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에서 새누리당 자신들도 놀란 과반 의석을 확보한 다음 날인 4월 12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에 정말 마지막 기회를 주셨다고 생각한다” “국민께 실망을 드리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낮은 자세로 일관했다.
당사 6층 비대위원장실에서 만난 보좌진도 하나같이 침착한 표정으로 “두려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을 통해 ‘박근혜 대세론’이 입증됐지만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공존하는 것. 이번 총선에서 예상 밖의 압승을 거둔 것은 분명하지만 대선에서 위험하게 볼 만한 신호도 만만찮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확고한 지지층 스펙트럼 넓혀
박근혜 비대위원장 대세론의 원천적인 힘은 전국적인 고른 지지에서 나온다. 5년여 만에 뛰어든 지난해 10·26 재·보궐선거에서 그는 비록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졌지만 지방 기초단체장 선거를 석권해 저력을 과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대위원장 자리를 맡아 전국 단위의 선거를 치른 이번 선거에서 박 비대위원장의 위력은 더욱 커졌다. 강원도에서 한 당이 모든 의석을 석권한 것은 총선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18대 총선 때 충청에서 25석 가운데 단 1석에 그쳤던 새누리당은 이번에는 12석을 차지하며 선전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 부산·경남(PK) 출신 야권 대선후보가 등장하면서 흔들렸던 영남지역도 전체 66석 가운데 4석을 제외한 62석을 싹쓸이했다. 민주당에 2석, 민주노동당에 2석, 무소속·친박연대에 18석을 내줬던 18대 총선과 비교하면 텃밭 사수에 성공한 셈이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문 고문이 직접 사상에 출마하며 PK 선거를 지휘했고, 민주통합당 소속의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버티는 등 18대보다 더 어려운 선거가 예상됐지만 박 비대위원장 혼자 영남 ‘야풍’을 제압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8대 때 수도권의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다. 그러나 수도권 표심은 ‘바람’에 쉽게 흔들리는 특성이 있어 4년 뒤인 지금 정권심판론이 가장 거센 지역으로 ‘부메랑’이 됐다. 반면 호남을 제외한 영남, 충청, 강원에서 확고한 지지층을 확보한 박 비대위원장은 쉽게 지지율이 무너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박 비대위원장 지지층의 스펙트럼을 넓힌 것도 대세론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박 비대위원장은 18대 총선 전만 해도 ‘박정희의 딸’로서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주의자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18대 국회 때 야당보다 먼저 복지, 양극화 해소라는 이슈를 던지면서 스펙트럼을 중원으로 이동했다.
지난해 12월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후에도 복지 조항을 1순위로 앞세우는 내용으로 정강정책을 바꿨으며, 제2금융권의 전세자금 대출 이자부담을 경감하고 영세상공인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 서민대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이명박 정권의 대안 세력으로 자리매김하려는 몸부림이 어느 정도 먹힌 셈이다.
이번 총선 정당 득표율에서 새누리당은 42.8%를 얻어 1위를 차지했지만 민주통합당 36.5%, 통합진보당 10.3%를 합치면 야권에 밀린다. 지역구 득표수에서도 연대를 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득표수를 합치면 944만7351표로 새누리당(932만4911표)보다 12만2440표 더 많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을 거치며 수도권에서 박 비대위원장의 한계를 확인했다. 서울에서 새누리당의 정당 득표율은 42.3%로 민주통합당(36.5%)과 통합진보당(10.3%)의 득표율을 합한 46.8%보다 낮았다. 득표수로 따지면 29만5820표 부족했다.
지역구 득표율에서도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득표수를 합하면 새누리당(479만8433표)은 민주통합당(469만8358표)과 통합진보당(39만7704표)의 합보다 30만 표가량 적다.
총선에 이어 대선에서도 두 당이 연대한다면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승리하기가 쉽지 않다고 볼 만한 대목이다. 유권자 수에서 절반에 육박하는 수도권을 잡지 못한다면 대선 승리는 힘들다. 부산에서도 지역구 의석수는 16대 2의 압승이었지만, 정당 득표율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40.2%로 적지 않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2040세대의 투표율도 변수다. 대선 투표율은 대체로 총선보다 높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은 투표율 60%를 넘길 경우 승리할 수 있다고 봤지만 54.3%에 그쳤다. 2007년 대선 투표율은 63.0%이었다. 올해 대선은 일방적 구도 속에서 맥이 빠진 채 진행되던 2007년 대선과 달리 여야가 사활을 건 승부를 벌여 높은 투표율로 이어질 수 있다.
