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창당식 모습.
1 전격 신당 창당 … 양자구도 선거전
6·4 지방선거는 D-120이던 2월 4일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열전에 돌입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여기에 신당 창당을 목표로 하던 ‘안철수 신당’의 3당 구도에서 선거를 치를 경우 야권 분열에 따른 새누리당 압승이 예상됐다.
그러나 10%대 초반 정당 지지율을 보이던 민주당은 20%대 초반 지지율의 안철수 신당과 3월 2일 신당 창당에 전격 합의한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이 일요일 오전 기습 신당 창당을 선언해 선거 구도는 크게 요동쳤다. 대반전이었다. 민주당을 ‘기득권 정당’이라고 비판하던 안 위원장은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매개로 합당, 제1 야당의 공동대표가 돼 여당 심판을 외쳤다. 신당(새정치민주연합) 창당으로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42.9%, 통합신당 39.7%(3월 4일 KBS·미디어리서치 조사)가 돼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팽팽한 접전이 예고됐다.
‘중진 차출론’을 외치던 새누리당은 3월부터 광역단체장 후보를 확정하며 선거전을 이끌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갑작스러운 창당 후유증을 앓았다. 신당 창당의 고리가 된 기초선거 무공천은 4월 10일 전 당원 투표를 통해 공천으로 뒤집혔고, 신당 지지율은 창당 직후보다 10%p가량 급락한 28.5%(리얼미터 3월 7~11일 조사)를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초연금안 통과를 두고도 당내 분란이 일면서 ‘도로 민주당’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돌았다. 이 기간 새누리당은 역대 최고 정당 지지율(52.5%)을 기록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이 더해져 야당의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2 선거 이슈 다 쓸고 간 세월호 참사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지방선거 구도는 ‘시계 제로(0)’ 상태에 접어들었다. 사상 최악의 해난 사고로 희생자 289명이 발생했고,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한 정부 여당에 대한 분노와 정치권에 대한 혐오로 민심이 폭발했다. 사고 발생 초기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재난구호 시스템 부재에 국민은 분노했다.
세월호 참사는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중진 차출로 선거 드라이브를 걸려던 새누리당은 후보 경선을 2주 이상 늦췄고 선거 전략도 확 바꿨다. 그사이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11%p 급락한 48%(한국갤럽 4월 28~30일 조사)를 기록했고, 국정 수행 부정평가도 12%p 급상승해 40%를 기록했다. 새누리당 지지율도 6%p 빠졌다. 박 대통령의 소극적, 간접적 사과 화법과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면피성 발언이 청와대 고위인사 입에서 나오면서 여당은 최대 위기를 맞는다.
‘박근혜 정부 견제론’ ‘지방정부 심판론’ 등 각종 선거 프레임은 안전 프레임으로 돌아섰고, 여야 정치권은 자숙 모드로 접어들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권견제론에서 정권심판론으로 전략 수정을 꾀할 수 있었다. 결국 4월 27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3 40대 앵그리맘 출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과 또래인 자녀를 둔 40대 학부모는 분노했다. 전체 유권자 4130만 명 중 2.17%를 차지하는 40대 유권자인 앵그리맘(Angry Mom·화난 엄마)과 앵그리대디(Angry Dady)가 박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했고, 각종 촛불집회에 참석하며 정부 규탄에 앞장섰다. 세월호 참사 전 57.3%를 기록하던 40대의 박 대통령 지지율은 39.4%로 급락했고, 부정평가는 25%p(33.6→58.6%) 급상승했다. 이들 40대 유권자는 야당 후보 지지와 함께 경쟁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보수적 교육 노선에 반발해 진보성향 교육감에게 표를 몰아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13곳에서 진보성향 교육감이 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들 40대 학부모의 분노 때문이라는 것이다.
4 박근혜의 눈물
박근혜 대통령이 5월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던 도중 희생자들의 이름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왼쪽). 5월 28일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는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
이후 여당은 선거 막바지까지 “박근혜의 눈물을 닦아주자”며 동정론에 호소했고, 야당은 안전 탐방을 이어가며 ‘세월호 심판론’ ‘정권심판론’을 부각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6·4 지방선거는 “박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달라”는 호소로 보수층이 결집한 것과 “국민 눈물은 외면하느냐”는 여당 비판 표심이 부딪히면서 절묘한 선거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한다.
5 안대희 총리 후보자 낙마
정홍원 국무총리 후임으로 청와대는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5월 22일 ‘국민검사’ 안대희 전 대법관을 총리 후보자로 내세웠다. 마지막 ‘반전 카드’였다. 남재준 국정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경질됐다. 그러나 국민검사는 5개월간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16억 원이라는 막대한 수입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 ‘법피아’(법조+마피아)를 상징하는 전관예우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거액의 현금과 수표를 보유했고, 위장 전입 논란과 자녀 증여세 미납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총리 후보자 지명 엿새 만인 5월 28일 맥없이 전격 사퇴했다. 이 과정에서 야당은 ‘안대희 방지법’을 만들겠다고 총공세를 폈다. 총리 후보 지명 후 상승세를 보이던 대통령 지지율은 소폭 하락하며 50%대에 가까스로 턱걸이했다. 그러나 ‘안대희 총리’라는 박 대통령의 회심의 카드마저 사라지면서 국정 수행이 위태롭다고 느끼는 보수층의 표심을 자극했고, 이들 숨은 표가 야당 후보와 박빙 승부를 펼친 버팀목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