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관민 합체’ 중국 힘의 외교

‘사드 보복’ 계속, 北·中 혈맹 복원 논란…G20 정상회의 소통 기대

  •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sjkim@ytn.co.k

    입력2016-08-12 17: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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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8일 한미 양국이 한반도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중국의 보복이 한 달 이상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을 맹공격하고 북한은 최대한 끌어안는 모양새다. 8월 들어서는 중국 정부의 입 노릇을 하는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가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비판했다. 런민일보는 8월 3일자 사설에서 ‘한국 지도자는 신중하게 문제를 처리해 소탐대실로 자국을 최악의 상태에 빠뜨리는 것을 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이 가장 먼저 타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동안 런민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글을 실어 왔는데 런민일보까지 가세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중국 누리꾼과 언론매체들은 특히 한류를 주요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연예인 박보검이 미국계 스포츠 브랜드 광고 영상에서 중국을 모욕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박보검을 맹비난하는 글과 해당 광고 동영상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중심으로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이 광고는 한국에서만 방영되는 것이었지만 중국 누리꾼이 찾아내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



    中 믿고 미사일 쏘아대는 北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 출연해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지석진은 ‘베이징에 BBQ치킨 분점을 연다’고 인스타그램에 알렸다 곤욕을 치렀다. 중국 누리꾼들로부터 “중국 지도를 표기하면서 중국 영토인 남중국해와 대만을 빠뜨렸다”고 맹공을 받은 것. 또 그룹 스누퍼와 걸그룹 와썹의 중국 일정이 잇달아 취소되는가 하면, 후난위성TV의 중국 드라마를 찍고 있는 유인나도 마무리 촬영을 눈앞에 두고 하차설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한국 연예인의 중국 활동이 9월부터 제한된다’며 관련 프로그램과 연예인 40여 명의 명단이 인터넷에 나돌기까지 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북한 옹호는 계속 노골화되고 있다. 라오스에서 북한 끌어안기 행보를 뚜렷하게 보여준 중국은 유엔에서도 북한 감싸기를 계속해 규탄 성명 채택이 차질을 빚고 있다. 북한은 사드 배치 결정 다음 날인 7월 9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19일 노동미사일 2발과 스커드미사일 1발을 각각 발사했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과거와 달리 성명 등을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감을 얻은 북한은 8월 3일에도 마치 보란 듯이 노동미사일 2발을 잇달아 발사했고, 이와 관련해 안보리는 긴급회의를 소집했지만 아무런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중국이 ‘사드 반대’ 문구를 성명에 넣자고 요구하면서 합의가 불발됐다.



    한때 중국 측 한 인사가 “한국이 사드를 배치할 경우 중국이 북한과 다시 혈맹관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을 했다고 알려졌지만 중국 측은 이를 공식 부인하고 항의까지 했다고 한다. 8월 8일 논란 속에 중국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선의원들과 가진 토론회에서 중국 측 인사가 한 발언이라고 알려졌지만 의원들조차 “잘못 들었다”고 해명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날 듯하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중국 측의 고도로 준비되고 계산된 발언이란 점에서 심상치 않다.

    사드 문제로 최대 위기에 놓인 한중관계는 우리에게 몇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먼저 중국은 관계가 좋을 때는 우리에게 무척 고마운 존재지만, 관계가 나빠지면 최악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의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중국 의존도는 경제 수치 몇 가지만 들어도 쉽게 확인된다. 지난해 우리의 대(對)중국 수출은 1371억 달러(약 150조1500억 원)로 미국과 일본을 합한 것보다 많다. 대중국 무역 흑자는 468억 달러(약 51조2500억 원)로 대미(對美) 무역 흑자보다 200억 달러 이상 많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가운데 45%가 중국인이었다. 문화사업 등 각종 부문의 교류도 중국을 겨냥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는 중국만이 아니라 동남아 국가를 비롯해 다른 국가들과 협력 및 경제교류를 강화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수한 콘텐츠, 고품질의 제품이 필수다. 이 같은 교훈은 과거 중국과 일본의 갈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중국과 일본 사이에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이 일어났을 때 중국에서는 현 ‘사드 반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반일 시위가 이어졌다. 일본인을 폭행하고 일본 자동차를 부수는가 하면, 일본 공장을 불태우기까지 했다. 베이징 특파원 신분으로 당시 사태를 취재하던 필자의 우려에 중국 젊은이가 보여준 냉소가 떠오른다.

    “이것도 한순간이다. 그래도 중국인은 일본 자동차를 많이 살 것이다.”

    실제로 그 시기를 넘기자 언제 그랬냐는 듯 일본 자동차는 중국에서 과거 판매량을 회복했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것도 일본 자동차였다. 중국 지도부가 언론을 동원해 아무리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해도 좋은 물건을 찾는 소비자의 손길까지 막진 못한다. 한국 화장품의 강점과 우수성을 잘 아는 중국 여성들이 애국심 때문에 프랑스 화장품이나 중국 화장품을 선택할까. 결국 우수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품은 어떤 상황에서도 고객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다. 



    추가 악재 관리, 부단히 소통해야

    쉼 없이 계속되던 중국 측의 사드 반발은 8월 6일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시작되면서 다소 누그러지는 양상이다. 환추시보가 8월 4일부터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실시하고 있는 ‘한국 연예인 박보검이 중국을 모욕하는 광고를 찍었는데 박보검과 광고회사 둘 중 누구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설문조사 결과도 당초 78%까지 올라갔던 박보검 책임론이 10일 오후 현재 44%로 낮아졌다. 한류가 공격당하는 와중에도 이준기 주연의 중국 영화 ‘시칠리아 햇빛아래’ 시사회가 이준기가 참여한 가운데 베이징에서 성황리에 열렸고, 한류스타 김수현도 최근 중국에서 광고 2건을 계약했다. 시간이 흐르면 중국 측의 ‘사드 반발’도 점차 진정되리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추가 악재가 생기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박보검의 이번 광고 논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당 광고를 보면 박보검이 ‘만리장성’이라는 남자와 바둑을 둬 이기고, 한 여성이 ‘만리장성’과 춤을 추다 그의 뺨을 때리자 박보검이 웃는 장면이 나온다. 광고회사가 왜 이처럼 특정 국가와 국민을 우롱하는 방식으로 광고를 만들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한중 위기 시점에 중국을 자극할 만한 악재는 미리 막는 지혜가 필요할 듯하다.    

    사드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한국과 중국은 북한 이슈 때문에 갈등이 상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호관계를 유지하려면 북한 문제에 따른 갈등 관리가 필수적이다. 우리가 중국 측에 제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설득 논리는 대한민국의 생존권, 안보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세력 확장에 대한 중국 측 우려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다. 중국 역시 자국의 안보와 관련한 문제에 일절 타협의 여지가 없다. 중국의 이러한 특성에 비유하며 우리의 안보 논리를 펼치는 것도 좋을 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든 양국이 부단히 소통해야 한다는 점이다. 9월 4일과 5일 중국 항저우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한중 정상이 만나 사드 문제와 관련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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