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구로병원은 이미 백신, 의료기기, 재생의학, 암 치료제 등 4개 대형 국책과제를 수행 중이다.
구로병원의 연구중심병원 운영엔 고려대 보건과학대 생체의공학과, 방사선학과, 치기공학과, 식품영양학과, 물리치료학과, 환경보건학과를 비롯해 약학대, 공과대 등 각 분야별 국내 최고 교수진이 공동연구에 참여함으로써 다양한 연구 성과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 세계가 손꼽아 기다리는 백신 개발 연구
인플루엔자는 해마다 크고 작은 유행을 일으켜 사회·경제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유발한다. 특히 항원 변이가 생겨 면역력이 없는 인간 집단에 대규모 유행을 일으킬 수 있어 국제적 감시를 통한 대비가 필요한, 공중보건학적으로 중요한 질병이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A(H1N1)의 대유행 경험을 통해 백신 및 치료제, 공중보건의료적 대응과 대비의 중요성이 부각됐는데, 특히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의 조기 공급, 대량 생산이 강조되고 있다.
구로병원의 백신 연구 분야는 김우주 교수(감염내과)를 중심으로 백신 국산화에 선도적 구실을 하며, 새로운 바이러스·세균 백신의 개발 및 산업화 10년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다. 또한 백신의 면역원성 증강 전략 개발, 백신 면역원성 및 효과 평가 진단 키트(Kit) 개발, 주요 백신 대상 환자의 질병 부담 평가도 시행 중이다. 백신 국산화로 연간 260억 달러 규모의 국제시장 진입을 목표로 하는데, 면역증강제 개발에도 관여하고 국제 인플루엔자 네트워크도 확립해나갈 계획이다.
국가적으로는 정부 산하 신종 인플루엔자범부처사업단이 세포배양 기반 백신 개발을 위한 1상 임상시험을 완료했고, 올해 하반기 3상 임상시험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논의 중이다. 현재까지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형 2종과 B형 1종 균주를 이용해 만든 3가 백신을 사용해왔으나 최근 기존 3가 백신에 포함되지 않는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2종이 유행함에 따라 그 바이러스들을 포함한 4가 백신 개발이 요구된다(백신은 1가에서 2가, 3가, 4가로 단위가 올라갈 때마다 반응하는 혈청형이 많아져 예방접종 효과가 커짐).
이에 따라 구로병원은 세포배양 기반 4가 백신 개발을 연구 중이며, 내년 상반기에 1상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세포배양 기반 백신은 3개월 이내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조류인플루엔자 유행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달걀 유래 단백질이 없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접종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세포배양 백신 생산기술은 백신 공급이 필요할 때 언제든 신속히 생산과 공급이 가능해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에 대한 대응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이뿐 아니라 4가 백신 생산기술 확보로 국민보건 분야의 경제적 손실 감소와 백신 주권 확립이 가능해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대 구로병원 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의 연구 인력.
국내 최초로 설립한 구로병원 의료기기 임상시험센터는 현재 나노 연구, 광학 및 분자영상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국산 의료기기 제품화의 핵심기술 확보를 통한 글로벌 우수 의료기기 개발도 선도한다. 연구전담 의사와 고려대 보건과학대 생체의공학과 교수들의 공동연구로 세계적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될 만큼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국제경쟁력을 강화해 2660억 달러 규모인 세계 시장 진입을 목표로 한다. 원천기술의 중소기업 이전, 개발도상국에 대한 의료기기 임상시험센터 기술이전 및 선진국과의 공동 임상시험 설계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와 같이 임상연구가 실용화하려면 국내외 유수 연구소와 다국적기업, 대학, 정부기관 등과의 연구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연결해 공동연구개발 네트워크를 공고히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활발한 인력 및 정보, 기술 교류 등을 통해 글로벌 공동연구 및 임상시험을 활성화해 융·복합연구가 실질적 효과를 내는 것이 핵심이다. 구로병원과 안암병원은 인접한 고려대 보건과학대와 생명과학대, 공과대, 약학대,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구로디지털단지 등 분야별 국내 최고 기관 및 교수진, 전문가가 공동연구에 참여해 다양한 연구 성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 세계 시장 겨냥한 재생의학 연구
재생의학 연구 분야에서 구로병원은 골 결손·질환 재생, 인대 재생, 당뇨성 족부궤양 줄기세포 창상치료제 개발, 인공 지지체를 이용한 요도·방광 재건을 위한 연구를 수행한다. 미국 2조 원, 세계 10조 원대 재생의학 의료기기 시장 석권을 목표로 한다.
# 산업화가 목표인 암 치료제 연구
구로병원의 암 치료제 연구 분야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표적 압타머 약물전달체 개발을 목표로 하며, 임상연구와 산업화까지 계획 중이다. 압타머는 단일·이중나선의 DNA, RNA 형태로 타깃 단백질과의 3차원적 결합을 통해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억제하는 생고분자 물질로, 다양한 표적분자에 결합하는 특징을 지녀 기존 항암제와는 전혀 다른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 따라서 유방암을 비롯해 혈액암, 부인암, 폐암, 위암, 대장암 치료에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원천기술을 소유하면 기술 제휴, 기술 수출 등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표적 압타머 약물전달체를 개발하는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확립되지 않은 상태.
구로병원은 또한 250여 개에 이르는 의료기기 및 의약품 제조업체를 개방 플랫폼에 참여시켜 각종 신제품을 개발하고 유통, 홍보, 판매망 구축에서 구심점 구실을 할 계획이다. 수요자 중심의 차별화한 신의료기기 개발, 골(뼈)·건(힘줄)과 인대, 요도, 방광 등에 관한 재생의료기기 국산화에도 앞장선다. 아울러 고려대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자회사를 만들어 직접 상품화에도 나설 예정이다.
김우경 고려대 구로병원 원장(성형외과)은 “구로병원은 백신, 의료기기, 재생의학, 암 치료제 등 4대 중점 연구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형 국책과제를 수행하는 등 뛰어난 연구역량을 인정받아왔다. 그런 의미에서 연구중심병원 지정은 구로병원만의 열정적 연구문화, 글로벌 연구역량과 인프라를 다시 한 번 대내외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창조적이고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4대 중점연구 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창출할 것이며, ‘준비된 연구중심병원’으로서 보건의료 분야 차세대 성장동력의 핵심 축이자 글로벌 연구개발 허브, 보건의료산업 기술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산하 2개 병원이 동시에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된 고려대의료원의 향후 행보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