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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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쿠팡·위메프·티몬… ‘치킨게임’은 계속된다

대규모 투자·할인쿠폰 남발로 한 해 적자 1000억~5000억, “각각의 정체성 확립해야”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7-04-24 15: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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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소셜커머스에서 이커머스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한 쿠팡, 티켓몬스터, 위메프가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4월 중순 발표된 업체별 영업실적을 살펴보면 3개 업체의 적자 규모 총합은 7731억 원에 달한다. 위메프가 3개사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머지 두 업체와 다르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1조9159억 원으로 전년보다 68% 증가한 반면, 영업적자는 5600억 원을 기록했다. 2015년에도 비슷한 수준인 5200억 원을 나타냈다. 이로써 쿠팡은 2년간 누적 적자액이 1조 원을 넘어섰다. 2015년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받은 10억 달러(약 1조1300억 원)를 2년 만에 거의 다 써버린 셈이다. 현재 현금 보유액은 3632억 원가량 된다. 티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46% 증가한 2860억 원이고 영업적자는 1585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약 12% 늘었다. 위메프의 지난해 매출액은 3691억 원, 영업손실액은 636억 원이다.



    무리한 투자 vs 계획된 투자


    더 큰 문제는 몇 년째 이어지는 3개사의 ‘치킨게임’이다. 이커머스 기업이 기존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위협할 만큼 덩치가 커진 건 사실이지만, 적자도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 이제는 ‘누가 끝까지 살아남느냐’가 최대 관건이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는 상황에서는 외형을 키워 세를 확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만 시장을 선점할 수 있고, 그때부터 흑자 전환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이들은 배송 네트워크 도입과 직매입 서비스 구축, 할인쿠폰 발행 등 마케팅에 수천억 원을 쏟아부으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적자의 주된 원인도 대규모 사업 확장이 첫손에 꼽힌다. 쿠팡의 경우 자체 배송망인 ‘로켓배송’의 고비용 구조가 적자를 불러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로켓배송은 쿠팡이 직접 매입한 상품을 하루 만에 배송하는 시스템으로, 이커머스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하지만 로켓배송은 일반택배 배송에 비해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 로켓배송을 전담하는 ‘쿠팡맨’의 인건비 때문인데, 최근 동부증권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로켓배송 건당 비용은 6000원가량인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 택배회사를 이용할 경우 건당 1000~1500원이다.

    쿠팡 측에 따르면 쿠팡맨은 3600여 명에 달하고 이들의 연봉은 3200만~38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연봉은 같다. 쿠팡맨 전체 연봉으로만 1년에 최소 1152억 원에서 1368억 원이 지출되는 셈. 반면 티몬과 위메프 직원 수는 각각 1200, 1100명으로 쿠팡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은 로켓배송 강화를 위해 지난해 인천과 경기 이천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건립했다. 정확한 금액은 쿠팡 측이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센터당 1000억 원에 가까운 금액이 들어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쿠팡 측은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맨과 물류센터 구축은 장기적 관점에서 고객에게 이로운 서비스다. 앞으로도 직배송 서비스를 계속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티몬의 영업손실액 가운데 600억 원가량은 마트, 여행 등 신규 사업에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티몬은 생필품 전문몰 ‘슈퍼마트’의 취급 품목을 냉장·냉동, 신선식품으로 확대했다.

    이를 위해 서울 장지동 물류센터에 약 2644㎡(800평) 규모의 냉장·냉동 창고를 설치하는 등 콜드체인(cold chain)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또 항공권 티켓 예약 서비스, 전 세계 호텔 예약 시스템 등 여행사업 구축에도 큰 비용이 들었다. 위메프는 지난해 하반기에 선보인 신선식품 서비스 ‘신선생’과 신발 편집매장 ‘슈즈코치’ 등 직매입 관련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손실의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티몬과 위메프 모두 “사업 성장을 위한 계획된 적자”라고 설명한다.



    알리바바·아마존처럼 될 수 있다?

    실제로 이커머스 업체의 외형은 2015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에 따르면 2015년 온라인 유통업체 가운데 이커머스 업체의 매출 증가율은 46.6%로 독보적인 1위다. 하지만 지난해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 11번가, 인터파크 등 오픈마켓 업체(개인 또는 소규모 업체가 온라인상에서 자유롭게 상품을 거래하는 ‘중개’형 인터넷 쇼핑몰)의 반격이 거세지면서 이커머스 업체들의 성장세가 둔화됐다.

    산자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오픈마켓 업체의 매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21.5%를 기록해 이커머스 업체(13.5%)를 제치고 온라인 유통업체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전체 온라인시장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율도 20.5%로, 이커머스 업체(8.2%)보다 높다. 오픈마켓 업체가 이커머스 업체를 제칠 수 있었던 이유는 온라인·모바일 중심으로 소비 패턴이 변화한 것을 읽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오픈마켓에 백화점 등을 입점시켜 소비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진행했던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한편 쿠팡, 티몬, 위메프는 소셜커머스에서 이커머스로 사업을 전환하긴 했지만 오픈마켓과 달리 직매입 서비스의 비중이 높다. 이커머스의 기본 수익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중개수수료 실적이 아직까지는 미미한 것. 쿠팡은 직매입 서비스인 로켓배송 매출이 약 88%, 중개수수료가 약 11%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과 위메프도 전년보다 중개수수료가 각각 64%, 41% 증가했지만 직매입 매출의 비중이 더욱 크다.

    유통업 관계자들은 이커머스 업체들이 하루빨리 과도한 경쟁을 멈추고 성공한 외국 업체처럼 자신들만의 경쟁력을 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핵심 경쟁력은 ‘공짜 수수료’다. 해당 업체에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상품 검색 결과 상단에 제품을 노출하는 방식으로 광고료를 받고 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설립 초기에는 광고를 하지 않은 채 입소문만으로 고객을 끌어모았고, 이렇게 아낀 돈을 고스란히 고객 서비스 향상에 사용했다. 최근에는 인건비를 줄이고자 ‘드론(무인항공기) 배송’도 시작했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 패턴이 다양해진 만큼 이커머스 업체들도 각자의 방법으로 소비자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들어 저가가 아닌 프리미엄 상품에 비용을 지불하는 고객이 늘고 있는 것처럼 고객 니즈만 잘 파악한다면 이커머스 업체의 동반 성장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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