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부채위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 말처럼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튼튼하다면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골병이 들 대로 들었다. 외환위기 이후 시대에 걸맞은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열지 못했고, 오히려 부동산 거품 경제와 재벌중심 경제구조를 만들었다.
그 결과 가계부채가 900조 원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부동산에 돈이 묶이고 재벌이 시장을 독식하는 바람에 일자리까지 줄었다. 일자리가 줄어드니 소득이 감소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4년간 실질 가계소득이 단 한 푼도 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외환위기 이후 소득 격차는 더 벌어졌으며, 가계의 80%는 외환위기 전보다 실질 가계수지가 악화됐다. 인위적인 환율 부양과 막대한 재정 및 조세 지원 등을 통해 대기업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동안 서민가계는 대부분 가난해졌다.
부동산 거품과 빚잔치 조마조마
이처럼 서민가계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 경제는 이미 위기 상황이다. 그것을 빚으로, 엉터리 통계수치로 가리고 있을 뿐이다. 외환위기 이후 고용불안과 취업난이 일상화하고 비정규직으로 전락한 사람이 많은데도 완전고용 상태에 가까운 3%대 실업률을 내놓으며 ‘고용대박’이라고 희희낙락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경제학자 라구람 라잔이 미국발(發) 경제위기를 이미 미국 사회에 생긴 여러 균열선(fault line·폴트라인)에서 찾았듯 한국 경제에도 숱한 균열선이 깊이 패어 있는 것이다. 용암이 어긋난 단층을 비집고 치솟듯 한국 경제위기도 바로 그 균열선을 따라 폭발할 위험성이 높다.
어쨌거나 그 위기의 직접적 도화선이자 가장 강력한 화약고는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가 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그리고 현재 유럽 부채위기도 결국 같은 문제에서 비롯됐다. 한국도 비슷한 위기구조를 가진 것이다.
알다시피 2000년대 내내 부동산 거품이 부풀어 오르면서 국민 대부분이 무리하게 빚을 져 집을 샀다. 그 과정에서 2000년 1분기 222조 원이던 가계신용은 2012년 1분기 현재 689조 원가량이 늘어 911조 원을 기록했다. 특히 부동산 폭등기인 2001~2002년, 2005~2006년 가계부채가 크게 늘었다.
문제는 두 차례 폭등기를 거치면서도 가계부채 다이어트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를 계기로 대다수 국가가 민간 부채를 축소하는 단계에 들어갔을 때도 한국은 역주행했다. 그 결과 2008년 이후 부동산 침체기에도 가계부채는 240조 원 이상 늘었다. 미국의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대출액 비율은 2007년 139.8%에서 경제위기를 거치고 최근 120%대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한국은 그 비율이 135%에서 155% 로 수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정부채무를 포함한 공공 부문 부채도 400조 원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국공채만 해도 2008년 말 623조 원에서 2011년 11월 현재 895조 원 수준까지 늘어났다. 이를 포함한 공공 부문 전체의 확정 채무액은 1350조 원에 이른다. 이미 2011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110%에 이르는 엄청난 수준이다. 정부가 협소하게 정의한 정부채무가 GDP 대비 36%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동안 이처럼 공공 부문 전체에서 부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는 곧 정부채무가 아닌 공공 부문 부채로 범위를 넓히면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는 미국과 유럽 못지않은 부채를 이미 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흥청망청 써댄 부채는 언젠간 갚아야 한다. 이미 그 청구서가 속속 도착하고 있다. 한 예로 2008년 이후 주택담보대출 거치기간 만기를 계속 연장해 올해 말에는 2009년의 갑절에 가까운 만기 도래액이 밀어닥치게 된다. 각종 공기업 채권의 만기도 올해부터 2015년까지 집중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정부도, 금융권도, 가계도 계속 빚 갚기를 미루고 있다. 문제는 계속 이런 식으로 미루다가는 정말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이다.
수출도 휘청 실물경기 위축
더구나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국내에는 주식과 채권 등 외국인 투자가 급증했는데, 경제위기 시 이 같은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도 요동치게 된다. 만일 유럽 부채위기가 더 악화한다면 국내에 들어온 1500억 달러에 이르는 유럽계 자금이 이탈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자금 이탈이 도화선이 돼 잔뜩 쌓인 가계부채라는 화약고에 옮겨 붙으면 한국 경제는 크게 휘청거릴 우려가 높다.
이런 와중에 우리의 3대 교역축인 유럽, 미국, 중국이 한꺼번에 가라앉고 있다. 특히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자 2008년 세계 경제위기 극복의 견인차였던 중국조차 상대적 침체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동안 수출로 먹고산다며 대외 의존도를 높여왔기에 외부 충격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당장 유럽 부채위기는 국내 수출 물량에 대한 수요 급감으로 나타나 국내 실물경기를 위축시키고 있다.
그나마 시중은행의 단기외채를 좀 줄여놓은 것, 외환보유액을 3000억 달러 수준까지 다시 확충해놓은 것, 한중 및 한일 통화 스와프를 통해 급성 외환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조금 키워놓은 것 등은 위안거리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유사시에 대비해 방파제를 충분히 쌓아놓았다고 안심하기 어렵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고, 부동산 부양책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부동산 하향 안정화 유도책을 쓰면서 인위적 고환율 기조를 수정하는 것이다. 원론에 가깝지만 이것이 정공법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그렇게 할 가능성이 낮으니 일반 가계 스스로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빚을 내면서까지 무리하게 투자하는 일을 피해야 한다.
