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인 오스트레일리아(호주)까지 와서 한국 중소기업과 비슷한 급여를 받았다.”
지난해 초 정부의 ‘청년 해외취업’ 지원사업으로 호주의 한 건축자재업체에 취업했다 그만둔 정모(30) 씨의 말이다. 정씨가 받은 돈은 연간 1800만 원. 정씨는 “한국에 비해 업무 강도가 현저히 낮긴 했으나 버는 돈이 너무 적었고, 업무도 단순히 창고를 관리하는 일이라 경력이 될 리 만무했다”며 어렵게 취업한 호주의 직장에서 사직한 이유를 밝혔다.
정부의 청년 해외취업 지원사업이 ‘일단 취업부터 시키고 보자’는 식으로 운영돼 ‘글로벌 인재를 양성해 국내 취업을 돕겠다’는 취지를 무색게 하고 있다. 실제 이 사업을 통해 많은 청년이 해외 취업시장에 나섰지만, 취업 직종이 단순 반복 업무에 그치는 사례가 적잖았다는 것. 이는 청년들이 제대로 된 어학연수나 직무 관련 연수를 받지 못한 채 해외로 무작정 보내지는 데 그 이유가 있다. 이들 중 심한 경우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노동착취를 당하기도 했다.
인력공단이 홍보하는 내용만 보면 완벽한 듯하지만, 실제 이 지원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은 사업 자체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케이무브를 통해 싱가포르 한 외식업체에 취업했던 이모(28) 씨는 “싱가포르 외식업체의 최일선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하는 일은 매장 청소와 서빙이었다. 그나마 나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해 이 일을 했지, 영어가 서툰 한국인 동료는 주방 설거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단순 노동직이다 보니 월급도 약 2000SGD(싱가포르달러)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화로 160만 원가량이다.
정부 예산으로 각종 연수까지 받고 해외 취업에 성공했지만 생계비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감사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청년고용대책 성과분석’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호주, 캐나다, 일본에 취업한 청년의 연평균 임금은 각 국가의 연간 기본생계비(최저생계비와 표준생계비의 평균치)를 상회했지만, 미국과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에서는 기본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했다. 미국에 취업한 청년의 경우 연평균 임금이 2401만 원으로 기본생계비(2439만 원)에 조금 못 미쳤다.
싱가포르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 나라에 취업한 청년의 연평균 임금은 1981만 원. 게다가 케이무브 사업을 통해 싱가포르에 취업한 인원의 과반(53.5%)인 106명이 연평균 1500만~1600만 원의 저임금을 받고 있었다. 연간 1600만~2000만 원 임금을 받는 근무자도 60명(30.3%)에 달했다. 정부의 청년 해외취업 지원사업을 통해 싱가포르에서 일하게 된 청년의 83.8%가 기본생계비도 받지 못한 것. 이씨는 “돈을 벌거나 취업 경력을 쌓으려는 욕심을 버리고 워킹홀리데이라고 생각하면 정부의 청년 해외취업 지원사업의 내용이 좋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해외업무 경험으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던 꿈을 생각하면 그곳에서 보낸 시간이 아깝다”고 한탄했다.
인력공단의 해외 취업포털 월드잡플러스(www.worldjob.or.kr)에 올라온 구인공고에는 직장별 연봉이 자세히 적혀 있다. 이 중 싱가포르나 중국의 호텔, 요식업 관련 직종은 보통 월 150만~160만 원이다. 이처럼 만리타향에서 저임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청년 구직자들이 비행기에 몸을 싣는 이유는 경력 때문이다. 해외취업으로 경력을 쌓아 국내에 취업하겠다는 계획인 것.
감사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외취업 지원사업에 참여했다 귀국한 청년의 국내 취업률(지난해 4월 기준)은 2013년 귀국자의 경우 52%, 2014년 귀국자는 45%에 불과했다. 이는 국내 20~29세 취업률(57.9%)보다도 낮은 수치다. 경력 인정은커녕 해외에 나가지 않은 일반 청년에 비해서도 취업이 더 어렵다는 얘기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정부의 취업 지원사업이 가진 공통된 문제인 ‘수치상의 취업률을 높여 성과를 내는 방식’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해외에 일자리를 마련해 구직자를 많이 내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맡고 있는 일자리의 질과 생활을 추적해 고용의 질을 전체적으로 높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력공단 관계자는 “임금 수준을 현실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싱가포르 같은 경우 경제규모나 서비스업 특성상 임금이 낮을 수밖에 없다. 경제규모가 크고 전문직과 사무직을 많이 채용하는 일본 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은 매우 만족해하는 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지는 인력공단 측 설명이다.
“단, 해외 기업에 취업한 뒤에도 어학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 등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해외에서 일하는 기간 설거지나 허드렛일만 했다는 청년들의 불만이 많아 각 기업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 기업 측으로부터 ‘어학이 서툴러 시킬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난해 초 정부의 ‘청년 해외취업’ 지원사업으로 호주의 한 건축자재업체에 취업했다 그만둔 정모(30) 씨의 말이다. 정씨가 받은 돈은 연간 1800만 원. 정씨는 “한국에 비해 업무 강도가 현저히 낮긴 했으나 버는 돈이 너무 적었고, 업무도 단순히 창고를 관리하는 일이라 경력이 될 리 만무했다”며 어렵게 취업한 호주의 직장에서 사직한 이유를 밝혔다.
