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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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런’은 해피엔딩이다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6-11-11 17:5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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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렌드 코리아 2017
    김난도 외 5명 지음/ 미래의창/ 432쪽/ 1만6000원

    대한민국 국가미래전략 2017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지음/ 이콘/ 912쪽/ 3만 원

    라이프 트렌드 2017
    김용섭 지음/ 부키/ 384쪽/ 1만6000원

    김난도 교수와 서울대 트렌드분석센터가 최근 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는 정유년 닭띠 해인 내년을 ‘치킨 런’에 비유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자 극적으로 울타리를 탈출한 애니메이션 ‘치킨 런’의 주인공들처럼 정체와 혼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다시 힘차게 날아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사실 각 분야 전문가가 진단하는 대한민국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미래전략연구센터가 내놓은 ‘대한민국 국가미래전략 2017’도 ‘기로에 선 대한민국’으로 시작한다. 사회적으로는 양극화, 가족 해체와 공동체 붕괴, 계층 이동의 역동성 상실, 세대 갈등 같은 위기 징후가 뚜렷하다. 기술적으로는 ‘고비용-저효율’이라는 말 그대로 투자 대비 과학기술 성과가 미흡해 미래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다. 환경·인구·자원 측면에서는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의 증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 자원 고갈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더해 날로 심화하는 정치 불신과 기초체력을 상실한 경제위기는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대비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대한민국 국가미래전략 2017’은 30년 후 대한민국 비전을 ‘아시아 평화중심 창조국가’로 설정하고, 광복 102주년이 되는 시점에 우리는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여기서 제시한 답은 국민행복, 아시아평화, 과학국정, 창업국가라는 4개 대전략과 57개 세부 전략이다. 눈앞 이익에만 급급한 시대에 30년 후 국가 비전이 부질없게 보일 수도 있지만,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오지 않는다.

    이번에는 가까운 미래에 대해 알아보자. 2016년 라이프 트렌드로 ‘은밀한 취향’을 제시했던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은 2017년엔 ‘적당한 불편’을 꼽았다. 흔히 불편은 부정적 의미로 쓰이지만 ‘감수할 만큼 적당한’이란 수식어가 붙으면 의미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슈퍼마켓 ‘더 필러리’에서 파는 물건은 포장이 돼 있지 않아 고객이 직접 포장용지를 들고 와야 한다. 이 슈퍼마켓은 인근 지역에서 생산되는 채소를 직거래함으로써 중간 유통과 포장 과정에서 나오는 낭비를 없앴다. 편리함을 포기했더니 환경오염이 줄고 상품 가격도 하락해 결국 소비자에게 이익이 돌아갔다. 김용섭 소장은 적당한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 곧 소비의 진화이자 소비자의 성숙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소비자로서 우리가 성숙하듯, 위기와 혼돈 속에서 대한민국 국민도 성장한다. 나는 법을 배운 양계장 닭들의 탈출기 ‘치킨 런’은 해피엔딩이다.




    킬러 안데르스와 그의 친구 둘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열린책들/ 456쪽/ 1만4800원


    쫄딱 망한 백만장자의 손자 페르 페르손은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땅끝 하숙텔’의 리셉셔니스트로 살아간다. 이곳 7호실에는 암흑가의 킬러 요한 안데르손, 8호실에는 떠돌이 목사 요한나 셸란데르가 묵고 있다. 어느 날 백작이 찾아와 킬러에게 전해달라며 5000크로나가 든 봉투를 페르손에게 맡기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 이은 작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인생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프로이트를 위하여
    슈테판 츠바이크·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양진호 옮김/책세상/ 444쪽/ 2만 원


    평전과 심리소설의 대가로 꼽히는 츠바이크는 같은 유대계 오스트리아인 심리학자 프로이트와 30년 넘게 교류했다. 츠바이크는 ‘정신에 의한 치유’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자신보다 스물다섯 살 많은 프로이트의 일대기를 쓴다. 이 책은 1931년 츠바이크가 쓴 ‘프로이트 평전’을 1부로, 프로이트와 츠바이크가 주고받은 74통의 편지를 2부로, 프로이트에 관한 각종 기록을 3부로 엮었다.




