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증도 앞바다에 풍랑으로 원나라 무역선이 침몰했다. 650년간 잠들어 있던 이 무역선은 한 어부의 그물에 도자기가 걸려 나오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1976년 시작한 수중발굴의 성과가 40년이 지난 올해, 7월 26일 개막한 국립중앙박물관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 특별전에 가득 담겼다. 이 특별전은 한국 수중고고학의 시작과 발전, 엄청난 원대 도자기의 가치, 대규모 수장고식 전시 기법을 함께 보여준다.
신안 증도 앞바다는 남해와 서해가 만나는 곳이다. 고려 시기인 1323년 남중국 관문인 경원(慶元·현 닝보(寧波))을 떠난 원나라 무역선이 일본 하카타(博多·현 후쿠오카(福岡))로 항해하던 중 제주 인근에서 풍랑을 만났다. 거센 폭풍우에 방향을 잃고 표류하던 배는 신안 앞바다까지 밀려와 침몰했다. 목적지는 교토. 선적한 화물은 도자기 2만여 점과 불상 가구의 최고급 목재인 자단목(紫檀木) 1000여 본, 그리고 금속공예품 1000여 점과 동전 800만 개 등이다. 도자기는 12~14세기에 만든 저장성 용천요 생산품이 60%였고 고려청자 매병, 베개, 잔받침, 연적, 그릇 등 7점도 함께 나왔다. 원에 수출된 고려청자를 일본 상인이 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한국과 중국, 일본 3국 출신 선원들이 사용하던 다양한 생활용품이 발굴됐고, 당시 주요 수출품이던 동전도 28t이나 나왔다. 유물로만 보면 보물선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수중고고학은 1975년부터 84년까지 11차례에 걸쳐 이 신안해저선을 발굴하면서 발전했다. 올해가 발굴 40주년이 되는 해다. 수중발굴은 어려웠다. 수심 20m의 탁한 흙탕에 묻혀 있던 유물들을 조류가 흐르지 않는 30〜40분 짧은 시간 안에 건져내야 했다. 문화재청 발굴조사단에는 해군 함정과 해저구조대원도 참여했다. 선박 크기도 길이 34m, 너비 11m, 적재 중량 200t인 것으로 파악했다.
신안해저선 발굴의 최대 성과는 도자기다. 선체 내외에서 발굴된 도자기는 수백 개씩 상자에 정연하게 담겨 있었다. 대부분 용천요와 경덕진에서 제작한 것이지만 다른 지역 제작품도 있었다. 신안도자기로 한국은 12~14세기 제작된 원대 도자기의 중요한 소장처가 됐다. 적어도 당대 상류층이 사용하던 고급 도자기가 무더기로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한국에선 드문 수장고식 전시 기법으로 특별전을 구상했다. 전시장에 빼곡하게 들어찬 유물은 볼만하다.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이나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 또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수장고식 전시실에 온 듯하다.
윤용이 명지대 명예교수는 “충격적이다. 좋은 작품만 선별해 전시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발굴 전모를 보여주려고 모두 내놓은 것 같다”고 말한다. 이영훈 관장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모두 전시했다. 수량이 많아 개막 당일 아침까지 진열했다”고 설명했다. 이귀영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장은 “신안해저선은 14세기 해양 실크로드의 경로와 동아시아 무역품을 알 수 있는 방대하고 귀중한 보물”이라고 강조했다.
신안해저선의 엄청난 유물 관리를 위해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국립광주박물관이 생겼고, 이 연구소에서 수중발굴과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까지 우리나라 바다에서 확인된 한국과 중국의 고선박은 13척에 달한다. 문화재청은 수중발굴을 전담하는 누리안호를 2013년부터 보유하고 있고, 내년에는 조선 선박 마도 4호선의 유물을 수장할 서해수중유물보관동을 충남 태안에 준공할 예정이다. 9월 4일까지 열리는 특별전은 국립광주박물관(10월 25일~2017년 1월 30일)에서도 이어진다.