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배
제바스티안 브란트 지음/ 노성두 옮김/ 읻다/ 556쪽/ 2만 원
화산의 온통(온전하게 통하는) 손자병법
화산 지음/ 이인호 옮김/ 뿌리와이파리/ 984쪽/ 3만8000원
15세기 슈트라스부르크에서 태어난 제바스티안 브란트는 철학과 법학을 공부한 뒤 대학교수가 됐지만 사회 비판적 저작물을 다수 남겼다. 그중 중세 말기 최대 걸작이자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바보배’(1494)가 있다. 무지와 죄악이란 승선권을 지참한 바보들이 바보배에 올라타 어리석음의 풍랑이 몰아치는 바다를 지나 바보들의 유토피아 ‘나라고니아’로 향하다 난파한다는 풍자소설로, 이 책에는 110가지가 넘는 바보 유형이 등장한다.
그중 마흔여섯 번째 ‘권세를 가진 바보’는 이렇게 그려진다. “어리석음은 커다란 천막을 가지고 있으니 온 세상이 그 안에 진을 친다네. 권세와 금전을 쥔 사람들도 그 안에 들어 있네.” 브란트는 글을 모르는 사람도 그림만 보면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각 장마다 목판화를 넣었는데, ‘권세를 가진 바보’의 삽화는 왕과 귀족들이 쇠사슬을 쥔 채 화려한 천막 안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이들은 자신이 무지몽매의 천막에 갇혀 연줄과 뇌물의 쇠사슬에 묶여 있는 신세임을 알지 못하는 바보다. 이들에게 들려줄 다음 이야기는 쉰여섯 번째 ‘권력의 종말을 모르는 바보’다. “천태만상 바보들이 권력을 믿고 까부네. 권력이란 마르고 닳도록 지속하는 줄 알지만 봄볕에 눈 녹듯이 스르르 사라지고 만다네.” 500년 전 광기와 비이성의 세계가 지금 우리 현실과도 맞닿아 있음을 깨닫는 순간, ‘바보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는 듯 섬뜩해진다.
화산(華杉)은 중국 광고계의 스타 최고경영자(CEO)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20여 년간 ‘손자병법’을 연구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5년 출간한 ‘화산의 온통(온전하게 통하는) 손자병법’은 원문 완역뿐 아니라, ‘손자병법’ 최초 해설자인 조조(위나라 재상)를 비롯해 역대 주석가 11명의 해설을 비교하고 오늘날 경영과 조직에서 필요한 덕목까지 설명한 ‘손자병법’ 종합판이라 할 수 있다. 화산은 1장 ‘손자병법의 가치관’에서 ‘손자병법’ 첫 글자인 ‘계(計)’의 오독 문제부터 지적한다. 흔히 ‘계’를 음모나 묘책 정도로 이해하기 쉬우나 ‘손자병법’에서 손무가 말한 ‘계’는 계산(산수)이다. 기발한 묘책을 찾아 빨리 이기려 하지 말고 실력으로 이기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때 치밀하게 우열을 따져야 할 항목을 ‘오사칠계(五事七計)’로 구분했는데 그중 ‘오사’란 도(道), 천(天), 지(地), 장(將), 법(法)이다. 도는 백성이 따를 만한 군주의 지도력, 천은 때, 지는 공간, 장은 장군의 능력, 법은 군법을 가리킨다. 이에 대해 화산은 왕석의 해설을 인용하며 “인화하여 단결할 때, 시기적으로 적절할 때, 지형적으로 우세를 점했을 때, 이렇게 세 가지를 모두 갖출 때 비로소 군사를 일으키며, 군사를 일으키기로 결정했다면 마땅한 장군을 선정해야 하고, 장군을 선정했으면 군법을 다듬어야 한다”고 했다. 애초 승산(勝算) 있는 싸움을 한다면 패배할 까닭이 없다.
윤구병 일기 1996
윤구병 지음/ 천년의상상/ 920쪽/ 3만5000원
철학자 윤구병은 1995년 전남 부안군 변산면에 터를 마련한 뒤 이듬해 교수를 그만두고 사람을 사람답게 가꾸는 것은 농사라는 믿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가 96년 1월 1일부터 2001년 12월 31일까지 6년간 쓴 일기를 묶었다. 처음에는 ‘윤구병의 농사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 ‘윤구병의 철학일기’가 된다. 땅에서 ‘철학’하되 ‘관계’ 속에서 철학하고 그 사유를 실천으로 이어가는 일에 관한 기록.
