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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작사 학원, 수강생 권리는 뒷전

[미묘의 케이팝 내비] 화려한 케이팝 뒤에 숨겨진 업계 민낯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케이팝 작사 학원, 수강생 권리는 뒷전

작사 학원의 부조리에 해외 케이팝 팬들도 주목하고 있다. [GETTYIMAGES]

작사 학원의 부조리에 해외 케이팝 팬들도 주목하고 있다. [GETTYIMAGES]

최근 케이팝 작사 학원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에 올랐다. 유명 작사가가 운영하는 해당 학원의 부조리를 익명으로 제기한 것이다. 해외 케이팝 팬들도 이 사건에 주목했고, 몇몇 작사 학원은 폭로된 대상이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내용을 공지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작사가는 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밝히고, 몇 가지 문제점을 시인한 뒤 이를 시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폭로자는 수강생들이 작업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한두 글자를 고치거나 작사에 참여하지 않고도’ 작사가로 이름을 올리는 이가 있는 반면, 실제로 가사를 쓴 수강생의 이름은 누락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작사 지분이 불공평하게 설정되고, 그나마 지분 설정 과정도 불투명하며, 기획사가 지급한 ‘작사비’도 수강생은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학원 입장에서는 수강생의 작업물을 일방적으로 착취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창작자에게 음원을 내주며 작사를 맡길 기획사는 없다. 수강생과 기획사를 연결하고 중재하는 일은 ‘퍼블리셔(publisher)’로서 학원의 업무이자 프로젝트 지휘자로서 작사가의 업무일 터. 그것에 대한 대가가 매겨질 수 있다. 수강생의 시안이 기획사에 다 전달되는지, 음원이 공평하게 배분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과 학원장 등이 가사를 ‘일부’ 수정한다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수강생의 실력이나 스타일에 맞게 작업을 배분하고 결과물을 선별하거나 정돈해 개선하는 일도 학원의 업무로 간주될 수 있으니 말이다. 요컨대 경쟁이 치열한 업계의 현업 종사자인 동시에 인력을 양성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다 보니, 학원 역할에 대한 기대치에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어 보인다.

케이팝 작사 학원은 공동 작업이 일반화된 업계에서 참신하고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뽑아내고 후진도 양성하기 위해 ‘문하생’ 시스템을 체계화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수강생의 데뷔와 활동 여부는 학원 측 결정에 좌지우지될 수 있으므로 악용될 구멍이 남아 있다. 이 구멍을 사람에 대한 믿음만으로 덮기에는 우리 가요계에는 후배의 작업물을 갈취하는 선배 사례가 너무 많다. 회사나 선배에게 작업 결과물을 뺏기는 생활을 하다 독립했다는 사연이 널리 알려진 작곡가도 수두룩하다.

대중음악은 스타를 꿈꾸는 ‘아이들’이 업계에 새로 진입함으로써 생명력을 더한다. 케이팝 아이돌이 제공하는 꿈은 멋진 모습에서도 비롯되지만, 그들이 노래하는 가사에서도 무수히 피어난다. 작사가의 꿈을 가진 이가 가장 먼저 마주해야 하는 것이 착취적 관계라면 어떨까. 나아가 케이팝 콘텐츠에 관여하는 수많은 부분 하나하나가 부조리로 가득하다면 말이다. 산업 규모가 커지고 그 나름 체계화를 이루고 있지만 미미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비단 작사업계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스크린도어가 없는 플랫폼에서는 약자가 먼저 떨어지게 마련이다.



폭로자의 주장 중 어디까지가 부조리이고 어디부터 오해의 산물인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논란이 된 작사 학원을 비롯해 관련 업계가 이번 일을 계기로 체계를 한 차원 끌어올리길 바라본다. 또한 케이팝 창작자와 스태프에 대한 부당 처우에도 사회적 관심이 깊어지길 바란다.





주간동아 1284호 (p60~60)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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