그 결과 가계부채가 900조 원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부동산에 돈이 묶이고 재벌이 시장을 독식하는 바람에 일자리까지 줄었다. 일자리가 줄어드니 소득이 감소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4년간 실질 가계소득이 단 한 푼도 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외환위기 이후 소득 격차는 더 벌어졌으며, 가계의 80%는 외환위기 전보다 실질 가계수지가 악화됐다. 인위적인 환율 부양과 막대한 재정 및 조세 지원 등을 통해 대기업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동안 서민가계는 대부분 가난해졌다.
부동산 거품과 빚잔치 조마조마
이처럼 서민가계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 경제는 이미 위기 상황이다. 그것을 빚으로, 엉터리 통계수치로 가리고 있을 뿐이다. 외환위기 이후 고용불안과 취업난이 일상화하고 비정규직으로 전락한 사람이 많은데도 완전고용 상태에 가까운 3%대 실업률을 내놓으며 ‘고용대박’이라고 희희낙락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경제학자 라구람 라잔이 미국발(發) 경제위기를 이미 미국 사회에 생긴 여러 균열선(fault line·폴트라인)에서 찾았듯 한국 경제에도 숱한 균열선이 깊이 패어 있는 것이다. 용암이 어긋난 단층을 비집고 치솟듯 한국 경제위기도 바로 그 균열선을 따라 폭발할 위험성이 높다.
어쨌거나 그 위기의 직접적 도화선이자 가장 강력한 화약고는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가 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그리고 현재 유럽 부채위기도 결국 같은 문제에서 비롯됐다. 한국도 비슷한 위기구조를 가진 것이다.
알다시피 2000년대 내내 부동산 거품이 부풀어 오르면서 국민 대부분이 무리하게 빚을 져 집을 샀다. 그 과정에서 2000년 1분기 222조 원이던 가계신용은 2012년 1분기 현재 689조 원가량이 늘어 911조 원을 기록했다. 특히 부동산 폭등기인 2001~2002년, 2005~2006년 가계부채가 크게 늘었다.
문제는 두 차례 폭등기를 거치면서도 가계부채 다이어트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를 계기로 대다수 국가가 민간 부채를 축소하는 단계에 들어갔을 때도 한국은 역주행했다. 그 결과 2008년 이후 부동산 침체기에도 가계부채는 240조 원 이상 늘었다. 미국의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대출액 비율은 2007년 139.8%에서 경제위기를 거치고 최근 120%대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한국은 그 비율이 135%에서 155% 로 수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정부채무를 포함한 공공 부문 부채도 400조 원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국공채만 해도 2008년 말 623조 원에서 2011년 11월 현재 895조 원 수준까지 늘어났다. 이를 포함한 공공 부문 전체의 확정 채무액은 1350조 원에 이른다. 이미 2011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110%에 이르는 엄청난 수준이다. 정부가 협소하게 정의한 정부채무가 GDP 대비 36%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동안 이처럼 공공 부문 전체에서 부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는 곧 정부채무가 아닌 공공 부문 부채로 범위를 넓히면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는 미국과 유럽 못지않은 부채를 이미 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흥청망청 써댄 부채는 언젠간 갚아야 한다. 이미 그 청구서가 속속 도착하고 있다. 한 예로 2008년 이후 주택담보대출 거치기간 만기를 계속 연장해 올해 말에는 2009년의 갑절에 가까운 만기 도래액이 밀어닥치게 된다. 각종 공기업 채권의 만기도 올해부터 2015년까지 집중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정부도, 금융권도, 가계도 계속 빚 갚기를 미루고 있다. 문제는 계속 이런 식으로 미루다가는 정말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이다.
수출도 휘청 실물경기 위축
더구나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국내에는 주식과 채권 등 외국인 투자가 급증했는데, 경제위기 시 이 같은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도 요동치게 된다. 만일 유럽 부채위기가 더 악화한다면 국내에 들어온 1500억 달러에 이르는 유럽계 자금이 이탈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자금 이탈이 도화선이 돼 잔뜩 쌓인 가계부채라는 화약고에 옮겨 붙으면 한국 경제는 크게 휘청거릴 우려가 높다.
이런 와중에 우리의 3대 교역축인 유럽, 미국, 중국이 한꺼번에 가라앉고 있다. 특히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자 2008년 세계 경제위기 극복의 견인차였던 중국조차 상대적 침체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동안 수출로 먹고산다며 대외 의존도를 높여왔기에 외부 충격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당장 유럽 부채위기는 국내 수출 물량에 대한 수요 급감으로 나타나 국내 실물경기를 위축시키고 있다.
그나마 시중은행의 단기외채를 좀 줄여놓은 것, 외환보유액을 3000억 달러 수준까지 다시 확충해놓은 것, 한중 및 한일 통화 스와프를 통해 급성 외환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조금 키워놓은 것 등은 위안거리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유사시에 대비해 방파제를 충분히 쌓아놓았다고 안심하기 어렵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고, 부동산 부양책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부동산 하향 안정화 유도책을 쓰면서 인위적 고환율 기조를 수정하는 것이다. 원론에 가깝지만 이것이 정공법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그렇게 할 가능성이 낮으니 일반 가계 스스로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빚을 내면서까지 무리하게 투자하는 일을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