문재인 대통령이 될까 : 대선 Plus 2
김상진 외 6명 지음/ 시대정신연구소/ 253쪽/ 1만4000원
‘대선 Plus’는 대통령선거 전문 무크지를 표방하며 주요 후보를 분석하고 있다. 반기문에 이어 두 번째 주인공은 문재인. 야권 유력 후보 문재인에 대한 SWOT 분석과 함께 ‘문재인은 왜 재수생이 됐나’ ‘문재인은 정말 불안한가’ ‘호남은 문재인을 버렸는가’ ‘문재인이냐, 제3지대냐’ 등 각 전문가가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한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인터뷰에서 “제3지대 반기문과 함께 간다”고 밝혔다.
일요일의 역사가
주경철 지음/ 현대문학/ 308쪽/ 1만4800원
쾌락과 욕망을 상징하는 디오니소스, 절대권력을 상징하는 펜테우스를 통해 신의 무지와 인간의 체념을 다룬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바카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를 다룬 3편의 영화 ‘쉰들러 리스트’ ‘쇼아’ ‘밤과 안개’ 등 신화, 고전소설, 영화 등 풍부한 예술 텍스트를 기본으로 인간과 사회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새로운 스타일의 역사 에세이.
불과 글
조르조 아감벤 지음/ 윤병언 옮김/ 책세상/ 228쪽/ 1만5000원
오늘날 이탈리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미학자, 비평가로 꼽히는 저자가 모든 글쓰기와 언어적 행위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매혹적인 사유를 펼친다. “글이 있는 곳에 불은 꺼져 있고, 신비가 있는 곳에 서사는 존재하지 않는다”와 같이 이 시대 문학이 잃어버린 ‘불꽃’을 이야기한 ‘불과 글’, 죄와 벌의 신비를 언어의 신비로 해석한 ‘관료주의적 신비’ 등 독창적인 사유가 담긴 10편의 글을 엮었다. 부제는 ‘우리의 글쓰기가 가야 할 길’.
열정절벽 : 성공과 행복에 대한 거짓말
미야 토쿠미츠 지음/ 김잔디 옮김/ 와이즈베리/ 208쪽/ 1만3500원
이상적인 일이란 즐거움과 자본을 함께 추구하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성공과 부를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해왔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더 많이 일하면서 더 적은 임금을 받는다. 저자는 일에 대한 환상과 근로자가 일을 통해 얻는 혜택 사이의 거대한 괴리를 꼬집으며 덜 일하고 ‘더 많이’ 보상받는 사회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시인의 밥상
공지영 지음/ 한겨레출판/ 328쪽/ 1만4000원
‘버들치 시인’ 박남준과 ‘내비도’ 교주 최도사, 가수 진진, 사진작가 숯팁 등 시인의 ‘지리산 친구들’이 따뜻한 밥을 짓고 김치와 동치미, 장아찌 등 반찬을 만들어 밥상을 차린다. 봄엔 도다리쑥국과 진달래화전, 여름엔 김장김치 고명을 올린 냉소면, 가을엔 부추로 속을 넣은 가지선, 겨울엔 두 그릇도 뚝딱 할 수 있는 굴밥. 소밥한 밥상을 사이에 두고 나누는 대화는 영혼을 살찌게 한다.
어느 물리학자의 일상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한빛비즈/ 256쪽/ 1만5000원
데라다 도라히코(1878~1935)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속 괴짜 물리학자 간게쓰 군의 실제 모델로, 일본 근대물리학의 선구자이자 수필집 18권을 발표한 ‘글 쓰는 과학자’다. 이와나미쇼텐에서 출간한 ‘데라다 도라히코 전집’ 가운데 ‘생활’과 ‘과학’이란 주제에 맞는 글을 엮은 이 수필집은 “과학자와 예술가의 생명은 창작에 있다”는 데라다의 말처럼 평생을 창작에 바친 그의 소신을 엿볼 수 있다.
앞으로 5년, 부동산 상승장은 계속된다
오윤섭 지음/ 원앤원북스/ 404쪽/ 1만7000원
2000년대 초반 참여정부가 주택시장에 강력한 규제를 가하자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졌고 2009년 전세난이 시작됐다. 전세가율이 치솟자 매매 수요가 늘면서 2013년 하반기부터 수도권 주택시장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10년 만에 찾아온 상승장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저자는 2019년까지 상승장이 계속되리라 예측하면서 2018년까지 주택 구매를 미루지 말라고 조언한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