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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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나가 발로 뛰어 외국인 학생 2배로 늘린 황건영 칼빈대 총장

취임 1년 만에 85억이던 대학예산 245억 원으로 늘려… 유엔과 협력해 글로벌 역량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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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4-09-1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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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령 인구 감소로 국내 대학들이 위기를 겪는 가운데 ‘나 홀로 성장세’를 보이는 대학이 있다. 경기 용인에 위치한 개신교 계열 신학대 ‘칼빈대’다. 칼빈대는 몇 년 전까지 부실대학, 폐교위기대학 명단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재정 상황이 어려웠다. 그러나 지난해 황건영 칼빈대 총장이 취임하면서부터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해외로 눈을 돌려 외국인 학생을 적극 유치했고, 85억 원 수준이던 예산 규모를 올해 245억 원(추경 기준)으로 3배 가까이 늘렸다. 올해로 개교 70주년을 맞은 칼빈대가 큰 도약을 이룰 수 있는 토대를 만든 것이다. 9월 3일 만난 황 총장은 “취임하고 보니 학교가 존폐 기로에 서 있더라”면서 “총장 체면을 내려놓고 어떤 일이든 발로 뛰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황건영 칼빈대 총장. [지호영 기자]

    황건영 칼빈대 총장. [지호영 기자]

    유엔아카데미임펙트(UNAI) 기관 발탁 성과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려고 직접 현지를 방문해 신입생 면접을 봤다고 들었다.

    “25년간 칼빈대 교수를 지냈기 때문에 대략 사정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이 더 심각했다. 학령인구가 줄어 신입생 정원을 채우기 너무 어려웠고, 재정적으로는 교직원 급여를 늦춰서 줘야 할 만큼 위기에 놓여 있었다. 당장 학생 수를 늘릴 방법은 외국인 학생 모집뿐이었다. 그래서 나와 국제대학원장 단둘이 베트남, 네팔,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 외국인 학생 비율이 높은 국가들을 돌기 시작했다. 체류비용을 줄이고자 비서진도 일절 동행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처음에는 800~1000명이던 외국인 학생 수가 지금은 1800명가량 된다.”

    외국인 학생을 모집하고 싶다고 해서 바로 모집이 되는 것은 아닐 텐데, 어떻게 단기간에 많은 학생을 유치했나.

    “총장이 직접 나섰다는 것, 그리고 한국 위상이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는 것 이 두 가지가 주효했다. 한국 대학 총장이 방문한다고 하니 현지 대학에서도 총장이 직접 나와 의전을 했고, 학생들에게 격식 있게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해줬다. 어학원, 유학 에이전시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일차적으로 칼빈대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됐다. 결정적으로 학생들이 진학을 선택하는 데 우리 학교의 외국인 학생 장학금 제도, 일대일 관리 시스템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현재 칼빈대는 외국인 학생에게 등록금의 일부를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학업 이외에 아르바이트 구하기 등 실생활과 관련된 부분들도 밀착 지원한다.”

    “반려동물학과, 글로벌 역량으로 차별화”

    취임 이후 칼빈대가 ‘유엔아카데미임펙트(UNAI)’ 기관으로 선정됐다. 국내 51개 대학에 포함된 것인데.

    “학교 미래를 구상하는 데 ‘글로벌’이라는 키워드가 빠질 수 없더라. 국내에서 무의미한 제로섬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무대로 계속 진출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거기에는 유엔(UN)만 한 것이 없다고 봤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내 비정부기구(NGO) ‘평화나눔공동체(APPA)’에서 7~8년간 한국 대표를 지낸 개인적 이력도 도움이 됐다. 그렇게 칼빈대가 유엔 지정 고등교육기관인 유엔아카데미임펙트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현재 학과마다 유엔 관련 과목을 수강하면 학생들에게 유엔 명의 인증서가 발급된다. 올해 7월에는 교내 유엔 연수단 20명을 선발한 뒤 인당 650만 원을 지원해 미국 워싱턴 유엔 본부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세미나를 듣고 포럼을 개최하면서 학생들의 진로 방향성이 눈에 띄게 명확해졌다.”

    최초 칼빈대 출신 총장이다. 칼빈대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순발력, 기동성이다. 공룡은 전부 멸종했지만 쉽게 변모하고 움직이는 작은 생물들은 지금까지도 살아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칼빈대는 누군가 자금을 출자해 재단 이사회를 구성하고, 그런 키(key) 멤버에 의해 학교 정책이 결정되는 구조가 아니다. 그렇다 보니 설립 이념은 변하지 않지만, 시대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생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22년 수도권 4년제 대학 중 처음으로 반려동물학과를 개설한 것이 대표적 예다. 사실 신학대에 반려동물학과를 만든다는 것은 교리상 좀 이질적인 느낌이 있다. 그래서 총신대 등 일반 신학대에서는 개설하기 어려운 학과다. 반면 칼빈대는 비전 있고 유망하다면 과감히 변화를 시도한다. 더 나아가 반려동물학과도 전체 기조에 맞춰 글로벌화를 시도하고 있다. 3월 ‘세계 강아지의 날’ 행사를 유엔과 동시에 개최했고, 유엔 연수단 학생 중 반려동물학과 학생들은 미국 현지 유기동물보호소를 방문해 선진화된 시스템을 배우는 등 글로벌 관점의 학습을 추구하고 있다.”

    올해는 개교 70주년이자 총장 취임 1년을 맞은 해다. 앞으로 더 강도 높게 추진하려는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학교 내실을 키우겠다는 것이 취임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갖고 있는 생각이다. 대학, 특히 신학대가 처한 상황이 여러 가지로 어렵지만 그 안에서 칼빈대 전성기를 이끌어보겠다는 것이 내 목표다. 단기적으로는 10월 교육부 대학기관평가 인증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지만, 통과하기만 하면 1년에 30억~40억 원 정부 보조금을 받아 학생들에게 투자할 수 있어 도전을 결정했다. 7부 능선은 넘었다고 보는데, 결과까지 잘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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