총선 때 맛보기만 내비쳤던 안철수 원장이 본격적으로 대선에 뛰어들 경우 수도권 지역과 2040세대에서 인기를 얻는 그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나 될지 가늠하기 힘들다. 총선 전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박 비대위원장은 일대일 가상대결에서 안 원장보다 10%포인트 안팎으로 뒤졌다. 박근혜 대 한명숙, 박근혜 대 문재인으로 치러진 이번 총선보다 대선이 더 어려운 선거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최대의 적은 상대가 아니라 여권 내부
박 비대위원장 측 핵심 관계자는 “대선 성패의 변수는 상대가 아니라 여권 내부가 얼마나 쇄신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혜훈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은 “이번 총선에서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주제는 정권심판론이었다”고 말했지만 대선 때도 정권심판론은 주요 이슈가 될 것이 뻔하다. 특히 2010년 지방선거에 이어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후보가 당선되면서 정권심판 여론이 이번 총선에서는 다소 주춤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정권재창출이냐 정권교체냐가 가장 큰 화두인 대선에서는 다시 정권심판론의 불씨가 되살아날 소지가 크다. 대통령 주변 측근이나 친인척 비리가 터져 나오고 경제 양극화가 심화할 경우 4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으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민주당이 참패했던 것처럼 새누리당 역시 정권심판론의 바람에 휩쓸려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박 비대위원장은 대선 가도에서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총선에서 그는 비대위원장을 맡으며 인물, 정책, 이름을 다 바꾸는 등 쇄신에 힘써 새누리당을 현 정권의 대안 세력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하지만 그가 지도부에서 물러난 뒤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다시 당내 계파별로 다툼을 벌이거나 국회에서 야당과 이념 투쟁에 휩싸인다면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박 비대위원장은 민생 국회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4월 12일 총선 승리 기자회견에서 “곧바로 민생 문제 해결과 공약 실천을 위한 실무 작업에 들어가겠다. 각 지역에서 약속드린 것을 실천해나가겠다. 그 결과로 여러분께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총선이 끝난 다음 날부터 8개월 앞으로 다가온 12월 대선을 향한 잰걸음을 내디딘 박 비대위원장의 표정에는 총선 승리에 대한 기쁨보다 대선 승리에 대한 강한 집념이 묻어난다.
당사 6층 비대위원장실에서 만난 보좌진도 하나같이 침착한 표정으로 “두려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을 통해 ‘박근혜 대세론’이 입증됐지만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공존하는 것. 이번 총선에서 예상 밖의 압승을 거둔 것은 분명하지만 대선에서 위험하게 볼 만한 신호도 만만찮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확고한 지지층 스펙트럼 넓혀
박근혜 비대위원장 대세론의 원천적인 힘은 전국적인 고른 지지에서 나온다. 5년여 만에 뛰어든 지난해 10·26 재·보궐선거에서 그는 비록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졌지만 지방 기초단체장 선거를 석권해 저력을 과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대위원장 자리를 맡아 전국 단위의 선거를 치른 이번 선거에서 박 비대위원장의 위력은 더욱 커졌다. 강원도에서 한 당이 모든 의석을 석권한 것은 총선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18대 총선 때 충청에서 25석 가운데 단 1석에 그쳤던 새누리당은 이번에는 12석을 차지하며 선전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 부산·경남(PK) 출신 야권 대선후보가 등장하면서 흔들렸던 영남지역도 전체 66석 가운데 4석을 제외한 62석을 싹쓸이했다. 민주당에 2석, 민주노동당에 2석, 무소속·친박연대에 18석을 내줬던 18대 총선과 비교하면 텃밭 사수에 성공한 셈이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문 고문이 직접 사상에 출마하며 PK 선거를 지휘했고, 민주통합당 소속의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버티는 등 18대보다 더 어려운 선거가 예상됐지만 박 비대위원장 혼자 영남 ‘야풍’을 제압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8대 때 수도권의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다. 그러나 수도권 표심은 ‘바람’에 쉽게 흔들리는 특성이 있어 4년 뒤인 지금 정권심판론이 가장 거센 지역으로 ‘부메랑’이 됐다. 반면 호남을 제외한 영남, 충청, 강원에서 확고한 지지층을 확보한 박 비대위원장은 쉽게 지지율이 무너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박 비대위원장 지지층의 스펙트럼을 넓힌 것도 대세론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박 비대위원장은 18대 총선 전만 해도 ‘박정희의 딸’로서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주의자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18대 국회 때 야당보다 먼저 복지, 양극화 해소라는 이슈를 던지면서 스펙트럼을 중원으로 이동했다.
