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 년 전 수렵채집 시대는 평등한 세상이었습니다. 좋은 것이 있으면 함께 나눴습니다. 그게 윤리적인 행동이어서가 아니라, 늘 이동하며 사는 삶이었기에 개인적 부를 축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설령 가능했다고 해도 그랬다간 무리에서 금세 쫓겨났을 겁니다. 하지만 농경 시대로 접어들면서 부와 정치적 권력의 고른 배분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힘센 남자가 바깥일을 하고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자가 안살림을 챙기게 된 것도 이 무렵입니다. 부의 세습을 위해 여성의 정조 또한 강조되던 시절입니다. 18세기 후반 산업혁명은 또 한 번 커다란 변화를 가져옵니다. 화석연료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물리적 힘이 약한 여성의 노동력 또한 중요해졌습니다. 여성의 사회 활동이 늘어나고 정치적 평등, 성적 평등이 다시 중요한 가치로 떠오른 이유입니다. 이처럼 “가치관이란 건 시대적 상황의 산물”이라는 게 이언 모리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가치관의 탄생’이란 책을 통해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입니다.
그렇다면 한번 생각해볼 일입니다. 시대적 가치라는 것도 이렇게 상황에 따라 변화하고 진화한다면 우리네 일과 삶의 경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여기, 포드와 잡스가 그에 대한 대답이 될 듯합니다.
1907년 헨리 포드의 이름을 딴 ‘포디즘’은 대량생산 시대의 막을 열었습니다. 자동차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최고 전문가가 혼자서 만들던 자동차를, 자동차가 어떻게 생산되는지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이 조립 라인에 서서 뚝딱뚝딱 만들어내게 된 것입니다. 그 결과 ‘장인’ 중심의 제조 생산 메커니즘이 ‘시스템’ 중심으로 바뀌었습니다. ‘계획’ ‘최적화’ ‘관리’ ‘효율’ 등 포디즘을 모태로 발전해온 개념들은 현대 경영학을 활짝 꽃피웠습니다.
하지만 21세기 스티브 잡스의 경영은 전혀 다릅니다. ‘직관’ ‘창의력’ ‘상상력’ ‘영감’으로 표현되는 잡스의 경영이 세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습니다. 포드가 ‘양적 효율성’을 키워드로 하는 산업사회형 경영의 태두였다면, 잡스는 ‘창조적 혁신’을 열쇳말로 하는 21세기 창조사회형 경영의 거장입니다. 포드 이후 100여 년이 지난 지금, 포드형 기업의 몰락과 잡스형 기업의 부상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경영 방식도 결국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님을, 시대 변화에 부합해야 함을 보여주는 하나의 방증입니다.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시장이 바뀌고 고객이 변하니 리더십도 달라지고 경영도 진화합니다. 그렇게 보면 경영, 결국 ‘변화 관리’라는 화두로 귀결됩니다. 너나없이 양복 입고 일사불란하게 일하는 ‘정장(正裝) 경영’과 ‘이래야 돼, 저러면 안 돼’ 하는 규범 중심의 ‘공자 경영’이 지금까지 산업화 사회에 걸맞은 경영 패러다임이었다면, 지극히 복잡다단한 작금의 경영 환경은 또 다른 패러다임을 요구합니다. ‘부작위(不作爲)의 작위(作爲)’를 통해 물 흐르듯 즐기는 경영. ‘무용지용(無用之用)’의 역발상으로 날마다 혁신하는 경영. 제가 정의하는, 격변의 창조사회에 부합하는 ‘캐주얼 경영’이자 ‘노자 경영’입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영화 ‘봄날은 간다’ 속 명대사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이 변하듯 정답도 항상 변한다는 것, 꼭 기억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