로컬리제이션’(세계화+지역화)의 일환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다른 나라의 경우 검색 엔진으로 구글이 압도적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네이버, 카카오 등이 강세이고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도 있다”며 “아마존으로서는 미국 이베이가 옥션, G마켓을 인수하며 이베이코리아를 출범시킨 전례처럼 위험 부담을 줄이고자 현지화 전략을 택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도 뉴욕 증시 입성 당시 “한국은 전 세계 10대 e커머스 시장 중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장악하지 못한 유일한 시장”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한국형 아마존’을 꿈꿔온 11번가로서도 윈윈(wim-win)이다. 현재 11번가의 시장점유율은 6% 수준으로 네이버(17%), 쿠팡(13%), 이베이코리아(12%)에 이은 4위에 머물고 있다. 2023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는 가운데 반전을 꾀할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11번가는 전체 판매액 증가뿐 아니라, 아마존 쇼핑을 통한 신규 고객 유입과 ‘록인’(lock-in: 고객 묶어두기)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무리 우회 진출이라 해도 상대는 글로벌 유통혁신의 대표 격인 ‘아마존’이다. 11번가 측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의 성과에 따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아마존 관련 서비스 제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아마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드론 배송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에어’ 등이 국내에 들어올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일단은 저마다 새 서비스를 론칭하거나 할인 이벤트를 펼치며 대응하는 모습이다. 알리바바그룹의 글로벌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는 8월 19일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5일 배송 서비스’를 출시했다. 적용 품목은 음향 전문 브랜드 QCY의 이어폰과 캠핑용품 브랜드 네이처하이크의 장비, 베이스어스의 모바일 액세서리 등이다. 상품이 5일 이내 배송되지 않으면 지연 보상을 신청할 수 있다. 저렴한 대신 “주문 후 잊을 만하면 온다”는 평을 들었던 알리익스프레스로선 파격적인 서비스다.

이베이코리아의 G9는 9월 중국 직구 전문관 ‘니하오! 갓성비’를 오픈했다. 샤오미, 디베아, QCY 등 직구족 사이에서 인기 높은 중국 브랜드 제품을 선보인다. 또 해외직구 플랫폼 몰테일은 몰테일 아이디로 4개국 주요 쇼핑몰 제품을 구매부터 배송까지 해주는 ‘다해줌’ 서비스를 최근 독일로 확대했다. 이를 바탕으로 유럽 전역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11번가 애플리케이션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사진 제공 · 11번가]

11번가 애플리케이션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사진 제공 · 11번가]

인기 1위 미국發 직구 시장, 얼마나 흡수할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총 해외직구 거래액은 4조677억 원이다. 아직은 국내 해외직구 규모가 전체 e커머스 시장의 2~3%가량으로 비중이 미미하지만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추세다. 올해 2분기에만 해외직구 거래액이 1조121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6% 늘었다.

단, 이미 G9와 쿠팡 등이 비슷한 직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11번가의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가 얼마나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해외직구에서 중요한 배송의 경우 G9가 무료 배송을, 쿠팡 ‘로켓직구’가 평균 3~4일이라는 빠른 기간을 내건 만큼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 큰 메리트가 없어 보인다는 평도 나온다. 이 때문에 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서도 제휴로 11번가가 얻을 이익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긍정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현재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직구를 많이 하는 나라가 미국인 점에 주목한다. 통계청 조사에서 늘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순이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발(發) 직구 시장 규모는 연간 약 1조7000억 원으로 만약 이 시장의 50% 이상을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가 흡수할 경우 11번가 GMV(총매출액)는 지난해 기준 10조 원에서 11조 원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여기에 구독 서비스를 통해 한국 e커머스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반면 대규모 투자로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이미 11번가는 지난해 4분기 14억 원, 올해 1분기 40억 원, 2분기 140억 원 적자를 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업비용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와 관련해서는 배송비를 포함해 서비스 운영으로 발생하는 비용들을 3사(SK텔레콤·11번가·아마존)가 협의해 맡는다.

이상근 교수는 “당분간 11번가가 적자를 내더라도 성장 중심의 행보를 보이겠지만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11번가뿐 아니라 요즘 이베이코리아, 인터파크 등 1세대 e커머스업체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 네이버, 카카오처럼 거대 플랫폼에서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곳이 아니라면 점점 더 버티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카카오는 2018년 카카오커머스를 독립시키면서 몰테일을 운영하는 코리아센터와 인수합병을 시도한 바 있다. 당시 분사한 카카오커머스는 9월 1일부터 다시 카카오 내 별도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카카오는 “사업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e커머스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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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06호 (p20~22)

윤혜진 객원기자 imyun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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