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행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짓는 절차가 이달부터 시작된다. 왼쪽부터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각 사 제공]
금융사고 적발액 2000억 원 넘겨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올해부터 적용되면서 지주사와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는 임기 만료일 3개월 전부터 경영 승계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 5대 시중은행 행장이 모두 올해 12월 31일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이달부터 차기 행장 후보 추천을 위한 절차가 본격화된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의 연임 여부가 이르면 11월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행장 연임의 최대 변수는 금융사고다.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5대 은행 금융사고 적발 현황’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5대 시중은행에서 적발된 금융사고는 67건이며 사고 금액만 2074억670만 원에 이른다(그래프 참조). 허위 서류를 통한 부당 대출, 명의 도용인에 의한 대출, 대출 고객 상환금 및 은행 시재금 빼돌리기 등이 포함됐다. 금융사고 발생 건수는 하나은행(16건)이 가장 많았으며 KB국민은행(14건), NH농협은행(14건), 우리은행(13건), 신한은행(10건)이 뒤를 이었다. 사고 규모는 우리은행(1016억9380만 원)이 가장 컸고 KB국민은행(644억8890만 원), NH농협은행(295억7440만 원), 하나은행(100억5320만 원), 신한은행(15억9640만 원) 순이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경우 5대 시중은행 행장 가운데 연임이 가장 불투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 행장은 지난해 7월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이 직원의 횡령 사고 등으로 물러난 직후 임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100억 원대 금융사고가 거듭 발생해 책임론에 직면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9월 30일 외부인의 허위 서류 제출에 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올해 들어 세 번째 금융사고 관련 공시였다.
조 행장 입장에서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 대출 의혹이 특히 뼈아프다. 금융당국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 부당 대출은 물론, 사후 대처 역시 문제 삼고 있다. 우리은행 측이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 및 개인사업자 차주에게 350억 원 규모의 부당 대출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지난해 말 인지했음에도 올해 5월에서야 자체 감사 결과를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당초 계획보다 이른 10월 2일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돌입했는데, 이 역시 부당 대출 의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8월 28일 “조사나 수사 결과가 나오면 나와 은행장을 포함한 임직원은 그에 맞는 조치를 겸허하게 따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조 행장은 주변에 연임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은행 역시 금융사고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NH농협은행은 올해만 4건의 횡령·배임 사고를 겪었으며, 사고 금액도 290억 원에 달한다. 이에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은 내부통제 문제로 10월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그간 NH농협은행장이 연임하는 경우가 적었다는 사실 역시 이 행장의 연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홍콩 ELS 사태 평가 갈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 행장들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편이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올해 ‘리딩뱅크’ 타이틀 탈환은 물론, 내부통제 역시 안정적으로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승열 하나은행장 역시 취임 첫해인 지난해 당기순이익 1위 자리를 지켰고, 이후로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와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가 연임 변수로 꼽히지만 이에 대해 안정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가 있다.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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