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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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으로 본 세상

구속 피의자의 조사와 인권

수갑, 포승 등 사용 꼭 필요할 때 최소한으로

  •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choepro@lawcm.com

    입력2017-04-17 11:2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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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을 농단한 당대 실력자들이 수갑을 차고 포승에 묶여 법원에 소환되거나 검찰청에 출석하는 장면이 언론매체에 종종 등장한다. 수갑과 포승은 화려하고 깔끔한 옷차림이 수의로 바뀐 것과 함께 범죄자로 전락한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도구가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수사관 앞에서 수갑을 찬 채 조사받는 피의자의 모습이 당연한 듯 연출되기도 한다. 과연 구속된 피의자는 조사받을 때도 당연히 수갑을 차고 포승에 묶여 있어야만 하는 것일까.

    2015년 5월 이영춘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고양파주지부장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 선동 사건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수원지방검찰청에서 구속 수사를 받았다. 첫 번째 신문에서 수갑을 채운 채 조사했던 A부장검사는 수갑을 풀어달라는 이씨의 요구를 거부하고, 두 번째 신문에서는 오히려 수갑에 포승까지 묶어 조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이씨는 국가와 자신을 조사했던 A 부장검사를 상대로 “수갑과 포승 사용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및 계호업무지침 규정을 위반한 것”이고 “신체의 자유는 물론 방어권마저 침해당했으니 500만 원을 배상하라”며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서 검찰은 “이씨와 함께 구속된 우모 씨가 조사과정에서 자해를 시도해 사고 예방을 위해 이씨에게 수갑 등을 채운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검찰의 변명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4월 4일 이 전 지부장이 국가와 A부장검사를 상대로 낸 국가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국가와 A부장검사는 공동으로 이씨에게 1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다른 피의자가 자해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위험이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난 경우라고 볼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오래전 무분별한 계구 사용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구속된 피의자라는 이유만으로 계구 사용이 당연하게  허용돼서는 안 되며 도주, 폭행, 소요, 자해 등 분명하고 구체적인 필요성이 있을 때 필요한 만큼만 계구를 사용해야 한다는 게 요지였다(헌법재판소 2004헌마49 계호근무준칙 제298조 위헌결정).



    검사는 수갑을 풀어달라고 요구한 피의자에게 오히려 포승까지 묶었다. 이처럼 수사기관의 인권의식은 아직도 전근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적잖다. 시민사회가 늘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이고,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는 권력이 부리는 횡포를 현장에서 저지할 필요성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이씨에게 인정된 위자료 100만 원은 결코 많은 돈이 아니다. 인권 옹호라는 검사의 기본 책무를 저버린 이에게 검찰이 어떤 조치를 내릴지 잊지 말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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