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 말 ‘괴질’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엄청난 치사율과 치료진의 연이은 사망으로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던 무렵, 국내에도 사스로 의심되는 추정환자 4명이 생겨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당시 의료계에선 “우리가 이래서야 되겠나”라는 자조 섞인 한탄이 흘러나왔다. 진료에 지원한 의료진(의사, 간호사 등 포함)이 없어 병원마다 속앓이가 심했던 것. 당시 추정환자 진료를 담당한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진료 지원자가 없어 병원 측에서 강제로 의료진을 지정했는데 일부는 사표를 내려 했다”고 회고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지금, 우리 의료계는 전 세계로부터 “인류의 생존을 담보한 백의의 천사”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에볼라) 감염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으로 파견된 ‘에볼라 위기대응 해외 긴급구호대’(긴급구호대) 소속 의료진과 지원대가 바로 그들이다. 시에라리온은 기니, 라이베리아와 함께 서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에볼라가 가장 창궐한 지역으로, 12월 들어서는 감염 확산세가 가파른 지역이다. 12월 말 현재 이들 3개국에서 1만8000여 명의 감염자가 발생해 7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긴급구호대는 팀당 10명으로, 감염내과 전문의 등 의사 4명과 간호사 등 보건인력 6명으로 구성되며 각 병·의원 소속의 민간인 전문의와 간호사, 군의관, 간호장교 등 민·군 보건인력이 섞여 있다. 총인원은 30명이며, 1진 10명은 12월 13일 출국해 영국에서 1주일간 사전 훈련을 받고 시에라리온에서 1주일간 현지 적응 훈련을 거친 뒤 27일부터 4주간 본격적인 진료 활동을 펼치고 있다. 2진은 내년 1월 10일, 3진은 2월 7일 파견 예정. 이들은 무사히 진료 활동을 마친 뒤에도 국내 안전시설에서 3주간 자발적 격리에 들어가게 된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에볼라 잠복기간이 지날 때까지 가족 등 민간인과의 접촉을 금지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가슴을 더욱 따뜻하고 뿌듯하게 하는 대목은 10월 24일부터 11월 7일까지 실시한 긴급구호대 선발에 정원 30명의 6배가 넘는 181명이 지원했다는 사실이다. 의사는 민간인이 35명, 군의관이 12명이었으며 간호사는 민간인 57명, 간호장교 24명이 파견을 자청했다. 이 밖에 임상병리사가 23명, 현장 안전관리사도 30명이 신청했다. 파견에 대한 보상이나 반대급부에 대한 약속이 전혀 결정된 바 없는 상황에서 오직 ‘인류 생존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열정만으로 위험을 감수한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모집 당시 시에라리온에서 진료 중인 각국 의료진 12명이 감염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도 지원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긴급구호대 모집과 심사를 담당한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인원이 지원할 줄 몰랐다. 우리도 적잖이 놀랐다. 의료계 전반에 세계적 수준의 의료기술을 가진 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일로에 있는 감염병 대처에서 빠질 수 없다는 사명감이 형성돼 있었던 것 같다. 정말 고맙고 한 분 한 분이 위대한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던가. 에볼라 감염에 대한 국민의 공포를 감안해 긴급구호대는 자신의 신상 공개를 스스로 거부했다. 자신뿐 아니라 가족이 입게 될 정신적 피해가 우려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들은 출국 당일 사진 한 장 찍지 않고 관계자들의 배웅만 받은 채 시에라리온으로 떠났다.
긴급구호대와 별도로 그들을 지원하기 위한 지원대 1진도 12월 16일 시에라리온으로 출국했다. 지원대는 외교부, 보건복지부,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관계자 3명으로 구성됐으며 원도연 외교부 과장이 지원대 1진 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원 과장은 긴급구호대와 지원대를 통틀어 얼굴 등 신상이 공개된 유일한 인물이다. 이들은 우리나라 긴급구호대가 활동할 예정인 에볼라 치료소(ETC)를 운영하는 이탈리아 비정부기구(NGO) ‘이머전시’, 시에라리온 정부, 유엔 관계자 등과 우리 긴급구호대의 활동 관련 사항을 협의하고 처리하고 있다.