    강헌의 한국대중문화사 1, 2
    강헌 지음/ 이봄/ 1권 336쪽, 2권 316쪽/ 각 권 1만5000원


    “대중문화는 다양한 층위의 억압으로부터 대중이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려는 이데올로기 투쟁의 최전선이다.” 대중음악평론으로 시작해 명리학까지 전방위적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해온 저자가 4권짜리 ‘한국대중문화사’를 기획했고, 그중 2권이 출간됐다. 1권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는 1894~1945년, 2권 ‘자유만세’는 1945~75년의 역사를 다룬다.





    우리, 독립청춘
    배지영 지음/ 북노마드/ 400쪽/ 1만6800원


    한 해 3000여 명의 학생이 전북 군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그중 ‘인(in) 서울’은 10% 미만. 스무 살 봄을 고향에서 맞는 청춘은 풀이 죽는다. 하루 3번 버스가 다니는 산골에서 태어나 인구 30만 명이 채 안 되는 군산에서 살고 있는 저자가 이 소도시 청춘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젊은이 43명은 좋은 대학에 못 가도, 좋은 직장에 취직하지 못해도, 돈을 많이 못 벌어도 실패한 인생은 아니라고 말한다.




    콜라보네이션
    안희정 지음/ 스리체어스/ 352쪽/ 1만6000원


    협력(collaboration)과 국가(nation)를 합친 ‘콜라보네이션’은 ‘국민이 참여해 이끄는 나라’를 뜻한다. 2010년에 이어 2014년 충남도지사로 재선된 저자가 6년간의 도정을 기록했다. ‘국가는 누구의 것인가’ ‘우리는 왜 세금을 납부하고 공무원과 정부를 둘까’ ‘민주화를 이룬 지 3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왜 다시 민주주의를 말해야 할까’ 같은 물음을 던지며 국가와 정부,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을 설명한다.




    여신
    고승철 지음/ 나남/ 312쪽/ 1만3800원


    영화관 간판 그림을 그리다 출세한 부초그룹 창립자 탁종팔, 그의 수양딸이자 언어 천재 장다희, 환생한 ‘명성황후’로 여겨지는 룸살롱 마담 민자영, 수재이나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탁 회장의 사위 마동출, 탁 회장의 외동딸이자 강남 사교계 여왕 탁하연, 그리고 다수의 이탤리언이 등장하는 이 흥미진진한 소설의 끝은? 기자 출신인 저자가 지금까지 만난 인간 군상의 모습을 현실과 허구 사이에서 절묘하게 녹여냈다.




    시코쿠를 걷는 여자
    최상희 지음/ 푸른향기/ 344쪽/ 1만5000원


    일본 열도를 구성하는 4개의 주요 섬 가운데 가장 작은 섬, 즉 혼슈와 규슈 사이에 자리한 시코쿠에는 1200년 전부터 내려온 불교 성지 순례길이 있다. 바다와 산을 끼고 88개 사찰을 도는, 1200km에 달하는 이 길을 2010년부터 지금까지 여섯 번이나 걸은 저자가 시코쿠 순례길의 역사부터 순례 방법과 소요 기간, 순례 장비, 사찰 참배 방법, 숙박 시설 등을 꼼꼼히 안내한다.




    도쿄 숍
    이시은·서동희 지음/ 동아일보사/ 444쪽/ 2만2000원


    일본 도쿄 가파바시 거리는 서울중앙시장처럼 다양한 주방도구를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는 곳이지만, 장인의 가게가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중 1908년 문을 연 가마아사 쇼텐(상점)은 셰프들도 인정하는 명품칼 집이다. 이곳에 가면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 물건을 만든다’는 뜻의 ‘모노즈쿠리’를 저절로 깨닫게 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2명이 도쿄 핫플레이스 87곳을 안내한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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