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에 태어난 신지애(28·스리본드)는 올해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 투어에서 3승을 하며 이보미에 이어 상금 순위 2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2년 전 일본 무대로 옮긴 뒤로는 3년 동안 JLPGA 10승(4→3→3)을 거뒀다. 여자 선수의 비거리가 늘어나면서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는 최근 몇 년간 장타자가 더 유리하도록 코스 전장을 늘려왔다. 정확성으로 승부하는 신지애는 우승 없이 투어 생활을 이어가다 일본으로 무대를 옮겼다. 그리고 프로 생활 11년 만에 47승을 거둬 한국 남녀 선수 중 최다승 주인공이 됐다.
올해 신지애는 5월 15일 스승의 날에 호켄노마도구치레이디스에서 첫 승을 거뒀다. 한 달 뒤인 6월 니치레이레이디스, 10월 말 히구치히사코미쓰비시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까지 3승을 달성했다. 올해 첫 승 당시 신지애는 이미 구옥희의 통산 44승 기록을 경신했다. 구옥희는 KLPGA 20승, JLPGA 23승, 그리고 LPGA투어에서 1승을 거뒀다. 한국인으로 거둔 LPGA투어 첫 승(스탠더드레지스터대회)은 신지애가 태어나던 해에 달성했다.
남자 선수 중에서는 최상호가 국내 KPGA 43승으로 최다승 기록을 가지고 있다. 최경주는 국내 16승, 미국 8승 등 총 28승을 했다. 올해 은퇴한 박세리는 국내에서 1996년부터 8승을 하고 미국에 진출해 97년부터 2016년까지 20년간 메이저 대회 5승을 포함해 25승을 거뒀다. 92년부터 95년까지 아마추어 시절 4년간 6승을 더해도 39승에 그친다.
신지애가 투어 생활 11년 만에 20대 후반 나이로 국내 최다승 기록을 세운 눈부신 이력의 이면에는 눈물겨운 초년기 스토리가 자리 잡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 신재섭 씨(목사)가 일하던 전남 영광에서 골프채를 처음 잡은 신지애는 2003년 11월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뒤 차에 함께 타고 있던 두 동생을 1년 넘게 간호해야 했다. 신지애는 이 기간 병실 한 귀퉁이 간이침대에서 생활했다.
동생들이 퇴원해도 궁핍한 생활은 그대로였다. 단칸 셋방에 살면서 어머니의 사망보험금을 종잣돈 삼아 샷을 날리고 악착같이 연습했다. 그 결과 2005년 11월 초청 출전한 SK엔크린인비테이셔널 아마추어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국가대표로 도하아시아경기대회 출전도 가능했지만 고민 끝에 프로로 전향했고 이듬해 7승으로 최다승 신화를 써나가기 시작한다.
신지애는 KLPGA 20승, LPGA 11승, JLPGA 15승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미국과 일본 투어가 공동주관하는 미즈노클래식이 2회 들어 있어 중복 대회를 제외하면 한미일 우승은 44승이다. 여기에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와 레이디스아시안투어에서 얻은 1승씩을 포함하면 46승이고, 아마추어 시절 우승까지 포함하면 총 47승이 된다. 그중 2008년과 2012년 우승은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이었다.
세계 골프사에서 한미일 3개 투어에서 상금왕을 달성한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신지애는 KLPGA투어에서는 2006부터 2008년까지 3년간 상금왕을 차지했다. 2007년에는 역대 시즌 최다인 9승을 휩쓸면서 상금 순위 2위 지은희와 2배 이상 격차를 냈다. 2008년에는 LPGA투어 선수가 아니면서도 3승을 거둬 LPGA투어 출전권을 얻었다. 미국에 진출한 2009년 첫해 3승을 거두면서 상금만 180만7334달러(약 19억9600만 원)를 벌어 신인상에 더해 상금왕 자리까지 올랐다. 이제 남은 것은 일본 상금왕뿐이다. 동갑내기 이보미가 2년 연속 상금왕을 굳건하게 차지하고 있는 만큼 쉽지는 않다. 내년 JLPGA 승부가 볼만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