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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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걸핏하면 헌법재판, 전가의 보도?

판검사 출신 중년 남성 일색 헌재에 과도한 권한…“정치가 할 일은 정치가 하라”

  •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jibonglim@hotmail.com

    입력2016-12-06 09: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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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의 사법화(judicialization of politics)’란 국가의 주요한 정책결정이 국회 등을 통한 정치 과정이 아닌, 법원의 사법 과정으로 해소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즉 종래에 전통적으로 정치 영역의 문제라고 간주해오던 현안을 사법권력이 법의 논리체계에 근거해 해결하려는 경향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노무현 정부 이래로 국회 등을 통한 정치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한 각종 현안을 최종적인 헌법해석권을 가진 헌법재판소에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화돼왔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에 연루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임박했다. 만약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인 200명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헌법재판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를 심판하게 된다. 이 밖에도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위헌 여부 등 많은 정치적 사건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았다. 다양한 정치적 현안이 사법부인 헌법재판소의 손에 맡겨지고 있는 것이다.



    해야 할 일 안 하고 딴 궁리하는 헌재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통합진보당 해산이나 행정수도 이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같은 사안에서도 사법부인 헌법재판소가 분쟁의 최종 판단자가 됐다. 헌법재판소도 국회 등 정치권의 이러한 경향에 편승해왔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과연 정치적 갈등과 현안 해결을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 판단에 서둘러 맡기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정치의 사법화 경향이 꼭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긍정적인 면도 있다. 무엇보다 정치의 사법화는 헌법에 의한 지배, 즉 입헌주의를 강화한다. 통치자의 자의적 지배를 부정하고 헌법에 입각한 지배를 요구하는 입헌주의는 ‘정치 과정의 헌법화’를 추구한다. 따라서 통치자의 자의적인 지배를 국민이 만든 헌법을 중심으로 한 합리적 지배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정치의 사법화 현상은 정치적 이해 조정의 기준으로서의 헌법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헌법재판소에 의한 정치의 사법화는 과도한 면이 있다. 특히 50대 중·후반 남성 판검사 출신의 획일적인 재판관 구성 아래서 헌법재판소가 정치 사건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여러 문제를 낳는다. 



    국민과 관계에서 헌법재판소의 존재 이유는 입법부나 행정부와 같이 선거로 구성되는 다수파 기관을 통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소수자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보호하는 데 있다. 선거로 선출되는 입법부의 국회의원이나 행정부의 대통령은 선거에서 재선되기 위해 항상 다수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반면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선거로 선출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다수 국민의 의사에 신경 쓸 필요가 없고, 오히려 다수 국민 목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는 소수자와 약자의 인권 신장을 획기적으로 구해나갈 수 있는 태생적 장점을 가진다. 이런 점에서 소수자와 약자의 인권 보장을 위해 전향적이고 선도적인 판결을 내리는 것이 올바른 정치의 사법화를 위해 헌법재판소에게 요구되는 모습이다.

    그런데 우리 헌법재판소는 어떤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규정에 대한 일관된 합헌결정에서 보여주듯 ‘소수자와 약자의 인권 보호’에는 소극적인 판결로 일관하면서, 오히려 정치권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고도의 정치적 사건에는 겁 없이 뛰어들고 있다. 앞에서 본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탄핵소추안이 국회법이 정한 절차를 밟지 않고 통과됐다는 것을 이유로 각하 결정을 할 수 있었음에도 본안심사로 들어가 기각 결정을 내린다든지,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같은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관습헌법 위반이라는 초(超)헌법적 근거를 들어 위헌 결정을 한 것은 헌법재판소에 의한 정치의 과도한 사법화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은 법안을 만들고 심의할 때 진지하게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을 하지 않은 채 상대 세력이 입법을 추진하는 법안에 대해 서둘러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무섭게 서둘러 헌법재판소로 가져간다. 그리고 헌법재판소가 그 법률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려 법률이 무효화되기를 기다린다. 이제 국회라는 정치기관 스스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한 수많은 정치적 분쟁사건이 헌법재판소로 쇄도하고 있다.

    정치적 분쟁은 국민 대표 기관인 ‘국회’라는 ‘정치의 장(場)’에서 정치인 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될 때 가장 바람직스럽다. 그래야 정치권 자체의 분쟁 해결 능력과 정치적 역량도 커질 수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에 의한 정치의 과도한 사법화는 정치권으로부터 이러한 기회를 앗아가버렸다. 또한 헌법재판소 스스로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면서 중립적 권위가 훼손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관이 자신의 보수적 성향에 따라 국회와 대등한 지위에서 정치적 논의 과정에 참여하려는 오만을 보이는 것은 위험스러운 일일 수 있다.



    개헌해서라도 인적 구성 다양화해야

    국회의원은 국민이 직접선거를 통해 뽑은 국민의 대표지만 헌법재판관은 임명된 사람이므로 그 역할이나 정치적 논의 과정에 참여하는 정도가 달라야 한다. 특히 헌법재판관이 고위직 판검사 출신으로 대동소이하게 보수성 등 일정한 정치적 편향성을 가질 때, 균형 있고 건강한 정치적 논의 과정을 통한 사회의 진보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에 의한 정치의 과도한 사법화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첫째, 단기적으로는 헌법재판관 후보를 물색, 지명하고 선출하는 단계에서 ‘헌법재판관 인적 구성의 다양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둘째, 장기적으로는 개헌을 통해 이뤄야 할 사항이긴 하지만 헌법재판관이 되려면 ‘법관의 자격’을 가질 것을 요구하는 헌법 제111조 2항을 손봐서 법학자, 정치학자, 사회학자, 사회운동가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가진 인사를 헌법재판관으로서 헌법재판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이란 기계적으로 법규정을 적용하는 단순 법률재판이 아니라, 당대 시대정신과 그 사회의 다양한 지식 및 경험을 반영하고 종합해야 하는 정책적 판단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해 다양한 인적 구성의 헌법재판소를 만든다면 정치의 사법화가 주는 부정적 영향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정치의 사법화를 막으려면 헌법재판소법 등에서 헌법재판소가 담당하기 부적절한 정치적 사건에 대한 상세한 각하규정을 두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끝으로 정치의 과도한 사법화를 막을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치권 스스로 정치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각도의 대화와 타협을 먼저 모색하고, 도저히 정치권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헌법재판소 문을 두드리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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