지난해 12월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후에도 복지 조항을 1순위로 앞세우는 내용으로 정강정책을 바꿨으며, 제2금융권의 전세자금 대출 이자부담을 경감하고 영세상공인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 서민대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이명박 정권의 대안 세력으로 자리매김하려는 몸부림이 어느 정도 먹힌 셈이다.
이번 총선 정당 득표율에서 새누리당은 42.8%를 얻어 1위를 차지했지만 민주통합당 36.5%, 통합진보당 10.3%를 합치면 야권에 밀린다. 지역구 득표수에서도 연대를 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득표수를 합치면 944만7351표로 새누리당(932만4911표)보다 12만2440표 더 많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을 거치며 수도권에서 박 비대위원장의 한계를 확인했다. 서울에서 새누리당의 정당 득표율은 42.3%로 민주통합당(36.5%)과 통합진보당(10.3%)의 득표율을 합한 46.8%보다 낮았다. 득표수로 따지면 29만5820표 부족했다.
지역구 득표율에서도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득표수를 합하면 새누리당(479만8433표)은 민주통합당(469만8358표)과 통합진보당(39만7704표)의 합보다 30만 표가량 적다.
총선에 이어 대선에서도 두 당이 연대한다면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승리하기가 쉽지 않다고 볼 만한 대목이다. 유권자 수에서 절반에 육박하는 수도권을 잡지 못한다면 대선 승리는 힘들다. 부산에서도 지역구 의석수는 16대 2의 압승이었지만, 정당 득표율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40.2%로 적지 않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2040세대의 투표율도 변수다. 대선 투표율은 대체로 총선보다 높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은 투표율 60%를 넘길 경우 승리할 수 있다고 봤지만 54.3%에 그쳤다. 2007년 대선 투표율은 63.0%이었다. 올해 대선은 일방적 구도 속에서 맥이 빠진 채 진행되던 2007년 대선과 달리 여야가 사활을 건 승부를 벌여 높은 투표율로 이어질 수 있다.
총선 때 맛보기만 내비쳤던 안철수 원장이 본격적으로 대선에 뛰어들 경우 수도권 지역과 2040세대에서 인기를 얻는 그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나 될지 가늠하기 힘들다. 총선 전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박 비대위원장은 일대일 가상대결에서 안 원장보다 10%포인트 안팎으로 뒤졌다. 박근혜 대 한명숙, 박근혜 대 문재인으로 치러진 이번 총선보다 대선이 더 어려운 선거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최대의 적은 상대가 아니라 여권 내부
박 비대위원장 측 핵심 관계자는 “대선 성패의 변수는 상대가 아니라 여권 내부가 얼마나 쇄신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혜훈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은 “이번 총선에서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주제는 정권심판론이었다”고 말했지만 대선 때도 정권심판론은 주요 이슈가 될 것이 뻔하다. 특히 2010년 지방선거에 이어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후보가 당선되면서 정권심판 여론이 이번 총선에서는 다소 주춤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정권재창출이냐 정권교체냐가 가장 큰 화두인 대선에서는 다시 정권심판론의 불씨가 되살아날 소지가 크다. 대통령 주변 측근이나 친인척 비리가 터져 나오고 경제 양극화가 심화할 경우 4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으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민주당이 참패했던 것처럼 새누리당 역시 정권심판론의 바람에 휩쓸려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박 비대위원장은 대선 가도에서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총선에서 그는 비대위원장을 맡으며 인물, 정책, 이름을 다 바꾸는 등 쇄신에 힘써 새누리당을 현 정권의 대안 세력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하지만 그가 지도부에서 물러난 뒤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다시 당내 계파별로 다툼을 벌이거나 국회에서 야당과 이념 투쟁에 휩싸인다면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박 비대위원장은 민생 국회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4월 12일 총선 승리 기자회견에서 “곧바로 민생 문제 해결과 공약 실천을 위한 실무 작업에 들어가겠다. 각 지역에서 약속드린 것을 실천해나가겠다. 그 결과로 여러분께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총선이 끝난 다음 날부터 8개월 앞으로 다가온 12월 대선을 향한 잰걸음을 내디딘 박 비대위원장의 표정에는 총선 승리에 대한 기쁨보다 대선 승리에 대한 강한 집념이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