정부의 청년 해외취업 지원사업이 ‘일단 취업부터 시키고 보자’는 식으로 운영돼 ‘글로벌 인재를 양성해 국내 취업을 돕겠다’는 취지를 무색게 하고 있다. 실제 이 사업을 통해 많은 청년이 해외 취업시장에 나섰지만, 취업 직종이 단순 반복 업무에 그치는 사례가 적잖았다는 것. 이는 청년들이 제대로 된 어학연수나 직무 관련 연수를 받지 못한 채 해외로 무작정 보내지는 데 그 이유가 있다. 이들 중 심한 경우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노동착취를 당하기도 했다.
“해외 경험 지원 수준”
한국산업인력공단(인력공단)이 시행하는 ‘케이무브(K-MOVE)’는 단순 취업알선 외에도 청년의 취업준비 교육지원부터 해외 취·창업 멘토링까지 해주는 통합형 청년 해외취업 지원사업이다. 해외취업에 도전하고 싶은 의지는 있지만 어학이나 직무능력이 부족한 청년은 ‘케이무브 스쿨’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 또는 연수를 받는다. 인력공단은 교육 및 연수비용의 80%에서 최대 100%까지 지원해준다. 이 밖에도 해외취업에 성공하면 ‘해외취업성공 장려금’을 주는데 지원우대국가(동남아, 중남미, 중동 등 신흥국)에 취업할 경우 총 400만 원, 그 외 국가에 취업할 경우 200만 원을 6개월간 두 번에 나눠 지급한다.
인력공단이 홍보하는 내용만 보면 완벽한 듯하지만, 실제 이 지원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은 사업 자체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케이무브를 통해 싱가포르 한 외식업체에 취업했던 이모(28) 씨는 “싱가포르 외식업체의 최일선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하는 일은 매장 청소와 서빙이었다. 그나마 나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해 이 일을 했지, 영어가 서툰 한국인 동료는 주방 설거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단순 노동직이다 보니 월급도 약 2000SGD(싱가포르달러)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화로 160만 원가량이다.
정부 예산으로 각종 연수까지 받고 해외 취업에 성공했지만 생계비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감사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청년고용대책 성과분석’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호주, 캐나다, 일본에 취업한 청년의 연평균 임금은 각 국가의 연간 기본생계비(최저생계비와 표준생계비의 평균치)를 상회했지만, 미국과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에서는 기본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했다. 미국에 취업한 청년의 경우 연평균 임금이 2401만 원으로 기본생계비(2439만 원)에 조금 못 미쳤다.
싱가포르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 나라에 취업한 청년의 연평균 임금은 1981만 원. 게다가 케이무브 사업을 통해 싱가포르에 취업한 인원의 과반(53.5%)인 106명이 연평균 1500만~1600만 원의 저임금을 받고 있었다. 연간 1600만~2000만 원 임금을 받는 근무자도 60명(30.3%)에 달했다. 정부의 청년 해외취업 지원사업을 통해 싱가포르에서 일하게 된 청년의 83.8%가 기본생계비도 받지 못한 것. 이씨는 “돈을 벌거나 취업 경력을 쌓으려는 욕심을 버리고 워킹홀리데이라고 생각하면 정부의 청년 해외취업 지원사업의 내용이 좋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해외업무 경험으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던 꿈을 생각하면 그곳에서 보낸 시간이 아깝다”고 한탄했다.
인력공단의 해외 취업포털 월드잡플러스(www.worldjob.or.kr)에 올라온 구인공고에는 직장별 연봉이 자세히 적혀 있다. 이 중 싱가포르나 중국의 호텔, 요식업 관련 직종은 보통 월 150만~160만 원이다. 이처럼 만리타향에서 저임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청년 구직자들이 비행기에 몸을 싣는 이유는 경력 때문이다. 해외취업으로 경력을 쌓아 국내에 취업하겠다는 계획인 것.
해외 기업들 “시킬 수 있는 일이 없다”
지난해 초부터 홍콩 호텔에서 1년간 일하다 돌아온 강모(26·여) 씨는 국내에서 1년가량 취업준비를 했지만 원하는 기업에 들어가지 못했다. 강씨는 “호텔 업무 매뉴얼 등을 배운다지만 실제 홍콩에서 1년간 해온 일이 서빙 등 단순 업무라 국내 기업에서 이를 경력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듯하다”고 밝혔다. 해외취업을 바탕으로 국내 취업에 나섰지만 실패한 사례는 비단 강씨만이 아니다.감사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외취업 지원사업에 참여했다 귀국한 청년의 국내 취업률(지난해 4월 기준)은 2013년 귀국자의 경우 52%, 2014년 귀국자는 45%에 불과했다. 이는 국내 20~29세 취업률(57.9%)보다도 낮은 수치다. 경력 인정은커녕 해외에 나가지 않은 일반 청년에 비해서도 취업이 더 어렵다는 얘기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정부의 취업 지원사업이 가진 공통된 문제인 ‘수치상의 취업률을 높여 성과를 내는 방식’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해외에 일자리를 마련해 구직자를 많이 내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맡고 있는 일자리의 질과 생활을 추적해 고용의 질을 전체적으로 높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력공단 관계자는 “임금 수준을 현실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싱가포르 같은 경우 경제규모나 서비스업 특성상 임금이 낮을 수밖에 없다. 경제규모가 크고 전문직과 사무직을 많이 채용하는 일본 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은 매우 만족해하는 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지는 인력공단 측 설명이다.
“단, 해외 기업에 취업한 뒤에도 어학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 등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해외에서 일하는 기간 설거지나 허드렛일만 했다는 청년들의 불만이 많아 각 기업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 기업 측으로부터 ‘어학이 서툴러 시킬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