긴급구호대 파견을 위해 11월 선발대로 시에라리온에 다녀온 서은지 외교부 다자협력인도지원과장은 “가족은 내가 시에라리온에 다녀온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다녀온 뒤 계속 검진을 받고 감염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알렸다. 이번 긴급구호대와 지원대 파견은 우리나라가 세계 감염 질환 대처에 실질적으로 기여해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을 선정했다. ‘타임’은 “이들이 에볼라와 맞서 싸운 덕에 전 세계인이 편하게 밤잠을 청할 수 있었다. 그들은 영웅의 심장을 가지고 행동했으며 지속적인 희생을 통해 생명을 구하려는 ‘에볼라의 전사들’”이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지금, 우리 의료계는 전 세계로부터 “인류의 생존을 담보한 백의의 천사”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에볼라) 감염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으로 파견된 ‘에볼라 위기대응 해외 긴급구호대’(긴급구호대) 소속 의료진과 지원대가 바로 그들이다. 시에라리온은 기니, 라이베리아와 함께 서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에볼라가 가장 창궐한 지역으로, 12월 들어서는 감염 확산세가 가파른 지역이다. 12월 말 현재 이들 3개국에서 1만8000여 명의 감염자가 발생해 7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긴급구호대는 팀당 10명으로, 감염내과 전문의 등 의사 4명과 간호사 등 보건인력 6명으로 구성되며 각 병·의원 소속의 민간인 전문의와 간호사, 군의관, 간호장교 등 민·군 보건인력이 섞여 있다. 총인원은 30명이며, 1진 10명은 12월 13일 출국해 영국에서 1주일간 사전 훈련을 받고 시에라리온에서 1주일간 현지 적응 훈련을 거친 뒤 27일부터 4주간 본격적인 진료 활동을 펼치고 있다. 2진은 내년 1월 10일, 3진은 2월 7일 파견 예정. 이들은 무사히 진료 활동을 마친 뒤에도 국내 안전시설에서 3주간 자발적 격리에 들어가게 된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에볼라 잠복기간이 지날 때까지 가족 등 민간인과의 접촉을 금지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가슴을 더욱 따뜻하고 뿌듯하게 하는 대목은 10월 24일부터 11월 7일까지 실시한 긴급구호대 선발에 정원 30명의 6배가 넘는 181명이 지원했다는 사실이다. 의사는 민간인이 35명, 군의관이 12명이었으며 간호사는 민간인 57명, 간호장교 24명이 파견을 자청했다. 이 밖에 임상병리사가 23명, 현장 안전관리사도 30명이 신청했다. 파견에 대한 보상이나 반대급부에 대한 약속이 전혀 결정된 바 없는 상황에서 오직 ‘인류 생존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열정만으로 위험을 감수한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모집 당시 시에라리온에서 진료 중인 각국 의료진 12명이 감염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도 지원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긴급구호대 모집과 심사를 담당한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인원이 지원할 줄 몰랐다. 우리도 적잖이 놀랐다. 의료계 전반에 세계적 수준의 의료기술을 가진 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일로에 있는 감염병 대처에서 빠질 수 없다는 사명감이 형성돼 있었던 것 같다. 정말 고맙고 한 분 한 분이 위대한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던가. 에볼라 감염에 대한 국민의 공포를 감안해 긴급구호대는 자신의 신상 공개를 스스로 거부했다. 자신뿐 아니라 가족이 입게 될 정신적 피해가 우려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들은 출국 당일 사진 한 장 찍지 않고 관계자들의 배웅만 받은 채 시에라리온으로 떠났다.
긴급구호대와 별도로 그들을 지원하기 위한 지원대 1진도 12월 16일 시에라리온으로 출국했다. 지원대는 외교부, 보건복지부,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관계자 3명으로 구성됐으며 원도연 외교부 과장이 지원대 1진 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원 과장은 긴급구호대와 지원대를 통틀어 얼굴 등 신상이 공개된 유일한 인물이다. 이들은 우리나라 긴급구호대가 활동할 예정인 에볼라 치료소(ETC)를 운영하는 이탈리아 비정부기구(NGO) ‘이머전시’, 시에라리온 정부, 유엔 관계자 등과 우리 긴급구호대의 활동 관련 사항을 협의하고 처리하고 있다.
긴급구호대 파견을 위해 11월 선발대로 시에라리온에 다녀온 서은지 외교부 다자협력인도지원과장은 “가족은 내가 시에라리온에 다녀온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다녀온 뒤 계속 검진을 받고 감염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알렸다. 이번 긴급구호대와 지원대 파견은 우리나라가 세계 감염 질환 대처에 실질적으로 기여해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을 선정했다. ‘타임’은 “이들이 에볼라와 맞서 싸운 덕에 전 세계인이 편하게 밤잠을 청할 수 있었다. 그들은 영웅의 심장을 가지고 행동했으며 지속적인 희생을 통해 생명을 구하려는 ‘에볼라의 전사들’”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