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지음/ 동아일보사/ 264쪽/ 1만5000원
현대인은 매일 앞만 보면서 바쁘게 달린다. 제자리에 멈춰서면 치열한 경쟁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자기를 채찍질하며 살아가지만 어디로 가는지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 문득 ‘내가 추구하는 삶은 무엇일까.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은 걸까’라는 질문 앞에 설 때가 있다.
2000년 전 맹자도 삶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사명을 주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흔들어 고통스럽게 한다.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을 흔들어 이루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인간이 겪어내야 하는 고민과 고통의 총량은 변하지 않았다.
인생과 삶에 대한 근원적 질문에 답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고통, 운명, 실패, 소통, 배움, 위로, 애도, 희망 등 여덟 가지 키워드를 들고 고전의 숲으로 떠난다. 그리고 오늘날 시선으로 ‘논어’ ‘장자’ ‘사기’ ‘주역’을 탐구한다.
우리는 대부분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런 믿음은 배신당하기 일쑤다. 세상은 반드시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예고 없이 덮치는 불행과 재난은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궁형의 치욕을 견디면서 ‘사기’를 남긴 사마천은 백이열전 편에서 “도척(盜跖)은 포악무도하며 큰 무리를 이루어 천하를 횡행했지만 천수를 누리고 죽었다. 나는 몹시 의심스럽다. 천도라는 것이 과연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라며 하늘을 의심한다.
개인의 열정과 노력이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고 믿는 오늘날, 실패는 ‘무능’과 같은 말이 됐다. 실패한 사람은 ‘루저(Loser)’ 취급을 받는다. 현대인이 작은 실패에도 쉽게 좌절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재상 관중은 ‘성공’의 롤모델이다. 재상으로서 명성을 떨쳤지만 그도 알고 보면 집안이 가난해 장사를 했고, 벼슬자리에서 여러 번 쫓겨났다. 또한 군에 들어간 후 번번이 도망친, 그야말로 되는 일 하나 없이 실패를 밥 먹듯이 한 인물이었다.
“주머니가 작으면 큰 것을 담을 수 없고, 두레박줄이 짧으면 깊은 우물의 물을 길을 수 없다.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는 소통으로 생각의 주머니를 키우고 두레박줄의 길이를 늘려야 한다. 자기가 보는 세계 너머 다른 차원의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경험하자.”
장자는 타인과 조우하고 소통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바로 인생의 길, 즉 도(道)라고 했다. 삶의 길은 우리가 예측할 수 없으며, 합리적인 이성으로 다 이해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다. 장자는 세상을 즐겁게 향유하면서 걸어가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비법이라고 했다.
누구나 살면서 수많은 고통으로 크고 작은 상처를 입는다. 상처는 되새기면 덧나기 십상이다. 이럴 때는 가만히 안아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동양고전 숲에서 찾아낸 문장이 따뜻한 위로와 치유의 손길을 내민다.
채널A ‘나는 몸신이다’ 제작팀 지음/ 동아일보사/ 208쪽/ 1만6000원
한국인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다. 81세 기대수명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6%나 된다. 암 발병률은 갑상샘, 위, 대장, 폐, 유방, 간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인이 가장 취약한 9대 암의 특징과 증후, 대처법을 엮었다. TV 건강프로그램 ‘나는 몸신이다’에서 방송돼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킨 내용이다. 암도 아는 만큼 다스릴 수 있다.
정희진 지음/ 교양인/ 304쪽/ 1만4000원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 일어난 사건을 ‘여성’의 눈으로 재해석했다. 저자는 특히 강자가 약자를 통제하고자 쓰는 이중 잣대에 주목한다. ‘을’의 저항을 폭력으로 매도하거나 ‘갑’의 횡포 앞에 숨죽인 비정규직 청년을 비굴하다고 말하는 세태 등을 고발한다. 정당하게 분노할 일이 있어도 세련되게 대응하라는 말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앤터니 비버 지음/ 김규태·박리라 옮김/ 글항아리/ 1288쪽/ 5만5000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1939년 8월 31일 오후 작전 개시 암호와 함께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했다. 7년간 6000만 명 이상 목숨을 앗아간 제2차 세계대전의 시작이었다. 전쟁은 그 원인이 워낙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수많은 사람과 국가의 운명을 바꿔놓은 전쟁과 그 안의 인간 이야기를 탁월하게 재현해냈다.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엘릭시르/ 356쪽/ 1만2800원
냉전시대 소련의 위성국가 헝가리에서 동유럽 문제를 취재하던 스웨덴 기자가 실종된다. 스웨덴 국가범죄수사국에 근무하는 형사 마르틴 베크는 외무부의 기밀 임무를 부여받고 기자를 찾기 위해 헝가리로 떠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증언과 여권에 찍힌 도장만으로는 실종된 기자가 실제로 존재하는지조차 불투명하다. 사건을 따라갈수록 오리무중에 빠질 뿐이다.
김소연 지음/ 루아크/ 276쪽/ 1만5000원
서울시내에는 경교장, 명동예술극장, 덕수궁 현대미술관 등 근대건축물이 남아 있다. 최근 역사적 의미가 부여되면서 이 근대건축물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하거나 리모델링해 공공건물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이 건물들을 설계하거나 시공했던 조선인 건축가와 비주류 외국인 건축가의 이야기를 담았다.
매들린 L. 반 헤케 지음/ 임옥희 옮김/ 다산초당/ 360쪽/ 1만5000원
누구에게나 ‘생각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똑똑한 사람도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하는 이유다. 저자는 가족, 지인, 학생처럼 일상에서 만난 사람들의 재미있는 일화를 통해 수많은 맹점 사례를 콕 집어낸다. 사실을 잘 모르면서도 묻지 않는 맹점, 익숙한 것에 길들어 깨닫지 못하는 맹점, 패턴화 사고에 물드는 맹점 등을 일러준다.
신동련 지음/ 문예운동사/ 296쪽/ 1만8000원
한국은 지난 70년간 대통령제를 바탕으로 눈부신 성장을 일궜다. 하지만 최근 개헌을 통해 대통령제를 바꾸거나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저자는 개헌한다면 현직 대통령이 직전 대통령 및 차기 대통령과 숙의를 거쳐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삼위대통령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장영란·김광화 지음/ 들녘/ 440쪽/ 1만7000원
벼나 콩도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작고 볼품없어 농부조차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치기 쉽다. 부부는 농사를 지으며 60가지 곡식꽃, 채소꽃을 만났다. 우리 밥상에 매일같이 올라와 사람을 먹여살리는 이 꽃들을 ‘밥꽃’이라 이름 붙였다. 9년 동안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밥꽃의 다양한 모습을 기록했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