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한국 프로야구 KBO리그는 새롭게 등장한 두 강팀을 주목하고 있다. 전국구 인기 구단으로 불리는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다. LG의 마지막 우승은 1994년이었다. 2000년대 중반 최악의 암흑기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팀 인기 순위는 언제나 선두권이다. KIA는 SK 와이번스의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이나 넥센 히어로즈의 고척스카이돔에서 홈팀보다 더 많은 원정 관중 수를 자랑하는 팀이다. 2016년에도 시즌 내내 1위를 달린 두산 베어스와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맞붙을 때면 KIA 팬들의 노란색 막대풍선이 두산 팬들의 흰색보다 더 많을 때가 있었다.
2016시즌 LG와 KIA는 똑같이 팀 전력 리빌딩을 진행했다. 리빌딩의 성과로 두 팀은 나란히 4위와 5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양 구단은 한국시리즈 종료 후 2~3년 내 우승 도전 가능성을 계산했고, 막대한 투자로 전력을 강화했다. 리그 최고 인기 구단으로 꼽히는 두 팀이 당장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막강한 전력을 갖추면서 2017년 KBO리그는 한층 더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출발선에 다가서고 있다.
LG는 서울 라이벌인 두산이 최근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경기에선 지더라도 팬들의 열정만큼은 두산에 지지 않았다. 2016시즌 1위를 기록한 두산의 총 관중 수는 116만5020명. 반면 LG는 시즌 중반 하위권으로 추락했고 극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등 부침을 겪었음에도 총 관중 수 115만7646명을 기록했다. 4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관중 수에서는 1위와 1만 명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우승 못 해도 인기 1위인 LG의 야심
LG는 2016시즌 리빌딩을 선언하며 과감하게 세대교체를 진행했다. 많은 전문가가 LG 성적을 하위권으로 전망했지만, 양상문 감독은 팀 최고 프랜차이즈 스타 이병규(9번)까지 외면하면서 뚝심 있게 리빌딩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LG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플레이오프까지 올라 정규시즌 2위인 NC 다이노스와 잘 싸웠다. 시즌 종료 후 LG는 선수 출신 송구홍 운영팀장이 야구단 단장으로 승진했다. 송 단장은 선수 시절에는 매우 성실한 이미지였고, 코치에 이어 프런트로 변신한 뒤에는 전략적인 사고로 미래 단장 후보로 꼽혀왔다.
그동안 LG는 모기업 오너 일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2011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로 취임한 이후 ‘자유계약선수(FA)시장 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대형계약을 자제한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그러나 LG는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라는 판단과 두산이 장원준을 영입해 선발진을 완성한 선례 등을 종합해 전력 보강 전략을 짰다. 송 단장은 곧장 FA시장에 뛰어들었고, 삼성 라이온즈 좌완 에이스인 차우찬(20)과 역대 투수 최고액인 4년 총액 95억 원에 계약했다. 성적에 따른 옵션은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은 차우찬에게 100억 원 이상을 제안했음에도 LG행을 막지 못했다.
차우찬의 합류로 LG는 두산에 뒤지지 않는 막강한 선발진을 구축했다. 잠수함 투수 우규민(32)이 역으로 삼성과 FA계약을 체결했지만 군에서 돌아오는 신정락(30)이 있어 공백은 없다. 여기에 데이비드 허프(33)와 류제국(34)까지, 충분히 정규시즌 선두를 노릴 만한 선발진이다. 양 감독은 “차우찬은 잠실에서 더 강한 투수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차우찬의 합류로 5선발까지 안정됐다”고 말했다. 땅볼보다 뜬 공 유도가 많은 차우찬은 홈런이 많이 나오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보다 투수 친화적인 잠실야구장에서 더 큰 자신감을 갖고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다.
KIA의 스토브리그는 LG보다 더 과감하다. KIA의 마지막 우승은 2009년이었다. LG보다 우승 갈증이 심하지는 않다. 그러나 KIA는 2009년 이후 ‘언제나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명문 구단 완성’을 목표로 여러 노력을 기울여왔다. 2009년 우승 직후 전남 함평군에 2군 전용훈련구장을 건설하고, 최신식 구장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도 완공하는 등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했다. 이제 과감하게 전력 구축에 나서며 정상에 도전한다.
KIA는 타자 가운데 FA 최대어로 꼽히던 최형우(34)와 4년 총액 100억 원에 계약하며 전력 보강에 포문을 열었다.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첫 공식 100억 원 계약이 탄생한 순간이다. 최형우는 학창 시절 엘리트 코스와 거리가 멀고 삼성에서 한 차례 방출됐다 다시 입단한 아픔도 있지만, 이제 KBO리그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주인공이 됐다. KIA는 이보다 앞서 2009년 우승 주역인 나지완(32)과 4년 총액 40억 원에 잔류 계약을 맺었다. 2016시즌 말 김선빈(28)과 안치홍(27)이 전역한 데 이어 나지완에 최형우, 그리고 이범호, 김주찬(이상 36)까지 함께하는 타선은 리그 최정상급이다.
최형우 영입, KIA 최정상급 타선 완성
게다가 KIA는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진출을 고사한 양현종(29)과도 계약을 체결했다. 당초 양현종은 해외 진출 가능성이 매우 높았고 KIA 역시 최형우와 나지완, 그리고 최정상급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에 많은 예산을 투입한 상태였다. 양현종이 국내 잔류를 결심한 뒤 양쪽의 금액 차가 너무 커 계약이 결렬될 가능성도 점쳐졌다.그러나 KIA는 ‘1년 뒤 다른 리그나 팀으로 옮기기를 원할 경우 조건 없이 방출한다’는 파격적인 제안으로 양현종과 1년 총액 22억5000만 원에 계약했다. 양현종은 고향 팀과 의리를 지키고 다시 한 번 메이저리그 진출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4년 총액 120억 원도 가능하다는 평가 속에서 매우 합리적인 계약을 받아들이며 홈팬들에게 큰 박수도 받았다. 양현종은 “나 자신을 KIA 타이거즈와 나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해외 리그 도전이 아니면 무조건 KIA에 남을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국내 투수 가운데 최고 구위와 이닝 소화 능력을 가진 양현종의 잔류로 KIA는 단숨에 우승후보가 됐다. KIA는 여기에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29)에게 170만 달러(약 20억2895만 원), 팻 딘(27)에게 90만 달러(약 10억7415만 원), 그리고 타자 로저 버나디나(32)에게 85만 달러를 썼다. 외국인선수 연봉만 345만 달러다. 리그 최고 타자와 투수를 동시에 보유하게 된 김기태 감독은 “정신 똑바로 차리겠다”는 다짐으로 2017년 큰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